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섬 전력 파수꾼’ 열악한 노동 현장

컨테이너 숙소에 나홀로 근무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대한민국에는 육지 전력망이 닿지 않는 섬의 불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백령도와 울릉도, 연평도부터 남해안 작은 섬들까지 전국 도서지역 발전소 노동자들은 24시간 현장을 지키며 주민들의 삶과 국가 전력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머무는 곳은 엔진실 옆 컨테이너 숙소였다.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노후 설비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었다.

섬에서는 별도의 발전시설을 통해 전기를 자체 생산·공급한다. 울릉도와 백령도, 연평도 같은 접경 도서지역부터 남해안 소규모 섬까지 전국 60여개 섬의 전력 공급이 이런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른바 ‘도서 발전’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국가 필수 공공 전력 사업으로 꼽힌다. 의료시설과 통신망,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군사시설 운영까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방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하지만 정작 섬을 밝히는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섬 발전소 노동자들의 숙소 상태는 낙후됐다. ‘독거도 발전소’도 그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숙소는 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컨테이너다.

사택이 마련되지 않아 임시로 설치한 공간이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수년째 생활하고 있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주방도, 화장실도 없었다. 바로 옆 엔진실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게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설치된 지 오래돼 곳곳에 녹이 슬었고, 천장 누수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섬 지역 발전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득량도 발전소’와 ‘성남도 발전소’도 역시 별도 사택 없이 발전소 내부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 중이었다. 이곳 역시 엔진실과 가까워 소음이 심하고, 주방과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평도 발전소’의 경우에는 더 심각했다. 숙소가 엔진이 설치된 발전동 내부에 마련돼있다. 엔진실 바로 아래 공간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구조다.

안전 문제도 심각했다.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일부 발전소에서는 식수 필터를 한 달만 사용해도 오염이 심해 음용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일부 사택은 누수로 인해 물을 받아놓고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인력 문제와 함께 설비 노후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발전소에서는 연료탱크와 내부 설비에 녹이 심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엔진실 누수나 누전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백령도 발전소의 경우 엔진 누유가 발생해도 복구 작업 승인이 늦어져 대응이 지연되기도 했다.

곰팡이 가득·엔진실 소음 속 휴식
오염된 물 마시며 외로운 1인 생활

노동자들은 “엔진실 누수로 누전이나 정전 위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백령도와 같은 접경지역 발전소는 단순 지방 시설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연결된 곳”이라며 “현장 상황은 국가 필수 전력 인프라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이 상황의 배경으로 현재 도서 발전 운영 구조를 지적했다. 도서발전사업은 ‘농어촌 전기공급사업 촉진법’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 정책 사업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지원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재 구조상 한전이 전력 판매 손실 일부를 부담하고 있어 인력 투자나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은 “도서 발전은 단순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 필수 공공 전력 사업”이라며 “비용 논리로만 접근할 경우, 결국 인력 부족과 설비 노후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도서 발전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인력 부족 문제를 꼽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현장 인력은 정원 대비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부족한 인원을 기존 근무자들이 추가 근무 형태로 메우며 현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당수 도서 발전소는 최소 인력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고, 일부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1인 근무 체계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도서 발전 현장은 4조 교대 형태로 운영된다. 각 교대 시간마다 근무자 1명이 8시간씩 발전소 운영을 맡는 구조다. 주간에는 관리자가 일부 현장에 배치되지만 야간에는 사실상 근무자 혼자 발전설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서 발전 업무는 단순 시설 관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육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섬에서는 발전소가 멈출 경우 곧바로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에서다. 실제로 도서지역에서는 전력 공급이 끊기면 의료시설과 통신망, 상하수도 시설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식수는 오염
설비 노후화

노동자들은 신규 인력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노동자는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워낙 열악하다 보니 새로 입사한 인력이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남아 있는 인력들이 초과근무를 반복하며 버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된 건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MCS’ 전환 이후다. 노동자들은 현재 운영 구조 변화 과정에서 현장 인력난과 처우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서발전사업은 원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직접 운영하던 사업이다.

