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VS 네티즌 ‘혈투’ 벌인 사연

2011.04.29 10:24:32 호수 0호

소송 운운 입 틀어막으니 “무서워서 말이나 하겠나”

하나금융지주가 혈투를 벌였다. 상대는 네티즌 1명이다. 이 네티즌이 하나금융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쓴 게 원인이었다. 발끈한 하나금융은 네티즌에게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으름장을 놨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네티즌들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해당 네티즌의 주장이 모두 하나금융지주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토론방 네티즌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엄포
“내부통합 안돼” 주장…“틀린 말 아닌데?”
 

최근 한 포털사이트 토론 게시판에 ‘라이거어퍼컷’이라는 네티즌이 쓴 ‘하나금융은 비빔밥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하나금융이 13년 동안 3개의 은행을 인수·합병한 사실을 들며 운을 뗐다. 과거 단자사로 출범해 지난 1991년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은 1998년 6월 강제 퇴출된 충청은행을 인수하고, 1999년 1월 보람은행과 합병했으며, 다시 2002년 12월 서울은행과 합쳐 현재에 이르렀다.

이어 이 네티즌은 “(하나금융이 벌인) M&A는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었다”며 “하나, 서울, 보람, 충청은행은 ‘하나’라는 이름처럼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 출신 은행별로 나뉘어졌다”고 지적했다.

“비빔밥 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이 네티즌은 “하나은행이 출신 은행별로 인사·급여·근무지역 등에서 차등을 주었기 때문”이라며 “하나금융에 일명 ‘성골문화’로 불리는 폐습이 있다”고 전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내부적인 융화도 이루지 못한 하나금융이 또다시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한다”며 “하나금융은 몸집불리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내부 결속을 통해 조직의 위기를 넘기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 네티즌을 두고 보지 않았다. 바로 법무팀을 투입시켰다. 하나금융 법무팀은 네티즌의 글에 단 답글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및 그 자회사 등의 신용과 명예를 훼손하고 영업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고자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명예훼손적인 게시물을 즉각 삭제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그동안 이 네티즌이 작성한 모든 글은 해당 토론방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나금융도 자신들의 경고글을 삭제했다. 해당 네티즌은 글 삭제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협박으로 인한 자진 삭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나금융의 이같은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허위사실이라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반박을 하면 되는데 무턱대고 고소하겠다는 것은 협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틀린 말도 아닌데 왜 과민하게 반응하느냐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금융은 예전부터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HSBC은행’이라는 하나은행의 별칭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영국계 글로벌 대형은행인 HSBC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하나은행(H) 서울은행(S) 보람은행(B) 충청은행(C)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해 온 하나은행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출신 은행 간 결합이 미흡한 현실을 꼬집는 의미로 하나은행 안팎에서 쓰이는 말이다.

하나금융 경영진들은 “여러 이질적인 집단이 모인 만큼 개방적인 분위기가 기업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은행 출신의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성골(하나은행) 출신에 비하면 서울은행 출신은 상대적으로 연봉도 적고 진급도 느리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한 성골과 비성골들의 사이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몸집 불리기보다 내실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 역시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무리한 외형 확장 자제, 건전 내실 경영을 유도하고 있다.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규모 이전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대형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우선이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또한 “덩치만 키우는 은행 대형화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은행 대형화를 위한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OECD,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등에서도 은행 대형화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다.

귀담아 들을 비판

하나 같이 하나금융이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이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채 협박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해당 네티즌은 이전에도 김승유 회장을 비하하는 등 20여개의 비판글을 올린 바 있다”며 “이번 일만을 문제 삼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합병한 은행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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