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야 사는 장동혁 무리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8.24 11:22:19
  • 호수 15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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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져도 붙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 전부터 지금까지 싸움을 언급한 주요 발언 사례는 최소 136차례다. 급기야 싸움은 공천 및 조직 인선 기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장 대표는 왜 지극한 ‘싸움 사랑’을 드러내는 것일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2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다시 싸움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지지자·당원이 원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싸우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당협위원장은 이제는 교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싸움닭’
당협위원장

이어 당협위원장을 평가·선출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다시 가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인재를 발굴하고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분들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해서 조직을 정비하게 하고 하나로 뭉쳐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의 임기는 이달 종료된다. 장 대표의 발언은 “사고 당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당협위원장을 재선출했던 관행을 깨고, ‘잘 싸우는’ 사람들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싸움을 총선 공천·당 개혁으로까지 연결할 구상을 밝혔다.

그는 “잘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충원하고 발굴하고 교육하고 양성해서 결국 다음 총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항상 당 노선과 함께 가며 하나로 뭉쳐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정당으로 만들어가는 게 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선거 출마 당시부터 지난 19일까지는 싸우다·싸움·투쟁·전쟁·전투·전사·전선·전장·반격·전투력·출정 등 표현을 수시로 활용했다. 약 13개월 동안 유사 표현을 사용한 사례가 최소 136차례 확인된다. 시작은 당 대표 출마 고민 단계였다.

장 대표는 지난해 7월10일 채널A와 인터뷰하면서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드는 게 쇄신”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싸울 마음이 없는 의원은 당을 떠나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후 장 대표의 주장 속 싸움은 더 많은 의미를 담아갔다. 첫 단계는 당 혁신론이었다. 대표 당선 직후인 지난해 8월에는 “잘 싸우는 사람만 공천하겠다”는 등 ‘싸움 실력’은 공천 원칙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선거는 체제 전쟁이고, 전사를 출마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싸움은 당의 정체성을 넘어 선거 전략을 설명하는 언어로까지 확대됐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당에 문제가 생긴 것은 당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당의 난맥상을 ‘싸움 실력 부족’으로 정리했다.

싸움 실력이 친한(친 한동훈)계 등 당내 반대파 평가 기준으로 노골화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이때 장 대표는 “민주당과 얼마나 싸웠는지 따져보자”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과 이달에는 ‘잘 싸우는 정당’을 평가 원칙으로 구체화하고, 제대로 싸우지 않은 당협위원장은 교체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져도 안 바뀌는 승리 공식
공천·인사까지 번진 싸움

이는 싸움 실력을 조직·인사 평가 시스템으로 확대할 방안을 밝힌 것이었다. 장 대표가 꿈꾸는 국민의힘의 미래상은 ‘20%만 싸우는 현재의 국민의힘을 80%가 싸우는 정당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일련의 흐름은 장 대표가 강조하는 싸움이 일회성 발언이 아니라 점차 체계화돼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달 13일 “정치인은 싸우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어떻게 잘 싸우는지, 국민들이 보기에 납득할 만한 싸움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싸우지 않겠다면 정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고 어떤 혁신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가 최근 지도부와 함께 고민하는 핵심 주제”라고 밝혔다.

이 역시 싸움 자체를 폐기했다기보다 싸움의 목적과 방향을 다시 정립할 필요성을 인정한 발언으로 읽힌다. 간단히 정리하면, 장 대표는 싸움을 말하며 혁신·공천 기준 → 선거를 전쟁으로 재정의 → 정치적 실패를 ‘싸움 부족’으로 해석 → 평가·공천 원칙 → 조직 개편 원칙 등으로 꾸준히 그 위상을 높였다.

싸움은 지난 6월 지방선거 패배 이전부터 장 대표의 소신 겸 정치 노선이었다. 그는 대표가 되기 전부터 “제대로 싸우는 전사만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잘 싸우는 정당”이라는 논리를 제시했고, 대표 당선 이후에는 이를 대여투쟁의 핵심 노선으로 확대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이전에는 선거를 체제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싸워 이길 전사가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방선거는 장 대표의 세계관에서 통상의 정책·인물 경쟁을 넘어 체제의 존립을 건 전쟁으로 다시 정의된 것이다.

