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관 업무추진비 대해부

2016.03.28 10:42:16 호수 0호

국민 혈세인데…맘 놓고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장관들이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쓰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뜨겁다. 업무추진비를 1년 동안 1억원을 넘게 쓴 장관부터 원로장성을 위한 선물을 구입한 장관도 있다. <일요시사>는 장관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추적해봤다.



업무추진비(판공비)는 2004년 정보공개법 개정과 함께 공개의 범위·주기·시기·방법을 정해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현재 정부 부처는 기재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매월·분기별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사용을 금하고 있다. 단 출장명령서, 휴일근무명령서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에 한한다. 일부 행정상 문제로 일부 누락된 부분을 제외하고 지난해 1년간 각 행정부서의 장관들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를 살펴봤다.

부처별 천차만별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은 2014년 8월8일부터 올해 1월12일까지 재임했다. 지난해 1년 동안 황 전 장관은 업무추진비 총액 1억161만3536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세부항목에서 주요정책추진 관련 회의 및 행사는 228건이고 대민·유관기관 업무협의 및 간담회는 85건에 해당했다.

한 달에 약 846만원가량을 집행한 것이다. 2013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재임 중인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공개되지 않은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고 3분기까지 모두 2736만8000원을 썼다. 한 달에 약 304만원을 쓴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경환 전 장관이 이끌었다. 최 전 장관은 지난 한 해 동안 8963만2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에 약 746만원을 쓴 것이다. 

법무부의 경우 지난해 수장의 교체가 있었다. 2013년 3월11일부터 지난해 6월18일까지 장관을 역임한 황교안 전 장관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업무추진비로 2079만1000원을 지출했다. 후임 김현웅 장관은 지난해 7월9일 취임해 연말까지 2198만38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 전·후임 장관이 집행한 업무추진비는 매월 각각 346만원, 366만원에 해당한다.

기재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17명 각각 얼마나 쓰나 봤더니…
국방부 최대…문화체육관광부 최소

즉 50만원 이하의 경우 돈의 출처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정부서들은 되도록 5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 있다.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남기지 않기 위해 영수증을 쪼개서 계산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황교안 전 장관이 재직 중이던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49만원을 집행한 건수는 전체 35건 중 20건에 달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17개 행정부서 중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을 제외한 1년 동안 1억7529만9000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국방부장관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타 행정부서와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월별 업무추진비에서 날짜·건별로 분류하지 않고 뭉뚱그려 가, 나, 다 항목으로 분류했다. 건별로 공개하지 않고 단지 사용목적만 간단히 적시한 것. 그리고 11월까지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직원 경조사 지원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업무추진비를 경조사비에 사용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원로장성 등을 위한 설 선물도 업무추진비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행정자치부를 이끈 정종섭 전 장관은 지난 한 해 동안 7585만2880원을 썼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장관을 역임했고, 정진엽 장관이 뒤를 이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5127만7252원을 집행했다. 후임 정진엽 장관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2694만7700원을 썼다. 매달 각각 640만원, 673만원을 쓴 셈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2014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김 장관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총액은 1465만397원이다. 한 달에 122만원을 쓴 셈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지난해 총 8275만3310원을 사용해 한 달에 739만원 가량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를 이끈 윤상직 전 장관은 지난해 9568만6802원을 썼다. 이기권 고용노둥부장관은 7001만3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에 자리에서 물러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4861만1177원을 사용했다.

주목할 점은 1년 동안 건별로 50만원을 넘긴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에만 장관이 2번 바뀌었다. 

먼저 국토교통부의 경우 2013년 3월부터 2015년 3월 13일까지 서승환 전 장관이 이끌었고, 지난해 3월16일부터 11월10일까지 유일호 전 장관이 이끌었다. 현재 국토부의 수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강호인 장관이다.

 

서 전 장관은 지난해 1월부터 3월13일까지 2230만8600원을 썼고, 유 전 장관은 지난해 3월16일부터 2분기를 제외한 11월 10일까지 3026만9422원을 집행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11월11일부터 12월31일까지 1062만3650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17개 행정부서중 가장 투명한 공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건별로 결제를 한 가맹점의 이름을 명시했고 결제시간과 방법도 액수에 관계없이 뚜렷하게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결제시간과 방법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결제가맹점은 건별로 공개했다.

반면 나머지 15개 행정부서는 모두 결제방법, 가맹점, 시간을 비공개 처리했다. 업무추진비 공통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 ‘집행목적·일시·장소·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사용용도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통일부·미래창조부 일부 누락
행자부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


이 기준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만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 행정부서별 업무추진비 공개 일정과 내역 공개가 제각각인 이유는 각 기관에 맞는 자체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행정부서들이 기관에 맞는 자체 세부지침을 마련하기보다는 기관 자체의 편의만을 고려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8월 이후 업무추진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8월 이후 업무추진비 내역이 없는 것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담당이 바뀌면서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정리가 되는대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월, 2월 장관 업무추진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며 “전산팀과 조율해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그리고 국방부가 세부항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세부항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숨기기 급급

교육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산자원부, 국토교통부는 분기별 공개를 하고 나머지 12개 행정부서는 월별 공개를 하고 있다. 50만원 이상 지출 내역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50만원 이상을 사용한 목록은 각 행정부서 내부에서 관리를 한다”며 “지출내역에 대해 차후 외부감사가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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