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아파트 입주민과 충돌 내막

2010.08.10 09:10:00 호수 0호

하늘공원 어디가고 이마트 탈취 덕트가!?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자리한 ‘신세계 쉐덴’ 주상복합 아파트. 지난 6월30일 입주가 시작된 이곳은 입주 한 달 전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잡음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당초 시행사가 약속한 ‘옥상·사업외부지내 공원 조성’ 등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입주민들과 물의를 빚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의를 제기한 입주민들에게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말을 바꾸는가 하면 “법대로 하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같은 대기업의 횡포에 분개한 입주민들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해오면서 아파트 단지엔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공원 조성해 주겠다던 사업외부지엔 주택 공사 한창
냉장고·보일러는 저등급 제품, 붙박이장은 ‘너덜너덜’


지난 5월30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파트 사전점검에 참석했던 입주자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파트 옥상에 만들겠다던 하늘정원은 온데간데없고 보기 흉한 악취 제거 덕트가 옥상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건물 1층 상가에 입점한 이마트의 공기정화기를 아파트 옥상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이에 한 입주민은 “당연히 신세계 백화점 옥상에 있는 ‘sky park’ 같은 공원을 짓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건설은 분양 당시 배포한 카탈로그를 통해 ‘하늘에 맞닿을 듯 활짝 특별한 쉼터 sky park’라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악취·소음 뿜어내



문제는 당초 지하 주차장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덕트가 설계변경으로 옥상으로 올라가게 됐는데도 입주민들에게 어떤 통보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 로열층을 선택한 입주민은 “하늘공원이 들어온다는 말에 서둘러 꼭대기 층을 잡았다”며 “옥상에 악취제거시설이 들어올 줄 알았다면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6월30일, 입주가 시작된 이후 벌어졌다. 개점을 앞두고 있던 이마트에서 덕트를 시험가동하자 심한 소음과 악취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 덕트에서 나온 소리는 1층까지 울릴 정도였다. 악취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입주민 김모씨는 “개점 전인데도 이 정도면 이마트가 개점한 뒤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여름인데 창문도 못 열게 생겼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2007년 분양 당시, 아파트 부지 뒤편에 자리한 사업외부지 용도에 대해 신세계건설 측 관계자는 “성남시에 기부 체납돼 지상에는 공원, 지하에는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막상 펜스를 치워 보니 사업외부지에는 신축빌라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시행사 측은 “공원이 들어선다는 사실은 카탈로그에도 명시돼 있지 않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며 적극 부인했다. 황당할 따름이었다.

총 182세대 가운데 100세대 이상이 이 부지에 공원이 들어온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 인근 주민들은 공사기간 동안 진동과 소음, 분진 등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공원과 지하 공용주차장이 들어온다는 말만 믿고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근 주민 240여명은 성남시에 탄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에 분개한 입주민들은 성남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달 27일 성남시청 건축과장이 시행·시공사와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입주자들은 신세계건설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신세계건설 측 관계자는 “시행사에 수주를 받아 설계대로 짓기만 했을 뿐 공원 약속과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발뺌하는 한편, “이 분쟁은 시행사와 분양자 간의 문제”라며 책임을 전적으로 시행사 쪽에 돌렸다.

이에 시행사는 “세대당 100만원의 입주지원금을 주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 세대라도 소송을 하면 지원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말이 좋아 입주지원금이지 사실 입막음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입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세계건설은 한술 더 떴다. “해줄 것 없다”는 기존 입장을 지키며 “법대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입주자들은 옵션으로 선택한 냉장고, 보일러 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계약 당시 분양팀 직원은 “2010년 입주 시 그 금액대 중 가장 좋은 것을 넣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냉장고(370만원)와 보일러는 각각 3, 4등급 제품으로 금년 10월 단종되는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2007년 분양하우스에 있던 제품 그대로 넣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계속해서 번복되는 말에 입주자들은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믿은 게 잘못이었다”며 “분양사무소나 모델하우스에 갈 때 녹음기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쯤되니 보상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대기업의 이 같은 횡포는 두고 봐선 안 된다는 생각에 입주민들은 지금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가 자랑하던 윤리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신세계는 윤리경영의 의미에 대해 합법성, 투명성, 합리성 3가지 원칙으로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윤리경영 도마에

투명성에 대해 신세계는 ‘내용과 절차에 숨김과 거짓이 없는가에 대한 판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자에게 설계변경에 대해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과 계속해서 말을 바꾼 점은 투명성에 역행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 신세계는 합리성을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입주자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들로부터 그리 큰 공감을 얻어낸 것 같진 않다. 다만 합법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신세계건설은 입주자들의 항의에 “법대로 하라”며 적법성에 대한 자신감을 여지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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