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스파이 뺨치는 몰카의 시대

잡으면 작아지고 또 잡으면 더 작아지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술의 진화는 일정 정도의 부작용과 맞닿아 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몰카(몰래 카메라) 범죄는 기술 발달에 따라 그 폐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적발되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 너머로 어두운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도핑, 금지약물 복용이다. 도핑은 경기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선수들은 일시적으로 경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흥분제나 호르몬제 등의 약물을 먹는다. 공정성이 생명인 스포츠에서 일종의 ‘꼼수’를 쓰는 것이다.

찍혀도

문제는 반도핑 기술의 발달 속도가 도핑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도핑 적발은 갑자기 경기력이 좋아진 선수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해 주변인의 폭로 등으로 확신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당시 경기에서는 도핑을 잡아내지 못하고 한참 후에야 사실이 드러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몰래 카메라(이하 몰카) 범죄도 도핑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적발하는 입장에서 몰카 범죄에 사용되는 기기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몰래 찍는 자와 적발하려는 자 사이에 쫓고 쫓기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그 폐해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피해자나 주변 사람이 몰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면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 


#1. A씨는 직장 상사에게 디지털 탁상시계를 선물 받았다. 침실에 시계를 뒀던 A씨는 께름칙한 기분에 그것을 옆으로 치워뒀다. 그러자 상사가 시계를 돌려 달라고 청해왔다.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시계에 몰카가 장착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해당 상사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2. B씨는 약 2㎝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경기도 용인시 일대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했다. 그는 얇은 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그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여성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잡혔다. 

안경·볼펜·단추형은 구식
흔하디 흔한 제품에 부착

#3. 배낭에 휴대폰을 끼우고 길거리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10대 C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C씨는 여성들을 따라가다가 이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방향을 바꾸자 가방을 돌리며 그대로 걸어갔다. 여성들이 C씨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그 속에선 여러 여성들의 사진이 다수 나왔다.

#4. 지난해 부산 수영구에서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날아올랐다. D씨와 E씨는 아파트 주변에 드론을 띄워 애정행위를 하는 남녀들을 몰래 촬영했다. 경찰 확인 결과 드론에는 아파트 주민 10쌍의 사생활이 담겨있었다. D씨는 징역 8개월, E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몰카에 사용되는 기기는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스파이 영화에서 봤던 안경·단추·볼펜형 몰카는 이미 구식이다. 그사이 많은 사람들이 필수품처럼 사용하고 있는 이어폰에 초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양쪽을 촬영하는 이어폰용 몰카가 나왔다.


겉으로 보기엔 흔하디흔한 이어폰이다.

요즘 몰카의 트렌드(?)는 가지고 다녀도 의심받지 않을 물품에 장착된 것이라고 한다. 단추형이나 볼펜형, 안경형 등이 구식으로 치부받는 이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게 갖고 다니는 게 아니라는 것. 최근에는 보조배터리형, 담뱃갑형, 카드형 등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 집에도 자연스럽게 둘 수 있는 옷걸이형, 액자형 몰카도 있다. 게다가 이런 몰카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휴대가 가능한 몰카의 경우 20만~30만원 선에서 살 수 있다.  

몰카 기기에 대한 높은 접근성은 필연적으로 몰카 범죄의 증가를 낳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최근 10년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몰카 관련 범죄는 2015~2019년 연평균 6192건으로 이전 5년(2000~2014년) 연평균 3330건보다 86% 늘었다.

지난해 집계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사건 6983(중복사례 포함) 중에서도 불법 촬영이 2239건(32.1%)으로 가장 많았다. 불법 촬영물 유포(1586건), 유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1050건), 유포 협박(967건) 등 불법 촬영물에서 비롯된 피해 사례가 뒤를 이었다.

국제기구 “한국, 몰카 중심지”
쫓는 식의 규제보다 교육해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총 4973명으로, 이 중 여성은 4047명이었다. 전체의 81.4%다. 

지난 16일 <로이터통신>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보고서 소식을 보도했다. 이 통신은 “한국은 불법촬영의 전 세계 중심지”라고도 했다.

HRW가 내놓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는 국제기구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심층 조사해 정부에 권고안을 낸 첫 사례다. 

HRW 연구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2명과 범죄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의 유족을 직접 인터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부 정책에 관여한 전직 관료, 경찰, 민간단체 등과도 20차례 인터뷰를 실시했다. 

보고서의 책임연구원 헤더 바 HRW 여성권리국 공동 디렉터는 성명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한국에서 너무 만연하고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어 모든 여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HRW는 형사사법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HRW는 “경찰은 신고 접수를 거부하고, 피해를 가볍게 여긴다. 또 피해자를 비난하고 촬영물을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며, 부적절하게 심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의 성범죄 사건 불기소 비율은 높은 편이고 판사들도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몰카 범죄 규제는 기술 발전을 쫓아가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과 유포 방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적발하는 방식으로는 몰카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몰카 범죄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모른다

HRW 역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 한국 사회 성불평등 수준을 낮춰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양형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설립하고, 상세 통계자료를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등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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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