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특혜 인출 파문 일파만파

2011.05.03 08:59:50 호수 0호

영업정지 전날밤 VIP들만 쏙 빼줬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부산저축은행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만천하에 드러난 때문이다. 영업정지를 당하기 전 VIP고객에 거액의 예금을 인출해준 것. 이번 사태로 자신들의 몫이 줄게 된 고객들은 단단히 뿔이 난 모양새다. 연일 매서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총부리는 금감원에 돌아갔다. 일처리를 똑바로 안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황한 금감원은 허둥지둥 인출액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 돈을 뱉어내게 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혜 대상 100여명에 140여억원 출금
금감원 검사업무 소홀해 벌어진 사태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2월 영업정지 전날 밤에 VIP 고객들에게만 거액의 예금을 미리 인출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은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전날인 2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이 마감된 후 “내일 영업정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 당장 지점으로 나오면 예금을 해약해주겠다”며 30여명의 고객을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 8시30분쯤 닫았던 금융전산망을 열어 거액의 예금을 인출해줬다.



당시 예금을 찾은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이 ‘가장 선량한 고객’이라 부르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족명의 등 통장 2개 이상 ▲통장당 1억원 이상 예금 ▲후순위채권 손실 3억원 이상의 조건을 갖춘 고객이다.

‘가장 선량한 고객’

대개 저축은행 대주주·임원 등의 소개로 예금을 맡긴이들은 지역 재력가를 비롯해 의료·법조계 인사 등 유력계층 인사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0여명은 가족명의 등으로 2~3개 이상의 예금통장을 보유해 특혜 대상은 계좌명의 기준으로 100여명에 이른다.

영업외시간에 예금을 인출한 규모는 총 164억원. 평소 이들의 영업외시간 인출 금액이 2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VIP 고객에 대한 특혜 인출 규모는 14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예금이 묶인 고객은 현재 3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원리금이 보장되는 5000만원보다 많은 예금을 갖고 있는 고객은 1만여명에 달한다. 이번 불법적인 특혜인출로 이들이 저축은행 부실을 정리한 뒤 돌려받을 수 있는 몫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예금자 보호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금융회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총부리는 금융감독원에 정조준 됐다. 금감원의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인 ‘검사업무’를 소홀이 한 탓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파견관이 도착하자마자 영업종료 된 뒤 셔터를 내리고 객장 안에 있는 고객들만 예금 입출금을 하게하고, 전산망을 장악해 임직원이 임의대로 친인척과 우량고객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게 검사업무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기에 앞서 금감원은 대주주에게 영업정지 신청서를 내도록 요구하며 밀고 당기는 승강이를 벌였다. 영업정지에 대한 정보가 새나가고,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불법적인 특혜 인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금융당국이 제공한 셈이다.

“환수 어려울 것”

금감원은 또 처음부터 예금 불법 인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전날인 2월16일 밤 현장에 파견 나가 있던 감독원 직원은 35건의 불법인출을 적발해 곧바로 전표를 취소시켰다. 그러고도 감독원은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이 저축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3월말에야 뒤늦게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피해 고객들은 현재 부당 인출된 예금에 대한 환수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도 부당인출이 확인되면 모두 환수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근거로 민법상 ‘채권자 취소권’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자 취소권이란 채권자의 불법행위로 다른 채권자의 권익이 침해됐다면 이 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자기 돈을 찾아간 예금주들에게 돈을 다시 내놓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임직원의 연락을 받고 돈을 찾아간 예금주라도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편법이 동원됐더라도 예금을 찾아가는 것은 해당 예금주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애초에 부실 저축은행을 단속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보여주기 식’의 예금 환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알고 있었으면서 그동안 쉬쉬해 온 것”이라며 “사실상 제 돈 찾아간 사람들의 예금은 환수한다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예금지급이 어려워져 예금자의 권익이나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지난 2월17일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검찰은 특히 최근 부산저축은행 오너 일가들까지 영업정지 전에 이미 예금을 인출해 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도 이만하면 해외 토픽감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부산저축은행 오너일가의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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