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덤비는 ‘장동혁 사퇴’ 총공세 명암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5.06 14:15:33
  • 호수 1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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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처럼 쪼개지는 국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미국 방문은 ‘차관보’ 논란만을 남겼다.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는 빗발치고 있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의힘은 파편처럼 쪼개지고 있다.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총공세의 명암은 각각 무엇일까?

8박10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0일 새벽 귀국했다. 원래 장 대표는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6일 더 머물렀다. 귀국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국을 방문해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흔들리는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귀국 직후
자화자찬

그런데 장 대표는 누굴 만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비공개를 전제로 현안 브리핑·간담회를 했다”며 “외교 관례상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귀국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공화당 랜디 파인 하원의원을 추가로 만났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 등 국민의힘 미국 방문단(이하 방문단)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차관보를 만났다”면서 장 대표와 누군가의 뒷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공개했다. 방문단은 누구의 뒷모습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내 밝혀진 해당 인물의 정체는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 휘하 개빈 왁스 비서실장이었다.

차관 비서실장은 ‘차관보급’이긴 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아 독자적 정책 권한을 행사하는 차관보와는 역할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 대표는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을 통해 지난달 25일 사과했다. 박 대변인은 “출국과 함께 알려진 내용에 오해가 있거나 잘못 알려드린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의 행보에는 엄중함·무거움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면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달 15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 공개돼 크게 비판받았다. 이어 ‘차관보’ 논란이 불거졌다.

방미 목적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장 대표는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장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를 만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회동 시도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나려고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불발됐기 때문에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장 대표는 지난달 2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황이 안 좋다고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며 “그런 정치는 장동혁의 정치가 아니”라고 썼다. 이어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며 “미국 방문에 대해서도 성과로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차관보·차관보급 입씨름…거세진 장 대표 때리기
친한·오세훈·주호영·보수 진영 한목소리 “나가”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며 “때릴 사람을 정해놓고, 무조건적 비판·조롱을 쏟는 것은 언론에 의한 폭력, ‘언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준태 당대표비서실장도 같은 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표를 흔들어서 선거에 승리한 전례도 없고,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며 “당 대표에 대한 내부 비판이 과도하고,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전한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는 건 당에도, 선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사퇴 요구를 하는 축은 ▲친한(친 한동훈)계 ▲오세훈 서울시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으로 정리된다. 당 밖에선 보수 신문이 장 대표에게 강하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중 주 부의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래 함께한 당원과 척지고 싸우는 선거는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구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주역> 계사전의 일부 구절을 인용해 “인격이 없는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적은데 꿈이 크면, 화를 입지 않는 자가 드물 것이라고 했다”며 “제발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4일 TV조선 유튜브 방송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장 대표를 향해 “창당 이래 가장 낮은 당 지지율이 나왔다면, 당연히 대표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본인의 자숙이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진행해 지난달 23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5%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 전국지표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아울러 같은 해 9월 당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바꾼 이후 최저치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바람).

이어 오 시장은 “현장에서 뛰는 광역·기초단체장·의원 후보들은 ‘장 대표가 눈에 좀 덜 띄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장 대표가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 반경을 줄여주는 게 이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진태 현 지사도 지난달 22일, 현장 방문에 동행한 장 대표 앞에서 “당내 ‘탈장동혁’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장 대표를 향해 “지금이라도 지도자이자 당의 가장답게 정리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이대로라면 후보 등록 이후 국민의힘에는 장동혁이란 존재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의원은 “장 대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돼있다.

아울러 “이미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존재감을 감춘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실상 궐위 상태가 조성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결단 요구

