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혼란의 국회, 협치 위한 해법 제언

국회가 국민 분열 부추겨
총선 민심은 독주 아니다
민주당 입법독주 견제해야

현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가 배정 완료된 22대 여소야대 국회는 긴장감에 싸여 있다. 새롭게 선출된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선량으로서 민생을 위한 입법안 준비에 집중하기보다는 야당의 일방적인 반쪽짜리 국회 운영에 따른 각종 특검법 발의와 대정부 전운이 드리워져 있다.

4·10 총선서 민주당은 압승하고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차지함으로써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 구도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입법적 공격을 가속할 것이 명확하다. 현재 국회 구도는 지난 21대와 유사하나 3년 후 대통령선거(대선)이 있고 민주당에서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 22대 국회는 더욱 치열한 여야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4·10 총선서 국민이 보내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협치다. 국민은 2년 전 대선과 지방선거(지선)서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기대했던 협치와는 거리가 먼 독단적 정치를 해온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완고한 통치 지도력과 소통 결핍이 민주당의 21대 국회 입법 독주와 다수의 횡포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또 대통령이 거침없이 거부권을 8차례나 행사하고, ‘형사 피고인’이라며 거대 야당의 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정치 행태에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리 합법적인 권력 행사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일방적이면 정치가 실종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4·10 총선서 여당이 참패한 후, 윤 대통령은 태도 변화를 일으켜 마침내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재명 대표와 집권 270일 만에 ‘혹독한’ 첫 영수회담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을 수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별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도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있어서는 약간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곤 하지만 협치가 정부와 여야 간의 상호 대화와 협상, 나아가 관용으로 이뤄진다고 전제하면 아직도 그 길은 길고도 멀다.


야당 주도로 특검법을 난무시키면서 일방통행식의 국회 운영에 몰두한다면 이는 반드시 역풍에 휘말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당은 물론, 대통령이 대화와 적절한 절차를 통해 협치해야 하지만 야당이 입법 독주로 21대 국회의 전철을 밟거나 그 이상의 입법 독재를 자행한다면 국민은 이번이야말로 국회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국회 권력이 정부 권력을 능가하는 순간 또는 국회가 정부를 마비시키려는 순간 국민의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민주적 국민은 절대 권력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협치의 모색

22대 국회서도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여당의 동의 없이도 입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권능을 부여받았다. 오로지 개헌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거부만이 여의찮을 뿐이다.

이 같은 권능을 슬기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자멸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 권력의 역설이다. 민주당은 전체 300석 중 175석(58.3%)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108석(36.0%)에 불과하다.

여기에 민주당과의 연대를 공언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조국혁신당의 12석을 더하면, 필리버스터 종결 결의까지 가능해 소수인 여당으로서는 정상적으로는 할 수 있는 입법활동이 협상 이외에는 사실상 없다.

만일 협치가 아니라면, 22대 국회 운영은 실로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선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대통령서 국회로 이동하는 권력 전이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서 두 개의 정통성을 가진 국가기관인 국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상호 충돌한다면, 국정 혼란과 국가기관 및 국민 분열은 불가피하다. 또 민주주의의 퇴보와 함께 국가사회의 몰락으로 치달을 것이고 이는 한국 진영정치의 적대감은 임계선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22대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수임 명령은 정권을 조기 퇴진시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게 아니라, 협력과 협치를 통해서 정치를 회복하고 선진화시키라는 것이다. 이때 협치의 책임이 다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가중됨은 물론이다.

민주당이 국회를 통해 정부를 합리적으로 견제하고 협치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서 여야 간 협치가 이뤄지면,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도 연장선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 폐단, 선거법 개정부터

국회 협치는 여야가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선거법 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야 간 정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선출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법안을 머리를 맞대고 개혁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매번 임기 4년 내내 정치개혁을 외치다가 막상 차기 총선 직전에 졸속으로 법을 개정하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구태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만은 다수 정당의 주도하에 선거법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개정되기를 기대하면서 국회에 제안한다.

선거법 중 가장 먼저 개정돼야 할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에 관한 법률이다. 제3정당과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제도를 만들어 놓고는, 실제로는 양대 정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어 자신들의 의석 추가 확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기만이다. 정치인 스스로가 기만인 줄 알고 그 폐단이 매우 심각하다는 게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22대 총선에 똑같은 제도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 제도는 폐지되거나 대폭적인 수정이 절대 필요한데, 22대 국회가 가장 손쉽게 합의할 수 있는 안건이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법을 주도했고 22대 총선서도 유지를 결정한 민주당이 정책을 결정하면, 국민의힘도 동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소수 정당에 주는 효과도 그리 크지 않으므로 아예 폐지하고 20대 총선까지 적용했던 병립형 비례 대표제로 돌아가는 게 타당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유지하겠다면, 일단 위성 정당의 출현을 방지하는 법규를 만들어야 하고, 선거 후 합당을 하게 되면 의원직 자동상실 등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

양대 정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점유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바꾸면 자격이 상실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를 적용해야 하고 비례대표만을 노리고 일정 수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참여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용해 선거 때마다 군소정당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해 투표용지 길이가 52cm가 되는 것도 웃지 못할 일이다. 더구나 유권자들이 양대 정당이 빠진 비례투표 용지서 위성 정당의 이름을 기억해서 투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


