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상춘: 봄이 계속됨 진민욱

2022.10.04 17:39:11 호수 1395호

어제 걸은 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에서 진민욱 작가의 초대전 ‘어제 걸은 길(The road that I walked yesterday)’을 준비했다. 진민욱은 현대미술의 범주 안에서 동양화의 현대성을 추구하며 전통 채색화의 명맥을 계승해나가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은 한국 미술계의 허리 격인 기성작가의 재발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수년간 창작활동에 매진해온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며 작가로서의 긴 호흡을 위해 예술적 역량을 완성해나가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느린 발걸음

한원미술관은 다양한 장르 속에서 매체에 대한 고민과 다변적 실험을 거듭하는 작가의 행보를 중시하고 지금까지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코자 했다. 진민욱의 이번 전시는 예비 중견작가의 도약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원미술관의 설립 취지와 맞닿아 있다. 

진민욱은 2019년 한원미술관에서 개최한 제10회 화가 ‘화첩: 심상공간’에 참여했다. 당시 전통회화의 이동 시점에 따른 대상과 배경의 경계가 도식적으로 구분된 화면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투명하고 담백한 색채와 풍부한 조형미에서 발현되는 노련함은 작업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는 성실함과 집요함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숙련된 표현기법의 결과다. 


진민욱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는 그의 손길과 사유, 일상의 정취가 담겨있는 농밀하고 섬세한 관찰과 묘사 그리고 투영의 대상이다. 전시 제목인 ‘어제 걸은 길’에서 알 수 있듯 진민욱은 체류했던 도시나 소소한 일상, 생활반경에 인접한 주변 풍경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당시 느낀 소회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기성작가의 재발견
도약의 밑거름 지원

그는 꽃과 곤충, 동물, 바위와 같은 평범한 소재에서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를 심상의 재현으로 담아내기 위한 회화적 실험을 거듭해왔다. 또 평온한 일상을 산책하며 자신과 세상의 연결점을 찾고자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최근 진민욱은 주로 머물렀던 장소, 특히 일상의 주변 사물로부터 느낀 깊은 감명을 모티브로 삼아 풍경화 연작을 그려왔다. 그는 고전문헌에서 자연의 경탄을 묘사하는 문학적 표현인 ‘상춘(항상 봄이 계속됨)’의 의미를 빌려 내러티브를 만들고 있다.

또한 전통회화에서 흔히 접하는 이상향, 도원경과 같은 동양적 세계관을 정지된 화면에 투영함으로써 도시 산책을 통해 거닐었던 장소는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현실 속의 낙원으로 변모한다. 

진민욱은 “상춘의 봄은 특정 계절이 아닌 심리적 봄을 의미한다. 나의 작업은 현실 공간을 빌리지만 일상에서 낙원의 키워드를 찾는다는 전제에서 상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낙원, 도원경이란 가상의 공간, 도피적인 망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걷고 몸으로 느끼는 과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형태는 어떠해야 하는지 열린 결과를 상상하며 사유의 과정을 작업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책 과정에서 받은 인상
감정의 소회 작품에 투영

이번 전시는 지난해 진행한 작업 ‘Stroll&See’와 ‘작은 은거’의 연장선에 있다. Stroll&See 연작은 자연 풍경과의 교감을 통해 삶에서 서서히 발견되는 작은 가치에 주목했던 ‘소소경’ 연작보다 형식적 측면이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사유방식이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선보인 작은 은거 연작은 풍경과 고전 문학의 시적 표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에 착안해 도심에서 바라본 산의 경치나 자연물 형태의 윤곽선을 염두에 두고 전통회화의 형식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변형 캔버스 작업이다. 

병풍의 구조적 형태를 재해석한 수직적 형상을 갖춘 설치물로 제작됐다. 이 같은 방식은 관람객에게 움직임을 유도함으로써 다층의 레이어를 통한 시각-촉각-사유의 궤적을 함께 공유하고 감상해주기를 바라는 진민욱의 시그널이다. 


각자의 리듬

전승용 선임학예사는 “진민욱은 우리가 사는 현재의 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생각하며 걷는지 잠시 느린 발걸음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보기를 권유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시적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작품과 작품 사이를 거닐며 각자의 리듬으로 감상해보기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진민욱은?]

▲학력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전공 박사 졸업(2019)
북경중앙미술학원 중국화과 석사 졸업(2009)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전공 학사 졸업(2003)

▲개인전 
‘어제 걸은 길’ (재)한원미술관(2022)
‘幕間’ 이대서울병원 아트큐브(2021)
‘도시를 보는 작가-Interlude(사이)’ 인천도시역사관(2021)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아트비트 갤러리(2019)
‘소소경逍小景’ 021갤러리(2019)
‘소소경逍小景’ 우민아트센터(2018)
‘박사학위청구전-상춘지경常春之景’ 아트스페이스 루(2018) 외 다수

▲수상
청년작가 한국화 공모전-한국의 아름다움 외교부 장관상(2018)
안견회화정신전 청년작가기획전 우수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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