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환경의 메카 포스코 광양제철소 탐방

2010.11.16 07:55:56 호수 0호





1995년부터 환경경영 방침 제정 환경 위해 노력
폐열 이용 온수 생산, 지역난방용으로 공급
‘자전거 데이’로 건강 챙기고 환경경영 동참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다.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들이 지도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극심한 자연재해와 이상기후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환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환경경영의 모범생, 포스코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요시사>는 전라남도에 자리한 광양제철소를 찾아 환경을 위한 이들의 행보에 발걸음을 맞춰봤다.



광양제철소는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이 포항제철소에 이어 건설한 제2의 제철소다. 광양제철소의 역사는 1982년 456만평의 망망한 바다를 메워 공장 부지를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1985년 연간 270만톤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1기 설비 건설에 착공한 이후 계속해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2010년 현재 총면적 1857만㎡의 부지에 5기의 고로를 보유하고 연간 1800만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제철소로 성장했다.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을 방문한 것은 지난 9일. ‘클린앤그린(Clean & Green)’이라는 대형 간판이 달린 게이트를 통과하니 제철공장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도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도보로 둘러보려면 며칠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때문에 버스에 몸을 싣고 제철소 곳곳을 살펴봤다.

단일 제철소 세계 최대 규모

당초 척박한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직접 찾은 제철소는 예상과 달랐다. 길게 뻗은 도로와 커다란 공장 건물이 시원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지면서 수목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철소 내의 꽃과 나무들은 환경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투자한 것만 8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포스코는 이미 1995년부터 환경경영 방침을 제정, 기업 활동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포스코가 ‘굴뚝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국내 대표적인 친환경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환경경영에 대한 의지는 환경 개선을 위해 투자한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환경설비 분야에 포스코가 투자한 금액은 4940억원으로 총 설비 투자액의 12.2%에 달한다. 1968년 창사 이래 지난해까지 모두 3조4468억원을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도로변 공터에는 철의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이 원재료는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되는데 그 길이가 자그마치 42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광양에 이르는 거리다.

그 맞은편에는 직경 2미터 가량의 노란색 대형 파이프가 길을 따라 이어져있다. 고로에서 뻗어 나와 1485만m²의 제철소 부지를 가로지르는 이 파이프는 쇳물을 끓일 때 나오는 부생가스를 자가발전소로 실어 나른다. 부생가스는 100% 회수돼 발전용과 조업용으로 반반씩 쓰인다. 덕분에 광양제철소 80%에 이르는 전력량을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과 에너지 회수설비를 통해 자체 조달한다.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제선공장. 이곳에서는 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공장 내부를 둘러보던 중 시커먼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이 물질은 이른바 ‘슬래그’라고 불리는 쇳물 찌꺼기였다. 슬래그는 중금속 등이 포함돼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과거 슬래그는 철강 생산 업체에 골칫덩어리였다.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만 나와

하지만 미운 오리새끼로 여겨지던 슬래그는 이제 백조로 거듭났다. 슬래그를 포함한 부산물들이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3000만톤의 조강을 생산하면서 포항·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부산물은 모두 1861톤. 이 중 98.7%는 사내외 자원으로 유용하게 재활용됐다.

포스코는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이용해 선철을 만들 때 생기는 ‘고로 슬래그’를 시멘트 및 콘크리트 혼화재 등으로 전량 재활용하고 있다. 또 선철을 정련해 불순물을 없애는 과정에서 생기는 ‘제강 슬래그’의 경우 토목용 골재 등으로 전량 재활용해 국내에서 부족한 천연자원을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공장에서 나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얼마간 이동하다보니 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를 끊임없이 뿜어대고 있는 게 보였다.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연기의 정체는 수증기. 연기의 98%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는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물질의 배출농도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1760억원을 투자, 2007년 12월 광양제철소 소결로에 ‘배출가스 청정설비’를 준공했다고 한다.


이어 발길이 향한 곳은 압연공장이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시뻘겋게 달궈진 슬래브(열연제품의 소재)가 길게 늘어선 압연기를 통과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장에서 사용되는 ‘연연속압연기술’은 2006년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방식으로 종전의 압연 공정에 비해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더 단단하고 얇은 강판을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달궈진 슬래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대단했다. 주변의 공기가 이글거릴 정도였다. 10여분을 걸어 공장 끝자락에 다다르자 최초 20m정도에 불과하던 슬래브가 1km까지 늘어나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슬래브는 코일 형태로 말려 상품화돼 있었다. 거대한 두루마리 휴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판은 자동차부터 가전제품, 식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공장에도 환경경영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 온수를 생산해 지역난방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공정의 특성상 많은 열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연간 약 16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수질개선을 위해 각 공장에 설치된 폐수처리 설비에서 1차 처리한 물 98% 이상을 해당 공정에서 다시 사용하고 있으며, 재사용되지 못하는 물은 2차 처리설비를 거쳐 제철소 내 도로청소와 먼지 발생 저감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약 1시간 반에 걸쳐 광양제철소 탐방을 마쳤다. 버스에 올라 제철소를 나서는 길, 한 건물 앞에 자전거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쾌적· 건강한 제철소 실현

광양제철소가 매주 화요일을 ‘자전거 타는 날’로 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환경경영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쯤 되니 포스코의 환경 개선 정책이 ‘독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를 통해 차량 통행량이 하루 8000대에서 5000대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승용차 한 대가 하루 10km를 운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46kg을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1656톤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 이 건물에는 지난 1987년, 광양제철소 1기 설비 준공과 함께 국내 최초로 설치한 ‘환경관제센터’가 있다고 한다. 이곳은 공해방지설비의 효율적인 운영과 환경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24시간 ‘풀가동’ 되고 있다.

“‘쾌적하고 건강한(clean & green)’ 글로벌 수준의 제철소를 실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혀온 포스코. 앞으로도 환경경영을 향한 담금질을 계속해 나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