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니뽄 알러지’ 설왕설래

2010.12.21 11:19:32 호수 0호

일본의 ‘日’자만 들어도 ‘콩닥콩닥’

일왕 생일 행사에 축하 화환 보낸 기업들 뭇매
친일 논란·일 자금 회사 “솥뚜껑보고 놀랐네”


일본’얘기만 나오면 화들짝 놀라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쟁점으로 일본이 타깃이 될 때마다 숨죽인다. 자칫 불똥이 튈까 해서다. 그 이유가 뭘까. 이른바 ‘니뽄 알러지’를 앓고 있는 기업들을 추려봤다.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천황 폐하 탄신 축하파티’. 아키히토 일왕의 77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 일부 기업들이 축하 화환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말들이 많다. 롯데그룹, LG그룹, 한진그룹, 하나금융그룹 등이다.

이들 기업은 ‘천황폐하 탄생축하’ ‘Congratulation’등의 축하 메시지가 적힌 화환을 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천황폐하 탄생축하’

네티즌들은 “강제 징용과 원폭 피해자, 위안부 보상 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잘 하는 짓이다” “한일 강제합병 100주년을 맞아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기업들은 일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등의 질타를 쏟아냈다.

급기야 일부에선 화환을 보낸 기업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 그룹은 “특별한 의미 없이 화환을 보낸 것”이라며 “이렇게 문제가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는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 관계를 이해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 국민들은 유독 ‘일본’에 민감하다. 35년간 나라를 일본에 빼앗겨 당연할 수 있다. 징용·위안부 문제와 독도 망언 등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일본이 타깃이 되면 특히 더 하다. 이런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그룹, 삼양그룹, 경방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림그룹, CJ그룹, 보광그룹, 대한전선그룹 등이다.

이중 ‘친일기업 논란’하면 현대그룹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거론된다.현정은 회장의 조부가 일제 강점기 때 중추원 참의를 지낸 현준호씨인 탓이다. 중추원 참의는 친일규명법에서도 명기된 민족반역자로 분류된다. 호남의 대부호였던 현씨는 1920년 호남은행을 설립해 대표를 지내다 1930년 중추원 참의가 된 직후부터 일제 편에 섰다.

조선총독부 편찬 공로자 명단에 오르는가 하면 일본의 정책을 대중에 선전하는 시국강연회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또 총독부 시국대책조사위에 참여했으며 비행기까지 헌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얘기에 화들짝

현씨는 이 댓가로 2002년 국회가 발표한 친일파 708인 명단과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씨뿐만 아니라 부친 현기봉씨도 전라남도 참사, 전남도평의회 의원, 중추원 참의 등 일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나머지 그룹들도 오너의 조상이 ‘친일 족적’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지 일가 윗대 가운데 한두 명이 일제강점기 시절 ‘나랏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욕먹고’있는 것이다. 특히 매번 돌아오는 삼일절, 광복절마다 홍역을 치른다. 물론 선대의 과오나 오점을 무턱대고 후손들에게 지게 하는 것은 잔혹하지만, 부의 세습이 이뤄지는 재계 특성상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자금이 유입된 기업들도 이와 같은 ‘니뽄 알러지’를 앓고 있다. ‘일본’얘기만 나오면 화들짝 놀라는 게 그 증세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일본 자금의 막대한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돈’하면 롯데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외관상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별도의 법인으로 보이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대부분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롯데그룹에 대한 일본 자금의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스보일러 업계의 대명사 린나이는 린나이재팬이 96.9%의 지분을 소유한 사실상 일본 회사다.

당초 국내 사업자와의 지분 비율이 49:51 정도의 합작사 형태로 출범했으나, IMF 외환위기 직후 린나이재팬으로부터 들여온 차입금 55억엔(한화 864억원)을 변제하지 못해 지난해 지분이 넘어갔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CJ라이온도 일본 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CJ그룹은 2004년 8월 일본 라이온사에 1990년부터 꾸려온 생활용품부문을 매각했다. 일본 라이온사가 81%를, CJ가 19%를 갖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와 에스원 역시 각각 일본법인 야쿠루토혼샤가 38.3%를, 일본세콤사가 24.66%를 소유하고 있다.

해태음료는 아예 일본 업체다. 해태음료는 2000년 6월 해태그룹에서 분리돼 일본업체 5개사가 참여한 아사히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지분은 아사히맥주 41%, 마루베니 32.5%, 호텔롯데 19%, 미쓰이물산 5%, 덴쯔 2.5% 등으로 100%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도 일본 기업들의 지분이 있다.

진로의 경우 한때 일본 자금설로 난리가 났었다. 진로 측은 ‘진로에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확대되자 즉각 진화작업에 나섰다. 심지어 제품과 신문 지면에 ‘일본 자본이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이란 문구와 함께 주주 현황과 보유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일본’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인다는 방증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