문제는 지방선거 패배였다.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구 16곳 중 4곳에서만 승리하는 참패의 쓴맛을 봤다. 장 대표의 싸움론에 특히 불리한 대조를 이룬 것은 장 대표의 선거 지원을 거부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였다. 적어도 12 대 4라는 외부 결과는 장 대표의 싸움론이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게 만드는 지표였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싸움론을 폐기하기보다 다시 조직 쇄신의 핵심에 올렸다. 그가 제시한 구체적 해법은 결국 “20%가 아닌 80%가 싸우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방선거 패배라는 불리한 외부 결과를 맞은 뒤에도 기존 싸움론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특이한 패배 수습책이었다.

물론 지난달 13일에는 어떻게,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싸움론’과 어떻게 결합해 선거 승리로 연결할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불편한
12 대 4

그의 논리에는 “이기면 잘 싸워서 이긴 것이고, 지면 충분히 싸우지 않아서 진 것”이라는 증명하기 어려운 자기완결적 논리에 빠질 위험이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존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선거 패배는 학습 정보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를 상징하는 장면은 소장파인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과의 언쟁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6월26일 <펜앤마이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당에서 분열·갈등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지난 1년 동안, 그리고 지방선거 국면에서 민주당과 싸우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목록을 작성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기가 막히게 적과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당내에서 지도부를 공격할 때는 맨 먼저 나와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다”며 “당내 싸움에만 몰두하는 분들이 민주당과 싸우도록 만드는 것이 보수 재건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김재섭 의원의 반박을 몰고 왔다. 김 의원은 민주당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 검증을 선봉에 서서 주도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가 패배를 말하던 전장에서 저는 선봉에 서서 싸웠다”며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그 싸움이 장동혁 지도부를 흔드는 일이었다면 기꺼이 징계를 받겠다”고 반격했다.

이 장면은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후 승리한 것과 맞물려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체면·위상을 깎아먹은 장면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장 대표의 당시 발언은 그가 강조하는 싸움론의 비대칭성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 의원이 실제 선거 현장에서 민주당 후보 검증의 선봉에 섰는데도 장 대표가 “적과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었다”고 평가했다면, 결국 ‘언제, 누구와, 얼마나 싸워야 제대로 싸운 것인지’를 누가 판단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 사례만 놓고 보면 “전사가 돼 싸워야 하지만,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되는 대상이 하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 대상은 장 대표 자신이다.

문제는 “잘 싸웠다”는 명제에 대한 평가 기준의 차이로부터 비롯된다. 장 대표가 말하는 싸움 실력은 대여 투쟁 참여도·당 노선 준수·발언과 행동 등 활동량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성과는 선거 승리·득표율·정당 지지율·입법 성과 등 외부 지표로도 확인된다. 싸움의 활동량을 평가하는 기준과 정치적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같은 것이 아니다.

넘치는 의지
병법은 없다

따라서 장 대표는 “누가 적이고, 누가 제대로 싸웠는지 평가하는 권한도 당 대표에게 집중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생긴다. 장 대표가 싸움 실력을 공천·인사 기준으로 끌어올릴수록 싸움 실력은 정치적·도덕적 자격증처럼 기능할 수 있다.

특히 내부 비판보다 외부와의 싸움을 우선시하는 정치인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구조로 굳어질 경우 ‘잘 싸우는 정당’은 충성도 평가 시스템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아울러 그가 개신교 신앙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 대표는 정치적 갈등을 설명할 때 개신교적 전쟁과 섭리의 언어를 반복해서 사용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3월 세이브코리아 집회 연단과 여의도 집회 연단에 각각 서서 탄핵 정국을 체제 전쟁·영적 전쟁에 빗대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거나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고쳐 주실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엔 세계로교회에서 구약성서의 기드온이 미디안과 싸우는 장면을 끌어와 현재의 대한민국과 연결했다.

