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살해한 인면수심 남편 중형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29 1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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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타기 위해 두 생명 수장 "돈이 뭐기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임신한 아내를 살해하고 공범에게 성형수술까지 시키려고 한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자칫하면 영원히 미궁 속으로 묻힐 뻔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수사 덕에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고 조사과정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범행 수법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신고 사실 숨기려고 공범에 성형수술까지 권유
4년 만에 밝혀진 천인공노할 범죄 행각에 경악

광주지법 제2형사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재혼한 아내 명의로 거액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한 뒤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박모(31)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박씨의 보험사기 범행에 가담한 양모(31)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남편의 치밀한 각본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다 실패해 수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박씨(당시 26세)는 가정불화로 2007년 2월 전처와 이혼을 했다. 당시 일찍 결혼해 15개월의 딸을 두고 있던 박씨는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됐고, 아직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딸을 홀로 키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2개월여 동안 홀로 딸을 돌보던 박씨는 결국 같은 해 4월 인터넷 사이트에 보모 구인광고를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모(당시 26세·임신 3개월)씨가 박씨를 찾아왔다. 박씨는 김씨를 보모로 쓰기로 결정했고, 당시 경기도 시흥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김씨는 광주에 내려와 박씨 딸의 보모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박씨는 김씨의 뱃속 아이까지 챙기겠다며 5월 초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박씨의 범행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씨는 같은 달 23일 혼인신고를 마치고 30일 범행에 쓰일 중고 세피아 승용차를 구입했다. 당시 박씨는 사업실패로 월세 35만원과 1년 단위로 내야하는 자신의 자동차보험료도 1개월씩 끊어서 분납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열악했다.

그러나 박씨는 새로 구입한 중고차량의 보험을 모두 아내 김씨 명의로 가입했다. 재해 사망 때 총 40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해보험과 다음 날인 6월1일 2억원의 운전자보험, 역시 2억원의 자동차보험에 잇따라 가입했다.

보험에 가입하고 5일 뒤인 6월6일 결국 김씨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박씨는 이날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변으로 김씨를 불러낸 뒤 실신시키고 운전석에 앉힌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승용차를 강에 밀어 빠뜨렸다. 목격자는 없었다.

박씨는 이틀 후인 6월8일 경찰서에 차량 도난신고를 했고, 신고접수가 안 되자 다시 3일 뒤 파출소에 "아내가 가출했다"고 신고를 했다.

하지만 가라앉은 차량은 끝내 떠오르지 않아 김씨의 사망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박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애가 탄 박씨는 친구인 양(당시 26세)씨를 시켜 6월19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고 지점을 지나던 행인인 것처럼 위장해 119와 112에 신고했다. 박씨는 공중전화를 이용해 신고를 하는 양씨 옆에서 구체적인 사고 지점과 신고 내용을 지시했다. 양씨는 박씨에게 신고해 주는 대가로 800만원을 받았다.

결국 양씨가 지목한 사고 지점에서 차량에 탄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 추락사고로 내사종결 처리됐다. 3개월 뒤인 9월13일 박씨는 보험회사 1곳에서 1억98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보험회사 두 곳에서 교통사고 위장 의혹을 제기하며 보험금 지급을 미룬 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범행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경찰의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4년이 흘러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근무지를 옮겼고 조직폭력배 관련 수사를 하던 중 사고지점 신고자의 목소리와 비슷한 조폭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확인을 의뢰했고 사고 신고자가 보험금을 타 낸 박씨의 친구 양씨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후 경찰은 박씨의 범행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해 7월 박씨와 양씨를 전격 구속했다.

인면수심 비정한 남편

경찰 조사에서 박씨와 양씨가 이번 사건 전에도 보험사기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으며 신고 사실을 감추기 위해 박씨가 양씨에게 성대 성형수술을 권유했던 것도 드러났다.

법정에서까지 박씨는 아내 김씨가 운전연습을 나간 뒤 운전 미숙으로 추락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박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박씨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충분하고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시신 발견 지점을 특정한 점, 신고사실을 은폐하려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살인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박씨의 범행은 거액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피해자가 박씨의 처인데다가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박씨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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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