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저축은행 이중 영업 의혹 <추적>

2011.03.08 10:05:55 호수 0호

멀쩡한 금융사가 고리사채업 ‘딱 걸렸다’

저축은행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정기관이 한 저축은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너의 비리 정황을 잡고 내사에 나섰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역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안 그래도 ‘저축은행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서민들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정기관 ‘오너 비리’ 포착…첩보 입수해 내사
차명으로 사설 대부업체 운영 “불법 대출 중개”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없는’ 서민들이라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은 여기까지라고 장담했지만, 그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 같은 돈’을 언제 날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비자금 조성 추적

이 와중에 사정기관이 최근 A저축은행 오너의 비리를 포착해 관련 혐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차명으로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한 것.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오너는 회사 임원 출신인 자신의 최측근 명의로 사설 대부업체를 차려놓고 대출 중개를 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 소외계층을 상대로 사채업을 해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A저축은행에 찾아온 고객이 신용불량으로 대출이 불가능하면 담당 직원이 오너의 차명 대출업체를 소개해 주는 식으로 영업이 이뤄졌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여신 절차 문턱이 낮지만 신용 등급과 소득, 채무 상황 등의 자체 심사 기준이 있다. 아무리 신용이 엉망이라도 상대적으로 대부업체에선 쉽게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사정기관은 2009년 1월 연이자 상한선을 60%대에서 40% 이하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이 추진되자 오너가 저축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사설 대부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자제한법 개정 이후 일반 저축은행 이탈 고객들이 대부업체로 몰려 사채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정기관은 대부업체가 현행 대부업법상 법정 금리상한인 연 44%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줬는지를 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탈세와 비자금이 조성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그 중 일부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A저축은행이 대출을 알선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받았는지도 추적 중이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대부중개업체가 대부업체에 채무자를 소개해주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은 허용되지만, 비인가이거나 채무자에게서 직접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사실 금융업계와 증권가에선 이미 A저축은행의 사채업 운영설과 비자금 조성설, 정·관계 로비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A저축은행 측은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이지 않자 더 이상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경영하면서 서민 등골 빼먹는 대부업체까지 운영했다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저축은행 오너가 대부업체 실소유자인지와 ‘검은돈’을 챙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로선 A저축은행 비리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직 내사 단계인 탓이다. 사정기관은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비리 의혹만으로도 A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고객들도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비밀리에 내사를 벌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사정기관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은 최근 저축은행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오너들의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이란 판단에서다. 특수팀은 대주주나 경영진이 차명 계좌를 통해 돈을 빼돌리는 등의 불법 행위를 수사한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협공에 국세청, 공정위까지 가세할 태세다. 국세청은 차명, 위장·변칙 거래 등을 이용한 지능적 탈세 혐의자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공정위는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철저히 감시·감독하고 있다.

로비 가능성도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 “저축은행을 사금고로 여기는 대주주가 문제로, 이들을 막지 못하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며 “당국은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행위와 비리를 파헤쳐 횡령·배임과 같은 강력한 혐의를 적용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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