당시 장 대표는 “하나님께서 기드온에게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건지라고 말씀하셨을 때, 기드온은 ‘오 주여,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하리이까? 보소서, 내 집은 므낫세에서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답했다”며 “그때 하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하리라. 네가 미디안을 치는 것이 한 사람을 치는 것과 같을 것이라’”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드온과 함께했던 에벤에셀의 하나님께서 오늘 손현보 목사님과 우리, 대한민국과 영원히 함께하시고 우리와 대한민국을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벤에셀’은 기드온 서사가 아니라 <사무엘상>에 나오는 별개의 승리 모티프다. 장 대표는 서로 다른 두 성경의 승리 서사를 한 문장 안에 결합한 셈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은 7년 동안 미디안 사람들에게 약탈·압제를 당했다. 하나님은 구원을 청한 이스라엘을 위해 평범한 사람인 기드온을 선택했다. 기드온에게 모인 병력은 3만2000명이었지만, 하나님은 “너무 많다”면서 병력을 줄였다. 이스라엘이 승리를 자신들의 힘으로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실 정치에 소환된 기드온
전사·영적 전쟁의 세계관

최종적으로 남은 인원은 300명이었다. 기드온은 이들을 거느리고 항아리를 깨고 횃불을 드러내면서 나팔을 불었다. 그 결과 미디안 진영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결국 기드온과 전사 300명은 미디안을 격파했다.

장 대표가 현실 정치에서 반복해 사용하는 싸움·전사 등의 표현은 그가 스스로 정치 현장에 소환한 기드온 서사와 상당히 공명한다. 그의 발언을 통해 드러나는 국민의힘의 미래상은 “압도적으로 강한 적에게 맞서는 소수의 선택된 전사가 스스로 옳은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믿고 끝내 승리하는” 기드온의 전쟁과 닮아 보인다.

이 서사에서는 숫자의 열세가 곧 패배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조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기드온 이야기는 오히려 병력을 3만2000명에서 300명으로 줄인 서사인 만큼, 이를 장 대표의 ‘20%에서 80%로’라는 조직 동원론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기드온 서사는 장 대표가 정치적 갈등을 ‘압도적 적에 맞선 선택된 전사들의 싸움’으로 이해하는 상징적 단서에 가깝다. 정치적 갈등을 선악이 분명한 성전의 구도로 이해하면 내부 지적은 ‘같은 편의 싸움을 방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섭리적 사고란 하나님이 세상의 모든 만물·역사와 인간의 삶을 지혜와 사랑으로 보존하고 다스린다는 종교적 관점을 말한다.

장 대표는 “계엄도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훗날 “하나님은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하는 사건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구원의 역사를 이루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앙적 해석의 틀을 현실 정치에 적용하면 정치적 패배 역시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라기보다 더 큰 목적을 위한 일시적 시련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생긴다.

대여 투쟁이 지도부에 대한 내부 비판을 비정상적인 싸움으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결과적으로 장 대표 자신을 비판에서 보호하는 성역화 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장 대표는 정치에서는 ‘싸우는 사람’을 공천·인사 기준으로 내세우고, 종교적 언어에서는 자신이 참여한 갈등을 기드온과 미디안 같은 성경의 전쟁 서사로 해석한다. 두 세계관은 ‘전사’라는 언어에서 겹친다.

하지만 싸울 의지만 가지고 병법을 모른 채 전장에 나서는 장수가 과연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전략 없이 희생과 돌진만 요구한다면 결국 ‘카미카제식 투쟁’이라는 비판까지 받을 수 있다.

현실판
클레멘타인

지나치게 괴작인 나머지 일부 누리꾼이 고의로 걸작인 양 치켜세우며 역설적으로 조롱했던, 2004년 개봉한 한국 영화 <클레멘타인>이 있다. <클레멘타인>의 포스터에는 “싸워야만 하는 남자의 슬픔”이라는 문구가 있었고, 이 문구 역시 조롱의 소재가 됐다. 당시 일부 누리꾼은 “싸워야만 하는 남자의 슬픔”에 주목해 포스터 속 다른 문구 “아빠, 일어나!”를 외쳤다.

2026년의 우리는 현실에서 “싸워야만 하는 남자의 정치”를 보고 있다. “정치를 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우기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 어느 남자는, 그 ‘아빠’처럼 과연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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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