희대의 ‘재벌 농락’ 스토리

2011.05.04 09:47:33 호수 0호

XXX 살살 긁어주니 ‘헤벌쭉’

[일요시사=김성수 기자]거액을 날린 ‘최태원 굴욕’ 사건이 회자되면서 재계 사교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 모임에서 만난 ‘바람잡이’의 꼬드김에 넘어가 ‘베팅’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탓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몇 년 전 또 다른 재벌 사교모임 내에서 일어난 사건과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한 멤버가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을 등친 일이다.



‘최태원 굴욕’ 막후 투자조언자 실체 속속 드러나 
사교모임서 만나…2003년 ‘베스트 사건’ 오버랩

“재벌도 사람입니다.”
대기업 오너를 상대로 한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 대해 한 재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서민’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너쯤이면 박식한데다 각 분야의 ‘박사급’인 조언자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도 뭐가 아쉬워서 귀를 쉽게 열었는지 도통 납득하기 어렵다.

‘바람잡이’ 해외 잠적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물 투자로 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소문이 돌면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을 꼬드긴 ‘바람잡이’가 누구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용의자는 40대 재미교포 E씨다.
E씨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을, 퍼듀대에서 반도체 물리학을 전공한 미국 명문대 출신 수재다. 1993년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I사 본사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그는 2002년 I사 한국 지사장에 올랐다. 이후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와 외국계 증권사, 국내 대형 투자자문사, 글로벌 IT기업 등을 거쳐 현재 미국계 헤지펀드 H캐피탈에서 국내 마케팅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E씨가 한국 재계 인맥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최 회장과도 그랬다. E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최 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곧이곧대로 믿은 최 회장은 거액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한국을 떠나 잠적한 상태다.

그렇다면 둘은 어떤 계기로 처음 알게 됐을까.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가장 유력한 ‘접선지’는 재계 사교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다. E씨는 활동 무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길 당시 브이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최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뿐만 아니라 유수의 대기업 오너와 재계 2∼3세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투자 손실을 입은 기업인들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브이소사이어티는 ‘로열패밀리’가 주축이 된 대표적인 ‘그들만의 모임’이다. 2000년 재벌 2∼3세들과 젊은 벤처창업자들이 모여 만든 이 모임은 매주 목요일마다 포럼을 개최한다.

다만 단순한 ‘만남의 장’이 아닌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창립 당시 21명의 발기인이 각각 2억원씩 모두 42억원을 출자했다고 한다. 멤버는 최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들과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 벤처인들이다.

이들은 서로 ‘호형호제’가 자연스러울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치인과 공무원, 기관장 등 비재계 인사에겐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최태원 굴욕’사건과 관련해 재계 사교모임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또 다른 사교모임과 과거 여기서 일어난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두 사건 ‘닮은꼴’

전 외국계 은행 직원 C씨는 2000년 재벌 2세들의 모임인 ‘베스트’에 가입해 총무를 맡았다. C씨는 2001년 12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사학재단 S학원 이사장의 아들 L씨 등 회원들에게 다른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고 특별우대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있다고 꼬드겨 600억원을 투자하게 했다. C씨의 꾐에 빠져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수백억원을 날린 L씨는 2003년 C씨를 고소했고, 이듬해 대법원은 C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베스트’상당수 회원들이 피해를 입고서도 이름이 알려질까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는 후문이다. 재계 안팎에서 파악한 실제 피해금액은 줄잡아 1000억원대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소문으로만 떠돌던 재벌 사교모임들의 실체를 벗기는 계기가 됐다. ‘베스트’는 친목 도모와 정보 교류가 목적인 모임이다. 2000년 서울의 특정 명문고 출신의 재벌 2·3세들이 주축으로 결성됐으나 모임 규모가 확대되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도 주요멤버로 참여했다. 피의자 C씨 역시 미국 명문대학 출신으로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기 때문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재벌 사교모임은 대부분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며 “그렇다고 비밀 모임만 있는 건 아니다. 공개된 모임도 많은데 요즘엔 정보 공유와 경영 세미나 등 교육형 모임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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