거대 양당은 각자 위성 정당을 만들어 소수 정당 몫의 의석을 대부분 차지하는 위선적 행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이제 양대 정당은 함께 위선의 가면을 벗고 협치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총선은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난 선거기도 했다. 여당이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경제가 어려웠다곤 하지만, 이번 선거만큼 정권 심판을 받아 의석수서 역대급으로 패배한 적은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년 만에 치러진 13대 총선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지역구 228석 중 87석(38.8%)을 얻은 적이 있다. 그 기록이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이 지역구 254석 중 90석(35.4%)을 차지함으로써 경신됐는데 이를 정당 득표율과 비교하면 그렇게 참패한 것은 아니며 사표가 큰 폭으로 많이 났음을 알 수 있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서 50.5%의 득표율을 보였고, 국민의힘은 45.1%로 득표율 5.4%p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역구 254석 중 161석(63.4%)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은 90석(35.4%)에 불과했다. 오로지 1위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만 아니었다면 이처럼 큰 의석수 차이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위성 정당인 국민의 미래가 비례대표 투표서 39.1%(18석)를 득표해 의석수를 만회했다.


소선거구제는 ▲다수의 사표 발생 ▲양대 정당에 유리 ▲지역주의 심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그동안 국회와 전문가들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지만, 그 대안들 역시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 제도들이 소수 정당의 출현과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보면 미미한 수준(1~2석)의 향상에 불과하고 역효과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소선거구제를 보완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 현실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국민은 선거법 개정 협의를 통해 여야가 적대감을 해소하고 협치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22대 국회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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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시청역 7번 출구 앞 교차로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이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급발진이 아니라는 정황만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급발진일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급발진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 A씨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은 밤 시청역 교차로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급발진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갈리고 있는 상황에 경찰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der) 분석 결과는 1~2개월 뒤에 나온다. 죽음의 역주행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서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운전자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서 “운전자도 다쳤기 때문에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를 했는데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 A씨와 그의 아내 B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서 “호텔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량 상태가 좀 이상했다”며 “내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갑자기 튀어 나갔다”고 주장했다. 교차로서 9명 사망 7명 부상 커지는 의문, 밝혀지는 정황 게다가 A씨는 사고 이후 자신의 직장인 버스 운수업체 관계자에게 전화 걸어 “사고가 나서 이튿날(2일)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며 급발진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B씨도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고 1차 진술 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급발진에 대해 “현재까지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서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과수 차량 감식 결과가 사고 원인 규명과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급발진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EDR은 사고 직전 5초간 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기록하는 장치다. 급발진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급가속하면, EDR에는 차량 가속페달이 조작되고 브레이크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운전자가 직접 밟았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목격자 증언과 주변 폐쇄회로(CCTV) 정황으로는 급발진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웨스틴조선호텔서 나오면 자연스레 우회전할 수밖에 없는 도로 구조”라며 “길 건너편으로 역주행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급발진 차량 특유의 회피 동작 징후를 보이지 않고 횡단보도로 돌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대체로 차량이나 사람을 치지 않으려는 회피 동작을 하는데 가해 차량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2달 뒤 EDR 발표 CCTV서 가해 차량은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친 후 스스로 멈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고 목격자 C씨도 “급발진할 때는 발진이 끝날 때까지 박아야 했는데 그 자리서 딱 멈췄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된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차씨의 차량은 호텔 주차장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2시경 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2차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정 과장은 ‘현장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차량의)마지막 정차 지점과 사고 지점서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며 “스키드마크는 제동 장치가 작동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뒤 30분 만에 경찰은 발언을 뒤집었다. 노면에 남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목소리? 경찰은 “현장에 스키드마크는 아예 없었다”며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은)유류물 흔적이며, 이는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고 지점서 교통섬 방향으로 기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타이어 자국이 남아있을 뿐, 스키드마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드마크는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 등 교통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서 스키드마크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는 통상 급발진일 때의 긴박한 오디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차가 왜 이러느냐’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하냐’ 등처럼 운전자나 동승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담긴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선 이같은 음성이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디오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하다”며 “‘이 차 미쳤어’ 이런 생생한 오디오가 없으면 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에 전문가들도 사실상 급발진일 확률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시청역 사고의 급발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진 후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영상을 봤는데(가해 차량이)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장면이 보였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놓고 갑론을박 홧김에? 고의 사고 의혹도 염 교수는 “(급발진의 경우)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아 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가속이 붙기 때문에 요리조리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 진입을 해버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운전자가 홧김에(가속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도 과거에 종종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급발진 여부 조사에)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급발진 차량 결함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002년 한국 첫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급발진해 분당 회전수(RPM)가 급상승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밀린다”며 “요즘 차량에 쓰이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기계식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적 결함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급발진이 아니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급발진은 전자제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이상이 발생했다가 충돌로 인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예전 사례를 보면 어딘가에 부딪친 뒤 급발진하는 차량도 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정지하는 모습은 급발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운전자의 주장에는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홧김 풀악셀 맞다. 호텔서부터 싸웠고, 호텔 CCTV에도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서도(증거 CCTV 영상을) 가져갔다”고 적으면서 고의 사고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부부가 사고 전 머물렀던 호텔서 싸우는 CCTV의 영상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급부상한 부부싸움 정 과장은 고의사고 의혹에 대해 지난 3일 브리핑서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서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의 근거리 신변 보호를 받는 점 등을 들어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