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파격 연봉 인상의 숨은 내막

2011.01.04 09:53:20 호수 0호

“소송으로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더니…”


‘이랜드 송 페스티벌’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이랜드 임직원 3000여명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연봉 인상 선언 때문이었다. 은퇴기금 신설과 연봉 최대 50% 인상 등 파격적인 내용에 임직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박 회장이 이처럼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한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과중한 업무와 책임…보상 체계는 약해
이직 의사 내비치는 개인 상대로 소송


지난해 12월18일 이화여대 대강당에 이랜드그룹 임직원 3000여명이 모였다. 매년 여는 성대한 사내 합창 대회인 ‘이랜드 송 페스티벌’을 위해서였다. 이날 이랜드 직원들의 입에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다름 아닌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깜짝 발표’ 때문이었다.



은퇴기금·연봉 50%인상

박 회장은 ‘은퇴기금’ 신설과 직원 연봉 최대 50%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신 보상제도’를 내년 3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순이익의 10%를 따로 떼내 퇴직금과 별도로 정년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랜드의 연간 순이익이 300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수백억원의 기금이 조성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 지분을 73%가량 보유한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결국 박 회장 몫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랜드의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은 매년 적립되는 은퇴기금을 정년퇴직할 때 한꺼번에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인별 성과에 따라 수억원이 넘는 목돈을 쥘 수 있게 된 것. 다만 정년 전에 퇴직할 경우 빈손으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임직원 연봉도 지금보다 최대 50%가량 오른다. 신입사원은 지금보다 25% 늘어난 3600만~4000만원을 받게 된다. 과장 및 부장의 평균 연봉도 각각 6500만원과 1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개인별 성과에 따라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업적금’을 더하면 최대 연봉은 각각 8500만원과 1억4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박 회장이 이 같은 연봉인상을 단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엔 그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패션업계에서 이랜드는 이른바 ‘패션 사관학교’로 통한다. 이랜드 출신들이 웬만한 중견 패션기업의 주요보직을 꿰차고 있어서다.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위주로 선발하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이랜드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은 뒤 체계적인 교육과 실무를 통해 ‘기본이 탄탄한’ 패션 전문가로 키운다. 특히 이랜드는 권한과 책임을 많이 부여해 단기간에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키워주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이랜드는 박 회장의 남다른 지식경영에 대한 소신 때문에 이랜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있다. 이랜드 직원들이 패션업계에서 ‘영입 대상 1순위’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업무와 책임이 과중한 데 비해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경쟁업체들이 거액의 연봉과 직급 상승을 내걸고 유혹하면 이랜드 입장에선 애써 키운 인재를 속수무책으로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랜드가 고안해낸 게 바로 ‘전직 금지 서약서’다. 이랜드는 업무 성격과 중요도 및 경력에 따라 일부 직원들에게 일정 기간 이직을 금지하는 서약서를 받는다. 그런데도 이직을 감행하면 이랜드는 업무상 기밀 유출을 명목으로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

소송에 이직 포기

이 때문에 그간 이직을 감행했다가 소송 대상이 된 직원들이 이랜드에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배상했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심지어 이랜드 법무팀이 이직한 기업의 대표이사를 직접 찾아 업무상 기밀을 빼돌리기 위해 이랜드 출신을 고용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직한 회사의 관리자들을 소송 상대방으로 계속 호출하기 때문에 이직자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송이 두려워 이직을 포기하는 직원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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