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17)동양그룹 현승담

2011.01.04 09:44:45 호수 0호

외아들이냐 장녀냐 회장님은 고민 중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머지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재계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열일곱 번째 주인공은 동양그룹 현승
담씨다.

직함은 누나 지분은 남동생 ‘앞서거니 뒤서거니’
“후계구도 예측불허” 남매 경영체제 구축 가능성


대기업은 보통 유교적 전통에 따라 장자가 물려받는다. 또는 나머지 아들 딸 가운데 ‘될성부른 떡잎’을 키운다. 자녀가 없으면 오너 형제가 ‘지휘봉’을 잡거나, 그 형제의 자녀를 양자로 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예외다. 고 이양구 창업주는 장녀 이혜경씨가 있는데도 검찰 출신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극히 드문 경우다.



상무보 vs 부장

동양그룹과 뿌리가 같은 오리온그룹을 차녀 이화경씨가 아닌 사위 담철곤 회장이 맡은 것 외에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재계에선 동양그룹의 후계자를 점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황태자’가 떡하니 있지만 딸이 셋이나 있어 예측불허 상황이다.

동양그룹 후계구도는 한마디로 ‘백중세’다. 현 회장은 슬하에 1남3녀(정담·승담·경담·행담)를 두고 있는데, 이중 장남과 장녀의 ‘2파전’으로 좁혀진다. 올해 각각 34세, 31세인 정담씨와 승담씨가 주인공. 이들은 모두 동양그룹에 재직하고 있다.

일단 승진은 누나 정담씨가 빠르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정담씨는 뉴욕주립대 연구원과 HSBC(홍콩상하이은행) 인턴사원 등 경력을 쌓고 2006년 10월 동양매직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1년여 만에 부장(마케팅실장)으로 승진한 뒤 다시 2009년 1월 상무보에 올랐다. 입사 2년2개월 만에 임원으로 점프한 것. 그해 3월엔 임기 3년의 동양매직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승담씨의 초고속 승진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그룹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짧은 시간에 동양매직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등 정담씨는 남다른 능력과 성과를 공정하게 인정받고 있다”며 “정담씨가 동양매직의 마케팅을 책임진 이후 회사의 주력인 가스레인지와 정수기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승담씨도 미국 스탠퍼드대를 나왔다. 컴퓨터 사이언스와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고 공익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스탠퍼드 대학원 재학 중 2007년 6월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입사해 2009년 1월부터 동양종금증권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현재 그룹의 중추인 금융부문 사업 전반에 대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전언이다.

반면 지분은 동생 승담씨가 앞선다. 동양그룹의 지주회사는 동양메이저로 볼 수 있다.
동양메이저는 동양매직(46.43%), 동양시멘트(29.42%), 동양시스템즈(22.35%), 동양캐피탈(100%), 동양리조트(100%) 등 대부분의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동양메이저의 개인 최대주주는 현 회장으로 1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이혜경씨(7.23%), 승담씨(1.1%), 정담씨(0.95%) 순이다.

0% vs 20%

남매간 동양메이저 지분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숨겨진 진짜 지주사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바로 동양레저다.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 지분을 31.61%나 쥐고 있다. 결국 동양메이저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동양레저는 풍부한 자금력으로 동양메이저 외에도 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인 동양종금증권의 최대주주(14.89%)이기도 하다.

승담씨는 그룹의 축인 동양레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 지분(30%)을 합하면 50%나 돼 사실상 부자가 지배하는 셈으로, 현 회장 지분이 승담씨에게 넘어가면 동양그룹 승계작업이 마무리되는 구조다. 정담씨는 동양레저 지분이 없다.

승담씨의 동양레저 지분 취득을 놓고 논란도 있다. 동양레저가 오너 개인회사나 다름없고, 비상장사인 탓이다. 2005년 6월 동양메이저의 500억원 유상증자 과정에 동양레저가 참여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서자 동양레저를 앞세워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지 않겠냐는 의심을 받았다.

현 회장은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초 동양레저 지분 80%를 갖고 있다가 50%를 동양캐피탈(10%), 동양온라인(30%), 동양파이낸셜(10%)로 분산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동양레저가 동양메이저 지분을 확대해 승담씨를 염두에 둔 그룹 후계구도를 굳히고 있다는 관측이 기정사실화되는 양상이다. 유상증자 당시 동양레저의 동양메이저 지분은 24.55%였다.

재계 관계자는 “직함은 정담씨가, 지분은 승담씨가 우위를 보여 동양그룹의 후계자를 지금으로선 확언할 수 없다”며 “남매간 선의의 경쟁을 두고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하면 승담씨는 그룹을, 정담씨는 일부 계열사를 맡는 등 역할분담을 통해 남매 경영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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