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 ⑨두산그룹 박정원

2010.11.09 09:59:20 호수 0호

떼 놓은 당상 ‘시한부 총수’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멀지 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경영수업 중인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아홉 번째 주인공은 두산그룹 박정원씨다.

서열·지분·직함 우월 4세경영 첫주자 유력
“내 차례는 언제” 10여명 사촌들 줄줄이 대기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기업이다. 올해로 창업 114주년을 맞았다. 고 박승직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에 개점한 ‘박승직상점’이 두산그룹의 모태다. 역사가 깊은 만큼 벌써 4세 경영에 접어들었다. 식구 또한 많아 한 자리씩 줘야 하는 ‘교통정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 접수

두산가 장손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정원(48)씨다. ‘장자 승계’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두산가 전통과 나이, 지분, 직함 등을 감안하면 4세 경영의 첫 주자로 유력하다.

정원씨는 오너일가 4세 중 처음으로 회장에 올랐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1985년 두산산업에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남의 밥을 먹어봐야 한다’는 두산가 고유의 경영철학에 따라 1992년 일본 기린맥주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오비맥주, (주)두산, 두산상사BG, 두산산업개발 등을 두루 거쳐 지난해 두산건설 회장으로 승진했다. 두산건설 회장 외에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주)두산 부회장, 두산모터스 대표이사, 두산베어스 구단주 등도 맡고 있다.

정원씨의 지분도 4세들 중 가장 많다. 윗대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앞선다. 언제라도 총수 자리에 앉아도 될 정도다.
정원씨는 지난 6월 기준 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 지분을 4.10%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명예회장(3.44%),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2.46%),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2.43%), 박용만 (주)두산 회장(3.29%) 등 부친과 삼촌들보다 지분이 많다. 10여명에 달하는 4세들은 정원씨의 절반 수준인 1.34∼2.73%를 소유하고 있다.

(주)두산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캐피탈, 네오플럭스, 렉스콘 등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두산그룹은 총수일가가 (주)두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결국 (주)두산을 장악한 정원씨는 그룹 1인자 지위를 간접적으로 확보한 셈이다. 정원씨는 (주)두산을 비롯해 두산건설 지분 1.5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20년전부터 미래의 제왕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정원씨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며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춘 상태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총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박 창업주가 세운 ‘가족 공동 소유·공동 경영’원칙에 따라 장자 승계를 바탕으로 형제들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경영권을 맡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2005년 오너일가간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형제의 난’으로 100년 전통의 가족경영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지금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원씨가 시나리오대로 지휘봉을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그 다음이 누구냐도 관심거리다.

박 창업주의 장남 고 박두병 초대회장은 6남1녀(용곤·용오·용성·용현·용만·용욱·용언)를 뒀는데, 이들에겐 각각 1∼3명의 아들이 있다. 현재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백중지세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우선 정원씨의 동생 지원(45)씨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뉴욕대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1988년 동양맥주에 입사해 두산상사, 두산자동차BU 등을 거쳐 현재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주)두산 2.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초대회장 차남 고 박용오 전 회장의 두 아들 경원(46)·중원(42)씨는 ‘형제의 난’이후 조용히 퇴장, 그룹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둘은 그룹과 별도로 성지건설을 경영 중이다.

3남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두 아들을 뒀다. 진원(42)·석원(36)씨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뉴욕대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1993년 두산음료에 입사한 진원씨는 두산인프라코어 전무로 재직 중이다. 석원씨는 한양대 생물학과와 뉴욕대 MBA를 졸업하고 1994년 두산정보통신에 입사해 두산엔진 상무로 있다. 형제는 각각 (주)두산 3.01%, 2.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4남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은 셋(태원·형원·인원)이다. 3형제는 모두 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연세대 지질학과와 뉴욕대 MBA 코스를 밟은 태원(41)씨는 1992년 효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약 3년간 일한 뒤 두산유리에 입사해 두산건설 전무로 있다. 한양대 고고학과와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취득한 형원(40)씨는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하버드대 MBA를 마친 인원(37)씨는 두산엔진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3형제는 (주)두산의 지분을 2.22%, 1.64%, 1.64%씩 보유하고 있다.

차기후보 백중세

5남 박용만 (주)두산 회장의 두 아들 서원(32)·재원(27)씨는 아직 그룹에 입사하지 않았다. 서원씨는 단국대 경영학과를 중퇴하고 미시간대를 나와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재원씨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형제의 (주)두산 지분율은 각각 1.62%, 1.34%다.

6남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외아들 승원(17)씨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박 회장이 개인사업을 하고, 부자 모두 (주)두산 지분이 없어 그룹 경영권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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