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⑥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소장 “결국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

“결국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

[일요시사 취재2팀] 설상미 기자 =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의 생존자는 재판에서 1년6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가해자를 보며 이렇게 회상했다. 생존자에게 가해자는 그림자초자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이 한때 ‘연인’이었다는 이유로 생존자들의 피해를 희석시키곤 한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7일,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과 만났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중인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박성원 기자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단체다. 1983년 창립된 단체는 친밀한 관계에 의해 발생되는 여성폭력에 오래 전부터 주목해왔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정폭력과 달리,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마련돼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88명의 여성이 데이트폭력으로 살해됐다.

다음은 최 소장과의 일문일답.

-데이트폭력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범죄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데이트폭력이라고 명명된 지는 10년 정도 됐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이 가시화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트폭력 범죄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 생존자 수를 매년 집계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동안 88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미수까지 포함했을 때 196명 정도다. 언론에 보도된 수치니깐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 여성의 45%가 결국 가해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018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9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6명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결혼한 비율도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이들은 연애 때부터 데이트폭력에 노출됐다. 가정폭력 생존자들은 가해자가 결혼하면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은 두 사람의 권력관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가해자가 주도하는 관계가 결혼까지 나아간 것이다.

지난해 88명의 여성 살해
입법 부재로 지원 어려워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약하다.

▲다들 데이트폭력을 심각한 신체적 상해 정도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데이트폭력의 구조를 보면 강력한 권력관계 속에 있고,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뿌리내렸던 가부장적인 제도와 맞닿아있다. 가해자가 나를 존중하지 않고, 통제하려 들 때 이를 ‘폭력’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생존자 뿐 아니라 데이트폭력이 전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요시사>에서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을 보도했다.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이 겪는 패턴과 유사하다. 데이트폭력의 본질은 가해자가 생존자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정서적·경제적·신체적·성적 폭력들이 발생한다. 생존자는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통제를 받으면서 폭력을 당했다.
 

▲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박성원 기자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려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보복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는 경향이 강하다. 가해자를 자극해 오히려 자신의 신변이 위험해지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신고를 망설이는 것이다.

-수사기관에 의한 2차 피해도 크다고 들었다.

▲데이트폭력을 사소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 신고 이후에도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여성청소년과에서 담당하는 반면,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는 일반 형사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합의를 종용하거나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듯한 수사기관의 태도 때문에 생존자들이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현재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법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생존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많은 범죄들은 형법, 성폭력특별법 등에 따라 처벌된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생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와 장치들이 마련돼있다. 

사각지대 놓인 생존자들
수사기관의 2차 피해도

예를 들어, 가정폭력 생존자의 경우 사법경찰관리가 긴급임시조치를 신청하면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또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거나 의료지원 및 법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반면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는 마련돼있지 않다.

-법안 부재로 인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우리 상담소의 경우에도 가정폭력 및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여러 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는 지원이 어렵다. 의료 지원과 법적 지원 등에 한계가 있다. 상담을 요청하는 많은 분들께서는 사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싶은 욕구가 높다. 생존자들의 고통이 매우 심각해 이들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법적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데이트폭력 과정에 성폭력이 있지 않은 이상 이들이 법률 대리인을 지원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 ⓒ박성원 기자

-공권력이 개입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연인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아닌 사적인 일로 치부된다. 친밀한 관계에서 범죄가 이뤄지기 때문에 생존자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생존자의 정서적인 취약점도 잘 알고 있다. 은폐되면 피해가 장기화되고,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부터 시행된 ‘여성폭력기본방지법’에는 친밀한 관계에 발생하는 여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명시하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스로의 느낌을 믿으면 된다. 데이트폭력은 절대 생존자의 탓이 아니다. 생존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전문기관들이 많으니 상담을 받아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는 생존자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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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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