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회, 입법 교착 실타래 어떻게 풀 것인가?

22대 국회가 문을 연 가운데, 과연 21대 국회는 얼마나 생산적인 국회였을까 의구심이 드는 요즘이다. 여느 국회와 다를 바 없이 21대도 ‘비생산적 국회’로 역사에 오명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 기능의 측면서만 평가해 보자면,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법안 가결률 10%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2만4506건의 법안을 발의해 그중 2357건의 법안을 원안 및 수정 가결함으로써 9.6%의 가결률을 기록했다. 10개 법안 중 1개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으니 말 그대로 생산성 제로에 가까운 식물국회와 다를 바 없다.

20년 전인 16대 국회와 비교해 보면 법안의 발의 건수는 10배 이상 늘어났지만, 가결률은 37.7%서 9.6%로 대폭 줄었다. 액면상 생산량은 4배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왜 법안 발의 건수는 폭증했지만, 가결률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을까?

발의 건수의 폭증은 법안 발의의 중심이 정부서 개별 의원으로 옮겨간 데서, 가결률의 감소는 여야 간 정쟁의 격화로부터 각각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까다로운 법안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부 발의 법안보다 별도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 발의 법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16대 국회서 74%였던 의원 발의 비중은 21대 국회 들어 97%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여야 및 선수(選數) 가릴 것 없이 입법 경쟁에 내몰린 의원들이 앞다퉈 법안 발의에 목을 맨 결과는 입법의 증가에 따른 부실화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서 윤석열정부로 이어지는 진보→보수의 정권교체 과정서 나타난 여야간 극단적인 진영 대립으로 인해 여야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21대 국회도 결국 무능과 비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태원 참사,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참변, 전세 사기 피해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될 때마다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선진화법 효과에 반신반의

그러나 정작 해당 법안들은 여야 간 정쟁에 막혀 상임위나 본회의에 계류되면서 임기 만료로 인해 자동 폐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48건의 안전 대책 법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중 본회의를 통과한 건, 정부의 이동통신사 데이터 요청 권한 및 재난지역 국고보조 지원 대상에 소상공인을 포함하는 법안이 유일했다. 이것만 봐도 우리 국회의 입법 교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이태원 참사 발생 1년6개월 만에 뒤늦게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그나마 식물국회의 마지막 선물로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긴 했지만, 입법 교착의 현실을 넘어서진 못했다.


도대체 이처럼 꼬일 대로 꼬여버린 입법 교착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것인가? 그간 국회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다해왔다. 이른바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이 그 대표적 사례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대폭 제한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국회법 제114조의 2에 명문화돼있는 교차투표(crossvoting, 일명 자유투표 free vote)의 활성화로부터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정당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국회의원은 정당이 당론으로 정한 방침에 따라 투표하는 정당투표(party vote)와 달리 교차투표는 의원의 개인적 의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정당 방침과 무관하게 의원 개인의 판단에 따라 투표하는 것인데 국회에 넘겨진 법안들 중 주로 윤리적·양심적 사안에 대해서는 교차투표가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제114조의 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해 국회서 의원의 교차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과거 국회에선 정당 기율이 지나치게 강조돼 개별 의원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고, 정당 정책에 반대되는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워 다양한 국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입법 과정서 의원들의 자유의사 표현과 국민 대표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2002년 3월7일, 이만섭 국회의장 주도하에 국회법 일부 개정을 통해 교차투표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이 일정 요건 아래서 소속 정당의 의견과 다르게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정당 일변도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의원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취지서 국회법 제114조의 2를 통해 교차투표 제도를 도입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합리적 결정이었다.

의원 자율성·대표성 제고 가능한 제도

국회법 제114조의 2에 명시된 교차투표 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의원의 자율성과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교차투표를 통해 의원 개인의 신념과 양심에 따른 의사 표현이 가능해지는데, 이는 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 교차투표는 정당의 획일적인 정책 외에 다양한 국민 의견을 의회에 반영할 수 있다. 소수 의견을 대변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의회 의사결정의 대표성도 제고할 수 있다.


셋째, 정당 간 협력과 타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차투표를 통해 특정 정당의 일방적 독주를 방지하고 정당 간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타협과 균형이 이뤄져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 가능해진다.

넷째,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정당의 독단적 정책 결정을 방지할 수도 있다. 교차투표는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정책 강요를 막고 더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독단적이고 편향된 정책 결정을 방지할 수 있다.

다섯째,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차투표는 의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물론 교차투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다음과 같은 단점들도 존재한다.

첫째, 정당 정책의 왜곡이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교차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입장과 다르게 투표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정당의 정책 기조와 공약이 의결 과정서 훼손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당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 정당의 책임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교차투표로 인해 정당의 정책 추진력과 실행력이 저하될 수 있다. 국민이 선거서 선택한 정당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정당의 책임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의회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교차투표로 인해 정당 간 협력과 타협이 어려워질 수 있고 법안 및 정책 결정 과정서 혼란과 갈등이 증폭돼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넷째, 극단적 정당 대립을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교차투표는 정당 간 극렬한 대결구도를 일으킬 수 있으며, 소속 정당의 정책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한 반발도 거세질 수 있다.

교차투표 한계 넘으려는 노력 필요

교차투표는 양날의 검과 같다.

21대 국회가 경험한 입법 교착의 꼬인 실타래를 22대 국회서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국회 선진화법의 실효성 극대화 외에 교차투표제도를 현실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 의회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대로 의원들이 보여주는 정당으로부터의 높은 자율성이야말로 입법 교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정치의 복잡한 현실에선 교차투표가 지닌 여러 제도적 문제점으로 인해 입법 교착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오히려 정당과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을 연출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국회의원의 교차투표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입법 교착 상태서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유불리를 떠나 개인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 여론에 더 귀 기울여 멋진 정치를 보여달라는 것이지, 결코 국회의원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기회주의적 투표로 정당정치의 근간마저 허물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입법 교착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22대 국회가 생산적인 국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교차투표가 지닌 문제점과 한계를 넘어서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물론, 정당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 의회 의사결정 효율성 제고를 위한 관련 규정의 정비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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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