보수 신문은 더욱 직설적으로 장 대표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2일 공개한 김영수 TV조선 보도 고문의 칼럼을 통해 “장 대표는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의 당 리더십은 이미 망가졌고, 대표의 자격을 잃었으며, 탈동혁이 큰 흐름이 됐다”며 “국민의힘은 정상적 보수 정당이 아니라 극우 숙주 정당으로 변모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4일자 사설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가 “장 대표가 물러나도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 출발은 책임질 사람의 책임 있는 처신부터”라고 강조하면서 “장 대표의 사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충고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사퇴를 요구하진 않았다. 매체는 지난달 23일자 사설을 통해 “장 대표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일을 고민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면서도 그 결단은 “선거 지휘에서 손을 떼고 혁신 선대위를 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실질적 주인이라고 평가받는 구 친윤(친 윤석열)계는 아직 장 대표에게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장 대표에게 밝힌 의견은 윤한홍 의원이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민주당의 윤석열정부 국정 마비가 원인이라는 논리로 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몇 달 동안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올해 초에는 한동안 “장 대표를 물러나게 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2월 위기설이 돌아다닌 적이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등 사퇴 요구 전면에 나서는 것은 구 친윤계의 평소 정치적 언행과 맞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패배가 현실이 되면 조용하게 조직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구 친윤계는 장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과정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장 대표가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당이 정상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계파별로 원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길 바라는 사람이 다르면, 이를 놓고 재차 상당한 내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장 대표가 물러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장 대표가 미국 방문 도중 화이트 목사를 만나려고 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 목사를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돼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의 환심을 얻으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침묵하는
구 친윤

화이트 목사는 부정선거론에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의 환심을 확실히 얻는다면, 선거 패배를 토대로 또 다른 정치적 쟁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장 대표 사퇴 자체를 놓고 내홍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장 대표를 조직적으로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친한계 의원을 모두 합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불가하다. 이들은 활발하게 각종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판한다. 그런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등 당권파와의 갈등을 더욱 굳혀가는 분위기다.

이로써 친한계는 정당화의 역설 상황에 빠진다. 정당화의 역설은 대외적으로 내부 비판을 하면서 이를 정당화할수록 내부에선 집단을 파괴하는 배신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별·갈등했던 전력 때문에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말을 듣는다.

스필오버 효과의 부정적 전이도 무시할 수 없다. 스필오버 효과는 특정 현상·파장이 주변의 다른 영역으로 퍼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전이되면, 그 다른 영역까지 망가지거나 약화한다.

방송 출연을 통한 대외적 내부 비판은 역설적으로 당내 갈등·치부를 외부에 확대해 당 전체의 현상으로 굳어진다. 장 대표의 미국 방문 논란을 강하게 비판할수록 그 문제는 장 대표 개인이 아닌 국민의힘의 시스템 문제로 번진다. 그러면서 계파 간 적대감은 더욱 강해진다.

장 대표 개인의 일탈이 친한계의 방송 전략을 통해 증폭돼 당 전체의 시스템 마비와 약점 광고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계파적 분극화로 연결된다. 계파적 분극화는 특정 계파가 독자적 소통에 나서 당의 공식 채널과 대립하는 현상이 구조화됐을 때, 그 특정 계파가 ‘정당 내 정당’이 되고, 상대 정당보다 더욱 위협적인 적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의힘에선 한나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의 주도권을 행사할 때 겪던 현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당내 중립지대가 힘을 잃어 양극화된다.

친한계 잦은 방송 출연…깊어지는 정당화 역설
부딪치는 살기 위한 선택…당 지지율 15% 바닥

따라서 부산 북갑에서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한 전 대표가 당선되더라도 복당 및 당권 도전을 시도할 때, 내홍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외부 보수 성향 원로와 보수 신문의 지원을 업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밀어주는 건 한계가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당락을 떠나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멀어졌던 만큼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한 전 대표와 비슷한 갈림길에 서서 구 친윤계 등 당 주류와 영합할지, 자신의 정체성인 수도권 내 중도·개혁 보수 성향을 유지하면서 갈등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선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 외에는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어 당내 수도권·중도 보수 성향 그룹의 영향력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당권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많은 것이 겹친 구조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장 대표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는 “렌트 시킹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렌트 시킹(rent seeking)은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환경을 만들어 이익을 얻으려는 활동을 말한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직함을 이용해 미국 방문 및 차관보 면담 등을 추진하면서 국민의힘에 무슨 이익이 됐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차관보급 차관 비서실장을 ‘차관보’라고 주장하다가 비난을 받았고, 화이트 목사도 만나지 못해 개인적 성과도 달성하지 못했다.

