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양화가 김형식

2013.12.24 13:21:15 호수 0호

뉴 미니멀로 세계무대 두드린다

[일요시사=사회팀] 오직 그림만으로 전설이 된 고흐처럼 자신의 작업을 미술사에 남기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지닌 작가가 있다. 서양화가 김형식 작가는 '뉴 미니멀(New Minimal)'이란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세계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김형식 작가는 훈훈한 외모와는 다르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철저히 구분하는 그는 "작가가 자신만의 조형언어가 없다면 그냥 그리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따라서 김 작가가 걸어온 길은 자신을 대표할 만한 조형언어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완벽주의 성향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중이 바라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그리는 작품은 국내외 작가들을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세상의 수많은 작가들과 각자 갖고 있는 작품세계를 공유하고, 학문적인 소통을 하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또 제가 추구하고 명명한 '뉴 미니멀'을 세계미술사조에 남기고 싶은 게 솔직한 욕심이고요."

김 작가는 색, 면, 조형 등을 활용해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추상미술에 심취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국제 아트페어에 참석했던 그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작가가 '뉴 미니멀'이라고 강조한 고유의 화풍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바탕을 두면서도 다분히 감성적이며 따뜻한 상상으로 가득하다.

"최근 미니멀리즘은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다이즘이나 큐비즘처럼 독립된 장르로 엄연히 구별되고 있고요. 전 미니멀리즘을 제 나름의 노력 끝에 재해석했습니다. 작품들을 보시면 원형 또는 사각형이 공간을 메우고 있어요. 여기서 2차원과 3차원의 세계가 공존하는 거고요. 대신 복잡한 조형은 최대한 배제합니다. 또 모든 작품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번짐 기법은 대상과 공간의 통합을 의미합니다. 어찌 보면 재미없는 그림일 수 있는데 의외로 유럽에선 반응이 좋습니다."


색·면·조형 활용한 추상미술…반복되는 번짐기법
한국보다 유럽서 좋은 반응…간결함서 오는 강렬함

대개의 추상미술은 함축적인 표현과 전달을 핵심으로 한다. 때문에 그림과 친숙하지 않은 관객은 점과 선으로 채워진 조형 언어를 분석하기 어렵다. 추상화가 어렵다는 편견도 일부 맞는 셈. 하지만 김 작가는 "간결함에서 오는 강렬한 메시지가 오히려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추상 작업을 하면 그림 실력이 없는 작가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전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구상 작업부터 공을 들였습니다. 1회부터 4회까지 개인전을 열면서 추상화는 단 한 점도 없었어요. 모두 구상미술이었죠. 당시 전 금강산을 묘사한 풍경화에 몰입했는데요. 제가 갈 길은 추상미술이라고 늘 생각했죠. 다만 화가로서 재현미술에 약하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했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제야 제가 원했던 추상미술에 올인할 수 있게 됐죠."

김 작가는 가수가 부른 노래처럼 그림마다 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조형성과 밀도, 리듬, 색의 조합 등 그림을 평가할 수 있는 여러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김 작가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작업은 아직 좋지 못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디 가서 자랑을 할 정도로 좋은 작업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만의 화풍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점은 자부심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이젠 추상화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하시는데 오히려 저는 단순한 표현을 즐기는 편이죠. 그렇다고 금방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에요. 색을 하나 만드는 데도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씩 걸립니다. 더구나 추상은 정말 새로운 걸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탄탄한 기본기에 감각이 더해져야 하고요."

탄탄한 기본기

김 작가는 '낭중지추'란 옛말처럼 그림이 좋다면 사람들이 알아볼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오직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묵묵히 그림을 그릴 뿐 최근의 작은 성공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프로는 감동을 줘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김 작가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 날을 기대해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형식 작가는?]

▲경희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 전공
▲개인전 15회(서울8회, 미국5회, 스위스, 독일)
▲그룹전 및 기획초대전 250여회
▲국민대, 춘천교육대, 중앙대 강사
▲국제현대미술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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