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특허청 ‘수상한 밀월’ 막후

2010.11.09 10:34:13 호수 0호

‘정분 났나’ 17년간 의문의 동행


1994년부터 특허넷 사업 독점…‘몰아주기’의혹
국감·감사원 지적에 ‘배짱’ 뇌물사건도 잇달아


지난달 4일 인천공항. 외국에서 귀국하던 노모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대 출신의 특허청 사무관 노씨는 조직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남보다 승진도 빨랐다. 미래가 밝은 그가 무슨 이유로 쇠고랑을 찬 것일까.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노씨의 철창행에 LG CNS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또 왜일까.

검찰은 지난 9월 LG CNS 영업부 직원 김모씨가 특허청 정보기획국 사무관 노모씨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섰다. 이 결과 LG CNS와 특허청간 ‘검은 거래’가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LG CNS가 전산 장비의 납품과 유지·보수를 하는 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노씨에게 직불카드를 건넸고, 노씨는 지난 8월까지 4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총 6000여만원을 사용했다.



‘검은 거래’ 적발

하지만 검찰은 노씨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노씨가 연수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했기 때문이다. 잠시 답보 상태였던 수사는 지난 4일 노씨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검찰은 노씨가 받은 돈이 윗선으로 흘러갔는지 캐고 있다. 또 LG CNS와 다른 공공기관 공무원들간 뇌물 고리가 있는지도 보고 있다.

LG CNS와 특허청은 “회사(기관)와 무관한 두 사람의 개인 비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양측은 커넥션 의혹에 대해 “전혀 연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LG CNS와 특허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위해 공무원에게 수천만원이 든 직불카드를 건넨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LG CNS와 특허청의 수상한 동행은 이번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다. 특허청이 LG CNS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밀월’ 의혹이 제기된 것.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G CNS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특허청의 특허넷 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LG CNS가 지난 17년간 특허청으로부터 따낸 특허넷 사업 금액은 총 2360억3500만원이다. 특허넷은 특허청이 특허 출원과 등록, 심사, 심판 등 특허 업무 전 과정을 전산화한 특허행정 정보화 시스템이다.

김 의원은 “특허정보시스템을 특정업체에 독점 위탁할 경우 특정업체에 대한 기술 종속성 증가와 지식재산권 핵심기술의 유출 우려 및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 우려, 예산낭비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특허정보시스템 계약 시 실질적 경쟁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계약 체결 시엔 공개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도 특허청이 지나치게 LG CNS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최근 5년간 LG CNS와 계약 현황을 보면 특허청의 전체 계약건수 중 4.3%에 불과하지만, 그 계약규모는 1292억원으로 27.3%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LG CNS와의 수의 계약률이 62.2%에 달하고, 건당 35억원 정도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 역시 “이수원 특허청장은 LG CNS와 기존에 계약해 이게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며 “이럴 경우 계속 LG CNS와 계약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사실 LG CNS와 특허청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은 “15년간 한 업체가 독점하게 되면 공무원과의 유착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대기업인 LG CNS는 40억원 이하 사업 5건을 수주해 특허청 사업을 싹쓸이했다”고 말했다.

40억원 이하 사업은 현재 대기업의 참여가 금지돼 있으나 LG CNS의 수주 당시엔 제한 규정이 없었다. 앞서 2007년과 2008년 국감에서도 같은 의혹이 불거졌었다. 의원들은 특허청이 특허넷 구축과 관련 LG CNS와 유착해 특혜를 주고 있다고 성토했었다.
지난 4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감사원은 2008년과 지난해 특허청이 발주한 수의 계약은 모두 7건으로, 이 가운데 4건이 LG CNS와 맺은 계약이라고 밝혔다.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 계약을 하다 보니 특정 업체에 사업이 몰렸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및 기기도입을 담당하던 특허청 소속의 사무관이었던 한모씨가 2007년 LG CNS의 하청업체로부터 1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은 “한씨가 돈으로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나머지는 개인 용돈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한씨는 지난 8월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논란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LG CNS와 특허청은 ‘어깨동무’를 풀지 않았다. 특허청은 지난해 LG CNS와 126억8200만원어치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 특허넷 3세대 개발 사업(54억원)과 전산장비 통합 및 확충사업(52억원)도 LG CNS에 맡겼다.

IT(정보기술)서비스업계 관계자는 “국감과 감사 사건 등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에 걸쳐 특허청의 LG CNS 몰아주기가 문제됐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수의계약을 통한 LG CNS의 독점 운영은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경쟁 입찰을 실시할 경우 사업비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의계약

특허청은 LG CNS와의 밀월 의혹이 끊이지 않자 올해 입찰 업체 선정 기준을 개선했다. 기존 업체에 대해선 감점을 주는 방식을 도입한 것. 하지만 특허청에서 LG CNS의 승전보가 계속 들리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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