한전은 1990년대 초반까지 울릉도 등 도서지역 발전소를 직접 운영해 왔다. 그러나 섬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도서 발전 운영을 외부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전은 퇴직자 단체인 한국전력전우회가 100% 출자한 업체인 JBC와 수의계약을 맺고 전국 도서지역 발전소 운영을 맡겼다. JBC는 1996년부터 울릉도와 백령도 등 전국 60여개 섬 지역에서 발전설비 운영과 배전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도서 발전 노동자들은 “실제 현장에서는 한전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장에서는 한전이 제작한 업무지침서를 사용했고, 업무 보고와 설비 운영 과정에서도 한전과 수시로 연락하며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했다.

이에 도서 발전 노동자들은 현재 운영 구조가 사실상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지난 2020년 한전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지방법원은 2023년 6월, 도서 발전 노동자들이 형식상으로는 JBC 소속이지만,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은 한전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불법 파견
인정됐지만…

재판부는 한전이 업무 지침을 제공하고 관리·감독을 통해 노동자들의 업무 수행에 직접 개입했다고 봤다. 이후 지난 1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광주고등법원은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용역계약은 일부 도급계약 성격에 부합하는 특성들도 존재하지만 근로자파견계약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고 밝혔다.

또 “도서지역에서 근무할 인력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체결된 용역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노동자들이 한전이 제작한 업무 지침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한전 직원들과 수시로 업무 연락과 보고를 주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한전이 JBC 노동자들을 직접 교육·훈련했고, 근태와 인력 운영에도 관여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한전은 1심 판결 이후에도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전환 방안을 추진했다. 한전은 도서발전사업을 기존 JBC가 아닌 자회사인 한전MCS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와 ‘부제소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전은 한전MCS로의 전환 과정에서 임금 총액 기준 4% 인상과 처우 개선, 고용 안정 등을 약속했고, 당시 다수의 노동자들은 도서 주민 불편 최소화, 국가 공공 전력 유지, 현장 혼란 방지를 위해 현장을 지키며 한전MCS 전환에 동의했다.

그러나 다른 노동자들은 법원이 이미 한전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는데 자회사로 이동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노동자들은 특히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내건 점에 대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갈등은 결국 집단해고 사태로 이어졌다. 한전은 지난 2024년 JBC와의 위탁계약을 종료했고, 소송을 유지한 노동자들은 같은 해 8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이후 생계 문제와 건강 악화 등을 호소하며 복직 투쟁을 이어갔다. 한전과 노동자들의 갈등은 이후 장기화됐다.

노동자들은 해고 이후 생계 악화와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도서 발전 노동자들이 속한 발전노조가 지난해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고 노동자들의 소득은 해고 이전 대비 23.1%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는 해고 이후 빚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식대부터 줄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전 막으려 전환 선택했는데…”
도서 발전 일선 여전히 ‘인력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많아졌다. 노조 측 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가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호소했으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의심된다는 결과도 포함됐다. 노동자들은 장기간 이어진 해고 상태와 생계 불안, 복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고 노동자 가운데 울릉도 발전소에서 근무했던 한 조합원은 해고 이후 생활고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지난해 4월 숨졌다. 노조 측은 해고 이후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하며 한전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전의 도서 발전 운영 방식과 집단해고 문제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전을 향해 “공기업이 민간 악덕 기업주보다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전은 지난 2월 결국 상고를 포기했다. 한전은 2심 판결 이후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직접고용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1차 소송 원고 126명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체결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전MCS 전환을 선택했던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현장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처우 문제와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전환 과정에서 약속했던 임금 총액 기준 4% 인상과 처우 개선, 고용 안정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급여 감소와 각종 수당 미반영, 역할·직무급 미지급 문제가 이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존 근무자들의 업무 부담도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현장 관계자는 “소송 대신 현장을 지킨 노동자들이 오히려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도서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노동자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MCS 전환 이후 도서지역 고장·정전 발생 건수는 이전 3개년 평균 74건에서 125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설비 고장과 배전 계통 이상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갈수록
처우 악화

주민들은 정전이 발생할 때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어야 했고, 현장 노동자들 역시 늘어난 정비와 긴급 출동 업무를 감당해야 했다. 노동자들은 “도서 발전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국가 전력망을 책임지는 공공 인프라”라며 “현장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