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유통공룡 “자비란 없다”

2010.11.16 07:54:05 호수 0호

롯데그룹 ‘무자비경영’ 도마 오른 내막

 

노조 결성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직장 잃어
롯데월드 내 240여개 점포에 일방적 계약해지

‘유통공룡’ 롯데가 사람을 잡고 있다. 어찌나 덩치가 큰지, 가벼운 손짓 한 번에 힘없이 나가떨어진다. 롯데월드 쇼핑몰에서 상가를 운영하다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노조를 결성했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직원들도 있다. 소비자에게도 자비란 없었다. 롯데마트에서 다친 고객에게 되레 소송을 제기한 것. 이 같은 롯데의 횡포에 세인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 1위 롯데슈퍼가 최근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롯데슈퍼 원효로점’을 기습 오픈해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슈퍼 원효로점이 들어선 자리에는 공사기간 내내 가림막이 쳐져 있었고 가림막 외벽에 ‘스시뷔페 입점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슈퍼였다.

SSM의 경우 지역 상인들이 매장 오픈 전 사업조정 신청을 내면 관계당국이 해당 업체에 개업 연기 권고를 내릴 수 있다.

SSM에 중소상 눈물

하지만 이번 롯데슈퍼 원효로점의 경우 인근 상인들이 개점 당일까지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해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기습 출점에 성공한 원효로점은 현재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 11일에도 대학로점을 ‘기습오픈’해 물의를 빚었다. 오픈 준비 기간 동안 ‘피자가게 개점 예정’이라는 현수막을 외부에 게시, 인근 상인들을 속인 후 11일 새벽에 돌연 롯데슈퍼 간판을 내걸었다.
원래 피자가게가 있던 자리라 인근 상인들은 롯데슈퍼 개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인근 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롯데슈퍼는 아랑곳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

롯데슈퍼의 기습 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개점 준비 기간 가림막을 치고 공사하다 개점 당일 임시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습 출점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롯데슈퍼의 매장수도 올 들어 크게 늘어 현재 전국 점포수는 230여 개에 이른다. 업계 점포 수 1위다. 특히 롯데슈퍼는 상생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40여 개 매장을 새로 열면서 소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롯데슈퍼의 기습 출점은 대기업이 최소한의 상도덕도 지키지 않는 몰염치한 행위”라며 울분을 토했다.

롯데그룹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것은 동네 소상공인들 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의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24명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는 지난 9일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대전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롯데백화점 유지·보수 용역업체인 엠서비스가 지난 1일 노동자들에게 계약 만료(해고) 통보를 했다”며 “집단해고 사태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원청회사 롯데백화점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노조 대전일반지부 김경식 롯데백화점 지회장은 “온갖 부당한 업무까지 떠맡아오다 지난달 초 노조를 결성했더니 노조 탈퇴를 요구하며 회유하고 압박했다”며 “결국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단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노조 결성 뒤 엠서비스 측은 노조 지회장에게 소장직을 제안하고 갈비·과일세트를 보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노동자는 1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으며 시설 보수·유지 업무를 해왔다. 용역업체가 수차례 바뀌긴 했지만 고용 승계가 이뤄지면서 10년 넘게 일해 온 사람도 이번에 해고당했다고 한다.

믿었던 롯데에게 ‘뒤통수’를 맞은 이들도 있다. 서울 잠실에 자리한 ‘롯데월드 쇼핑몰’ 내 240여 개 점포 상인들은 롯데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거리로 내몰릴 처지다. 이들은 지난해 10월18일 롯데로부터 임대차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점포 상인들에 따르면 그동안 주변지역 재개발과 주변 입주민 이탈로 오랫동안 매출적자를 겪어 왔다. 그럼에도 이들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롯데가 재개발이 끝나면 매출이 오를 것이라며 업주들을 붙잡아 왔기 때문이다.
롯데의 말대로 지난해 말 재개발이 완료되면서 점차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롯데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계약 해지 통보가 날아든 것도 이 때였다. 상권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감언이설로 상인들의 발목을 잡아오다 돈이 모이자 곧바로 본색을 드러낸 것.

비상대책위원회 측 관계자는 “어려울 때는 조강지처라며 붙잡더니 상권이 살아나자 상인들을 내쫓고 직영점을 운영하려 한다”며 “롯데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기업”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점포 상인들은 “롯데는 1989년부터 2007년 8월까지 광고를 목적으로 매달 3만원씩 가져가고도 고작 2회만 광고를 하고, 이후 롯데월드 광고로 대체됐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수금한 돈만 30억원이 넘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롯데는 소비자에게도 가차없었다. 롯데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다친 고객의 피해 보상을 거부한 뿐만 아니라 소송을 불사한 것.

롯데백화점을 찾은 A씨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 갑자기 작동이 멈추는 바람에 목과 허리에 부상을 입었다. 피해보상을 요청했지만 롯데 측은 “보험사가 배상한 만큼 별도 책임이 없다”며 거부했고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를 달거나 작동이 멈출 때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별도시설을 갖췄어야 했다”며 “이런 점을 간과한 롯데는 관리상 하자와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소비자에 소송도

그럼에도 롯데는 승복하지 않았다. 현재 롯데는 이번 건과 관련 서울고법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에 3조5310억원, 영업이익 241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23.1%, 44.7%씩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신세계(12%), 현대백화점(4%) 등 유통 3사 가운데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6.2%를 기록해 1분기에 이어 최대 마진율을 달성했다.

게다가 지난 9일, 롯데백화점은 전국점포에서 하루 동안 67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백화점업계 일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 유통공룡 롯데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지만 그 발밑에선 중소상인과 노동자, 소비자들이 짓밟히며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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