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은 되고 김용은 안 된 이유

똑같은 옥살이, 티켓은 한 장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송영길과 김용,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렸다. 거물급 인사인 동시에 ‘정치 검찰 피해자’ 프레임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에게만 공천장이 쥐어졌다. 두 사람은 여권의 선거 구도까지 흔들면서 이목을 끌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그에 따른 실망감도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이른바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3월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정치권 복귀를 암시하던 그는 각종 북콘서트와 강연을 다니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고, 민주당은 그런 송 전 대표를 인천 연수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면서 당내 교통정리에 나섰다.

마지막
교통정리

지난달 23일 민주당은 “연수갑은 우리 당에 녹록지 않은 지역이자 반드시 사수해야 할 핵심 전략 지역이다.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역임하고 당 대표를 지낸 당의 소중한 자산인 송 전 대표의 중량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며 공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는) 윤석열 검찰 정권의 무리한 표적 수사로 무고한 희생을 치러야 했으나 당을 잠시 떠나 무죄를 입증하고 당에 복귀해 연수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부터 내리 5선을 지냈던 인천 계양을 출마를 희망했으나 결국 당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는 공천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그 결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계양에서 시작한 일들을 제 손으로 직접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도 숨기지 않았으나 당의 명령과 시대적 요구 앞에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고 적었다.

송 전 대표는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어디든 당의 결정을 따르겠노라고 누누이 말씀드려 왔다. 비록 계양의 품을 떠나지만, 그래도 인천을 벗어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여전히 인천의 아들이다. 이제 계양에서 받은 거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연수를 넘어 인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더 큰 걸음을 내딛겠다”며 “계양의 자부심이 연수에서도 승리의 기치로 피어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인천 계양을에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도전에 나선다. 김 전 대변인은 “계양의 일꾼으로 일할 기회를 주신 중앙당의 선택에 어깨가 무겁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송영길 대표님이 닦아오신 계양 발전의 밑그림 위에 이재명 대통령님 곁에서 배운 실용 정치로 혁신을 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 전 대표의 전략공천 발표 이후 시선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쏠렸다. 그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송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여의도를 드나들며 경기도 지역 공천을 희망했지만, 어째서인지 정청래 지도부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했다.

그동안 김 전 부원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기 안산갑, 또는 하남갑 지역구에 대한 강력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두 지역구를 콕 집어 언급하면서 “지금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두 군데에서 당이 전략적으로 결정해주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공천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100% 장담은 못하지만 제 사건이 다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저의 사법 리스크에 의한 (공천) 불가론을 얘기하는 분들은 김영진 의원과 조승래 사무총장 두 분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조작 기소 피해자” 호소했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막힌 여의도행

그는 “선택지가 안산이나 하남밖에 없는데 당이 결정하는 대로 어디를 보내주셔도 열심히 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성공이 4년 동안 이어질 수 있게 뒷받침하고 싶다”며 “당에서 결정하면 제가 거기에 따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계속된 공천 요구에도 당으로부터 답이 없자 김 전 부원장은 직접 성남 모란민속5일장에 방문해 민주당 지도부와 나란히 서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정청래) 대표님이 워낙 바쁘셔서 얼굴을 뵙고 제 출마도 어필하고 싶어서 갔다”고 솔직히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의도에서는 ‘김용 부원장의 회복과 공천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명단’이라는 이름의 포스터가 떠돌았다. 해당 포스터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황명선 의원을 비롯해 서영교, 박지원, 박찬대, 전현희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SNS나 방송 인터뷰 등 다양한 경로로 김 전 부원장을 지지했는데, ‘김용은 검찰권 남용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었다.

