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태광쇼크 대해부上] 쏟아지는 의혹 #6

2010.10.26 09:31:47 호수 0호

“작정한 ‘저인망 수사’ 뭔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태광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수사는 현재 비자금 조성, 로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빙산의 일각 아래 시커먼 덩어리가 수면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태광 사태에 떠오른 의혹들을 면면히 살펴봤다.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수사 전방위로 확산
차명계좌에 4000억원…금융계열서 ‘개인저금통’

태광그룹의 각종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파고 들어갈수록 새로운 비리가 드러나는 모양새가 마치 양파와 같다. 편법 증여·상속,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등 일찍이 주요 재벌들이 써먹던 해묵은 수법에 이어 맞춤형 법 개정이나 인허가 등을 위한 로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 1>주식 편법 증여·상속



태광그룹 검찰 조사는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됐다. 이호진 회장은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은밀한 대물림’은 비상장사를 통해 이뤄졌다. 핵심고리 중 하나는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업체인 티시스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이 회장이 5000만원을 출자해 주식 100%(1만 주)를 소유한 형태로 설립된 회사다.

이 회장은 2006년 1월25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식수를 두 배(1만9600주) 가까이 늘렸다. 증자된 주식은 모두 현준 군에게 돌아갔다. 이를 통해 현준 군은 이 회사 지분 48.98%를 보유하면서 이 회장(51.02%)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신주 발행가격은 1만8955원. 당시 이 회사 자산규모와 당기순익을 고려하면 주당 2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발행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헐값 매각’ 의혹이 떠오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후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거쳐 현재 티시스는 이 회장이 3만611주(지분율 51%), 현준 군이 2만9389주(지분율 49%)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 회장이 현준 군을 2대 주주로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고작 2억5500만원에 불과했다.
현준 군이 지분 49%(9600주)를 보유해 이 회장(지분율 51%, 1만 주)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는 티알엠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또 현준 군은 계열사 한국도서보급의 2대 주주에도 올라 있다. 원래 두산그룹 계열이었던 한국도서보급의 지분과 경영권을 지난 2003년 태광 계열인 한빛기남방송이 사들였다. 이후 2005년 11월 이 회장과 현준 군이 한빛기남방송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한국도서보급에서 이 회장이 51%, 현준 군이 49%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도 현준 군은 동림관광개발과 티브로드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9%, 8%씩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들 비상장사에 주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티시스와 티알엠은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4.51%, 4.6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합하면 9.14%에 달해 이 회장(15.14%)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도서보급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최대대주(17.74%)다.

<의혹 2>계열사 간 부당 거래

아들에게 ‘왕좌’를 만들어준 이 회장이 다음으로 한 일은 ‘덩치 불리기’였다.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이 동원됐다.
실제로 티시스는 지난 2005년 흥국생명과 연간 58억원대 정보시스템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2004년 티시스의 연간 매출액이 3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

이후 티시스는 태광 계열의 여러 유선방송사와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 흥국생명의 콜센터 운영관리업무 위탁 도급 계약 등을 맺으며 몸집을 불려갔다. 그 결과, 티시스는 불과 4년 만에 매출에서 3배, 영업이익에서 2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티알엠도 마찬가지로 태광산업 태광관광개발 흥국생명 등 계열사들의 건물·시설물 유지 관리를 도맡아 수익을 늘려나갔다.

<의혹 3>비자금 조성

불법 상속·증여에서 시작된 의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시발점은 1996년 창업주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는 시점이다. 태광산업 주식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것.

검찰은 그 가운데 18%의 지분은 현금화돼 그룹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에 차명으로 예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규모는 4000억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화가 안 된 나머지 14%가량의 주식(1600억원 상당)은 이 회장 일가와 전·현직 임직원 100여 명 명의로 20년 넘게 차명 관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식들은 계좌당 158∼1만690주씩 잘게 쪼개져 있으며, 명의자가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질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흥국생명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룹의 금융 계열사 전체가 회장 일가의 ‘개인저금통’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는 이 회장 일가가 97년부터 4년 동안 보험설계사 115명의 명의를 도용, 저축성 보험 313억원을 운영한 서류를 공개했다. 또 이들은 2001년 이후에도 유사한 보험 계좌에 500여억원이 들어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최소 800억원 이상이 보험 계좌에 비자금으로 예치됐다는 것이다.


 <의혹 4>정관계 로비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는 정관계 로비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와 케이블TV업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며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간 데 따른 것이다.

태광그룹은 지난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를 주도한 흥국생명은 2004년 대주주에게 불법 대출금 125억원을 지원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보험업법 상 경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업체는 보험업 허가를 얻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맞춤형 법 개정, 인허가 등 위한 로비 정황 속출
이 회장 일가 소유 회사 ‘부당내부지원사격’ 받아


하지만 이를 감독할 금융감독위원회는 인수를 승인했다. 지배주주가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인수경쟁사에는 허가하지 않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태광그룹에만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도 불과 열흘 만에 해치워버렸다. 당시 태광그룹이 금감위 직원들에게 고가 와인을 선물하는 등 로비 의혹이 인 바 있다.

큐릭스 인수과정도 비슷하다. 태광그룹의 케이블TV 계열사 티브로드는 14개 방송권역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방송법에는 특정사업자가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15개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태광그룹은 이런 방송법 규제 조항에 막혀 큐릭스를 인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08년 말 제한 권역수를 최대 25개까지 두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후 태광그룹은 지난해 6개 권역을 보유한 큐릭스를 인수해 케이블 업계 선두로 부상했다. 시행령이 바뀌어 태광그룹이 최대 수혜를 입은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2006년 12월 군인공제회 등을 앞세워 큐릭스의 지분 30%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어 군인공제회·화인파트너스는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다시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에 넘기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옵션계약의 내용은 앞으로 2~3년 내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태광 측에 넘기되 원금(900억원)과 연 10%의 복리이자를 보장받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태광이 규제 완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처럼 일방적이고 불리한 옵션계약을 받아들였을 리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시행령 개정을 위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시행령 최종 승인 직전인 지난해 3월 티브로드의 대외협력팀장이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통위 뉴미디어과장에게 성접대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혹 5>차명 부동산 소유

여기에 최근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문제의 부동산은 태광관광개발이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태광컨트리클럽(태광CC)의 주변 부지다. 이 회장은 이 땅을 전·현직 그룹 임직원 이름을 빌려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현재 보유하거나 처분한 부동산이 모두 수백 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숨기기 위해 대규모 부동산을 차명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의혹 6>부당 내부지원

이밖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인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골프장에서 회원권을 계열사들이 구입하는 식으로 건설자금을 ‘지원사격’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회원권의 대부분은 흥국생명, 태광산업, 대한화섬, 티브로드홀딩스 등 계열사들이 구입했다. 이들 계열사는 적게는 2계좌에서 많게는 20여계좌의 회원권을 구입했으며 이들이 산 회원권 규모는 792억원에 이른다. 구입 가격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계좌당 22억원, 올해는 26억원으로 국내 최고가 수준이다.

특히 보험계열사들은 532억원의 거금을 쏟아 부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8년 회원권 10계좌를 220억원에 구입했다. 또 다른 보험계열사 흥국화재도 올 8월 이 골프장의 회원권 12계좌를 312억원에 사들였다.

자산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회사들도 골프장 회원권 보유규모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의혹들에 대해 태광은?

이처럼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태광그룹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가운데 최근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태광그룹이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태광그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수차례 사정 대상에 올랐던 의혹들이지만 명쾌하게 사실관계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 역시 ‘용두사미’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향후 태광 사태는 어떤 형국으로 흘러가게 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