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지구촌 브랜드화에 나선 ‘한식재단’

2010.09.20 09:35:00 호수 0호

“세계 미식문화 충격 준다”


음식은 고유문화다. 전통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 그 나라에 대한 인식까지도 변화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초밥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인 한식의 세계화는 더디다. 불고기와 비빔밥 정도가 전부다. 특히 김치는 일본의 기무치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홍보가 부족한 탓이다. 이에 정부가 팔을 걷었다. 한식세계화를 위한 민간기구 설립도 그 일환이다. 이름도 한식재단이다. 아직은 아기걸음이다. 예산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은 뜨겁다. 


한식 우수성 규명·정통성 정립 등 바쁜 걸음
정운천 이사장 “한식당 성공모델 창출할 것”


한식재단이 세상에 울음을 알린 것은 올해 3월이다. 지난 2월26일 창립이사회를 개최하고, 법인설립허가를 거친 후 3월17일 양재동 aT센터에서 현판식 및 창립기념식을 갖고 걸음마를 시작했다. 한식재단은 한식의 진흥과 한식 문화의 확산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기구다. 한국관광공사, 국제교류재단, 농협,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유관기관의 출연금(7억원)으로 설립됐다.

정부의 한식세계화사업을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수장인 이사장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맡았다. 한식재단 설립의 모태는 2008년 한식 세계화 선포다. 10월16일 서울 aT센터에서 한승수 총리가 주재한 선포식에서 농식품부 장태평 장관은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발표했다.

한식 인프라 구축에 박차



세부 내용은 해외 한식당 인증제 도입, 한식 산업 R&D 확대, 한식 전문 인력 양성 등과 함께 한식 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다. 또 우리 식문화를 해외에 적극 홍보해 나가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이어 지난해 5월 범부처 차원의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해 민·관 합동의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하, 추진단)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식 출범했다. 추진단의 공동 단장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양일선 연세대 교무처장 등이다.
특히 이날 출범식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 4월7일 열렸던 ‘한식 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에 이어 다시 한번 참석, 한식 세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대를 받으며 탄생한 것이 한식재단이다. 정운천 이사장은 “한식의 진흥 및 한식문화의 국내외 확산, 농림수산식품·외식·문화관광산업 등 관련산업의 발전, 국가 이미지 향상 등이 주사업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식의 정통성 정립, 한식의 산업진흥, 한식의 세계화 추구 등을 이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이 한식당 추천제다. 해외의 우수 한식당을 발굴해 추천하는 형태다. 정 이사장은 “선진국들은 음식을 통해 자국 식문화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고 있다”며 “우수 한식당 추천제 운영 등을 통해 한식당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한식 마케팅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일본 동경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된다. 일본은 이미 세계 미식문화의 중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의 우수 한식당을 알리는 사업은 비단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번 한식당 추천제 사업을 통해, 우수 한식당으로 선정된 식당들이 역할모델이 되고, 다른 식당들이 제각기 개선에 힘을 쓰게 되면, 해외 소비자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한식당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수 한식당으로 추천된 식당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미슐랭가이드나 자갓레스토랑 가이드북과 같은 서베이북을 발간, 홍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홍보도 주력사업 중 하나다. 한식의 우수성·기능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널리 홍보한다는 것. 한식이 웰빙음식으로 알려져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자료를 다수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식 식이유형(dietary pattern)’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규정을 정립하고 이를 근거로 ‘한식 식이유형의 섭취가 고혈압, 당뇨병 등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는 연구’를 수행중이다.  또한 비빔밥 소스 개발 및 표준화, 전통주 제조기술의 체계화, 한식 현지화 기술개발 등을 통해 상품화 및 우수성도 규명하기 위한 계획을 잡고 있다.

이밖에 추진중인 사업으로는 한식 세계화 인프라 구축이다. 한식당 해외 진출 정보와 전략 조사, 한식 세계화 사이트 컨텐츠 보강 등도 세부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정 이사장은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5대 발효식품을 바탕으로 한식을 세계화된 음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식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지구촌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이 뒷배경에는 높아진 외식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있다. 국제적인 브랜드 컨설팅회사 ‘퓨처브랜드(Future Brand)’가 발표한 ‘2009년 국가브랜드 지수(CBI, Country Brand Index)’에서 우리나라는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 fine dining)’ 분야에서 처음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외식기업 해외지원도 추진 

정 이사장은 “이러한 결과는 국내 외식산업의 성장, 한식세계화 사업 등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려는 노력과 국민들의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 등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식업 매출액도 1999년 33조원에서 2004년 48조원, 2008년에는 65조원으로 성장했다. 정 이사장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다양한 지원 방안을 기반으로 한식 세계화의 핵심요소인 ‘해외 한식당 성공모델’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데에 주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30여 년 동안 농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농사꾼이다.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전남 해남에서 키위를 재배했다. 이어 생산에서 유통까지 일원화하는 참다래유통사업단을 만드는 등 신지식 농업인으로 화두를 던졌다. 이후 농업을 생산, 가공, 유통, 판매, 수출까지 포괄하고 관광산업까지 연계한 복합산업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던 중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만남을 통해 농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게 된다.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이다. 이제 걸음마를 걷는 한식재단. 빠른 성장을 통해 큰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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