거센 압박이 이어졌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김 전 부원장을 이번 공천에서 배제했다. 신중히 당 안팎의 의견을 검토했지만, 선거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하남갑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평택을에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 안산갑에 김남국 당 대변인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조작 기소 피해자이자 희생양이고 당과 대통령을 위해 여러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당은 지선과 재보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8일 김 전 부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고심과 전략적 판단을 존중하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희생이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면서도 “하지만 명확히 밝힌다. 저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정치 검찰의 조작이자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것은 곧 조작 수사가 승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멈추지 않고 끝까지 증명하겠다. 검찰의 조작 기소를 처절하게 깨부수고, 현장에서는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살아남은 송
불안했던 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 70명 정도가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체 의원이 160명이니 절반이 좀 안 되는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라며 “세력을 앞세워 지도부에 어필하려 했던 것 같다”고 봤다.

이어 “그러나 당 내부에서 (김용 출마론이) 들끓어도 지방선거는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까지 넓게 고려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종합한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선거는 첫 번째로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부원장과 송 전 대표의 공천 여부에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는데, 둘은 성격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에서 막판까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현재 광역단체장이라든지 일선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는 의견들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공천이 가장 하지 말아야 했을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그렇게들 일선에 뛰고 있는 후보들은 제게 의견들을 보내왔다”며 “특히 수도권이라든지 영남권 이런 쪽에서는 당에서 결단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부원장에 대한 배려, 정치적 지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행위들과 당이 공천을 하는 공적인 행동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 이런 것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을 지지하던 이들은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5년 서초동 고객으로 살아온 제가 김용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 만약 김용이 살아 돌아온다면 검찰·사법개혁의 들불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조작 기소로 사법부의 평가를 받기 이전에 국민 평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아쉽지만 이제 일단락됐다. 이를 수용한 김용의 선당후사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검찰권 남용
상징적 인물