장 대표는 미국 방문을 통해 “능력 있고, 대외적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라는 위치를 얻고자 했다가 실패했다. 화이트 목사를 만나려고 했던 이유는 강성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포퓰리즘에 의존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대론
망한다”

그의 미국 방문은 결국 계파적 분극화를 강화하면서 사퇴 요구가 더욱 강해지는 등 권력이 파편화되는 현상으로 연결됐다. 이미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독자적인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화룡점정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15%로 확인되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장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 내부의 총공세에는 생명력이 완전히 소진한 것은 아니라는 ‘명’을 남긴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살기 위해 하는 선택이 겹치고 부딪치면서 지지율은 낮아지고 계파의 분극화는 더욱 강해지는 ‘암’을 남긴다. 장 대표는 미국 방문을 통해 국민의힘의 민낯을 더욱 직설적으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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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SNS에 적었다. 지난 1월 다주택자 관련 글을 쓰면서 한 말이다. 이제 그 말의 결과가 곧 나온다. 부동산 가격은 매매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이유로 바뀔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쉽게 휩쓸린다. 부동산 시장에 작은 불씨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큰불로 번지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전문가는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정권 흔드는 집값 이슈 그럼에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손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 마련’이라는 DNA를 갖고 태어난 듯 부동산을 꼭 가져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은 집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코스피 지수 5000’을 목표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모두가 허황한 소리라고 말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정부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전쟁 리스크까지 뚫는 기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6641.0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712.7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던 게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장에 진입한 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양새다. ‘주식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함께 내놨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펼쳤다. 돈줄을 묶고 공급을 확대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이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 매매 전후로 세입자를 구하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도록 사실상 금지했다.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 X에 언급→정부, 정책 발표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는 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6·27 대책에 대해 공급 없이는 잠깐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열기를 당장은 가라앉힐 수 있어도 장기적인 안정세로 이어가긴 어려우리란 전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7일 이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해마다 신규 주택 27만호 착공 등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여러차례 다주택자 관련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받던 세금 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다수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에서 이 세율로 시행하다가 윤석열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1년씩 유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X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관한 보수 언론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일갈했다. 지난 2월12일 다주택자 관련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이날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현재 예정된 일몰 기한인 2026년 5월9일 종료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다만 임대차 상황에 따라 양도세 중과 적용과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예외를 뒀다. 예정된 기한에 종료하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책 내놔도 계속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에도 다주택자 관련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공직자도 표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대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이들을 업무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이력이나 이후 정책 수정 노력 등을 따져 보고 이 과정에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적 주택 구입 등을 한 공직자를 찾아내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의 정책 설계에 참여하면 제도가 왜곡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서류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라면 다 빼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과정에서 다주택자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점검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거기에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안 용지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며 “철저히 준비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를 위한 퇴로도 조금 더 열어줬다. 지난달 2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는 9일까지만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확정됐다. 종료 당일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위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면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장도 다주택자에 대해 언급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는 사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예상 밖의 시장 흐름 그는 지난달 29일 X에 “혹시라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증여는 3075건으로 전년보다 94.4% 증가했다”고 통계를 언급했다. 임 청장은 정당한 증여는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같은 사례들에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되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다주택자가 10억원에 사들여 10년 동안 보유한 시가 30억원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기준으로 세금을 비교하기도 했다. 임 청장은 “(이 아파트를) 양도하면 차익이 20억원인데 중과 유예 종료(오는 9일) 전에 양도하면 세금이 6억5000만원이다. 반면 증여하면 13억80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면 양도가 증여보다 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증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에 의심을 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 정부 정책, 국세청장의 경고에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열흘 정도 앞두고 매물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종료가 이뤄지면 다주택자들이 내놨던 매물까지 거둬들여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도 나온다. 매물 나오길 기대했지만… 관망세 들어가면서 감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새 25개 자치구 모두 감소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699건으로 한 달 전보다 5.9% 줄었다. 매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2월 이후 늘기 시작해 지난 3월21일 8만건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지난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 폭은 중랑구(-16.9%), 강북구(-13.3%), 노원구(-13%)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8.6%, 4.9% 매물이 감소했다. 매물 감소는 집값 상승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 전세 가격은 0.22% 올랐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생각에 매물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세입자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세 세입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미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보증금 상승을 걱정해야 하고, 전세로 살길 원하는 세입자는 씨가 마른 매물 앞에 속수무책 상태다. 전세 세입자 불똥 튀나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집을 사고자 하는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한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파장이 큰 이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