정청래 대표는 “미안하고 감사하다. 머지않아 더 크게 쓰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으며 송 전 대표 역시 “김용 동지의 백의종군 결단을 가슴 아프게 보면서 응원을 보낸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청래 지도부는 조심스럽게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천 배제 기조를 굳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대표 역시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 KBS 라디오를 통해 “김 전 부원장과 저는 같은 동병상련으로 윤석열의 정치 검찰의 피해를 받은 사람”이라면서도 “당 지도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김 전 부원장 공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변호사로서 지금까지 관련된 진술들이나 이걸 보게 되면 모든 게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연히 공천을 줘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라면서도 “당 지도부로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 그래서 그런 양 측면의 고민을 김 전 부원장께서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대표 역시 선거 유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눈살 찌푸리지 않도록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당내에서도 보석 상태인 김 전 부원장이 공천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와 달리 대법원 판결을 앞둔 김 전 부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번 선거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보석 상태의 김 전 부원장을 전략공천할 경우 중도층의 반감을 사거나 보수가 결집할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김 전 부원장이 보석 상태에서 공천을 요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오만이 극에 달해 ‘간이 배 밖에’ 나왔거나, 아니면 ‘배 째라’식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니들이 어쩔 건데?’하며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법 무죄’ 송 ‘셀프 무죄’ 김
앞으로 중도·보수 반발심 키울까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장동 업자들에게서 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중범죄 피고인”이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범한 국민은 취업할 때 범죄 경력 한 줄로 인생이 좌우되는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집권여당 의원들이 이를 비호한다”며 “범죄자가 당당한 나라, 이게 정상인가”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부정하며 정치 검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김 전 부원장은 ‘셀프 무죄’ 또는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빌려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국조특위를 통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게 이유인데, 정치 고관여 층이 아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부원장의 친명(친 이재명)계 세 결집이 부담스러웠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70여명에 가까운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부원장에 힘을 실어주자 해당 현상을 단순한 지지 차원을 넘어선 ‘세력화 신호’로 본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는 ‘친청(친 정청래) 대 친명’ 프레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도부가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송 전 대표 역시 친명계 인사로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는 차기 당권을 의식한 정 대표의 전략적 선택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전략공천을 받은 김남국·김용남 후보 역시 ‘이재명의 사람’으로 정 대표는 정무적 판단 대신 선거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부원장의 원내 진입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향후 행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현실 정치인으로 정치는 계속할 생각”이라며 “아직 자세히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가장 밑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8년 치러지는 23대 총선에 도전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이번 컷오프를 통해 민주당에 일종의 ‘마음의 빚’을 지게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민주당 이광재 성남분당갑 지역위원장의 전략공천으로 공석이 된 지역위원장 자리에 김 전 부원장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원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 연고를 명분으로 분당갑을 맡아 조직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은 ‘국회의원 선거구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법부의 지체된 판결(과 관련해) 조속히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만큼 자신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우선순위에 두고 다음 스텝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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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SNS에 적었다. 지난 1월 다주택자 관련 글을 쓰면서 한 말이다. 이제 그 말의 결과가 곧 나온다. 부동산 가격은 매매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이유로 바뀔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쉽게 휩쓸린다. 부동산 시장에 작은 불씨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큰불로 번지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전문가는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정권 흔드는 집값 이슈 그럼에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손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 마련’이라는 DNA를 갖고 태어난 듯 부동산을 꼭 가져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은 집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코스피 지수 5000’을 목표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모두가 허황한 소리라고 말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정부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전쟁 리스크까지 뚫는 기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6641.0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712.7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던 게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장에 진입한 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양새다. ‘주식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함께 내놨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펼쳤다. 돈줄을 묶고 공급을 확대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이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 매매 전후로 세입자를 구하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도록 사실상 금지했다.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 X에 언급→정부, 정책 발표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는 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6·27 대책에 대해 공급 없이는 잠깐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열기를 당장은 가라앉힐 수 있어도 장기적인 안정세로 이어가긴 어려우리란 전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7일 이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해마다 신규 주택 27만호 착공 등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여러차례 다주택자 관련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받던 세금 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다수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에서 이 세율로 시행하다가 윤석열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1년씩 유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X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관한 보수 언론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일갈했다. 지난 2월12일 다주택자 관련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이날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현재 예정된 일몰 기한인 2026년 5월9일 종료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다만 임대차 상황에 따라 양도세 중과 적용과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예외를 뒀다. 예정된 기한에 종료하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책 내놔도 계속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에도 다주택자 관련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공직자도 표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대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이들을 업무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이력이나 이후 정책 수정 노력 등을 따져 보고 이 과정에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적 주택 구입 등을 한 공직자를 찾아내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의 정책 설계에 참여하면 제도가 왜곡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서류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라면 다 빼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과정에서 다주택자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점검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거기에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안 용지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며 “철저히 준비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를 위한 퇴로도 조금 더 열어줬다. 지난달 2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는 9일까지만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확정됐다. 종료 당일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위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면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장도 다주택자에 대해 언급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는 사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예상 밖의 시장 흐름 그는 지난달 29일 X에 “혹시라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증여는 3075건으로 전년보다 94.4% 증가했다”고 통계를 언급했다. 임 청장은 정당한 증여는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같은 사례들에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되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다주택자가 10억원에 사들여 10년 동안 보유한 시가 30억원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기준으로 세금을 비교하기도 했다. 임 청장은 “(이 아파트를) 양도하면 차익이 20억원인데 중과 유예 종료(오는 9일) 전에 양도하면 세금이 6억5000만원이다. 반면 증여하면 13억80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면 양도가 증여보다 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증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에 의심을 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 정부 정책, 국세청장의 경고에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열흘 정도 앞두고 매물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종료가 이뤄지면 다주택자들이 내놨던 매물까지 거둬들여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도 나온다. 매물 나오길 기대했지만… 관망세 들어가면서 감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새 25개 자치구 모두 감소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699건으로 한 달 전보다 5.9% 줄었다. 매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2월 이후 늘기 시작해 지난 3월21일 8만건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지난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 폭은 중랑구(-16.9%), 강북구(-13.3%), 노원구(-13%)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8.6%, 4.9% 매물이 감소했다. 매물 감소는 집값 상승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 전세 가격은 0.22% 올랐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생각에 매물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세입자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세 세입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미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보증금 상승을 걱정해야 하고, 전세로 살길 원하는 세입자는 씨가 마른 매물 앞에 속수무책 상태다. 전세 세입자 불똥 튀나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집을 사고자 하는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한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파장이 큰 이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