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회사 부실 떠안은 사조그룹 모기업, 왜?

2021.01.15 09:04:21 호수 1305호

억지로 꿰맞추는 승계 퍼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조그룹에서 굵직한 지분 변동이 목격되고 있다. 오너 일가는 연이은 주식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섰고, 오너 회사의 부실은 핵심 사업회사가 떠안는 것으로 결정됐다. 덕분에 향후 승계 과정에서 황태자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 가능해졌다.
 

▲ 사조 본사 ⓒ네이버 지도


사조그룹은 주인용 명예회장이 1971년 설립한 원양어업회사 ‘시전사’에 뿌리를 둔 종합식품 기업집단이다. 이후 사조산업으로 사명 변경이 이뤄졌고, 1978년에 주인용 명예회장이 뇌일혈로 작고하자, 장남인 주진우 회장이 가업을 이어받았다.

아들 세운
바쁜 행보

사조산업은 1987년 부국사료 인수를 기점으로 서서히 몸집을 불렸다. ▲2004년 신동방 식품사업부문 ▲2006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 ▲2016년 동아원·한국제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는 총 30곳(국내 25곳, 해외 5곳)에 이른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나타낸다. 사조대림의 경우 사조산업이 13.8%로 최대주주며 사조씨푸드 13.2%, 사조시스템즈 9.5%, 캐슬렉스제주 6.1%, 캐슬렉스서울 1.3% 등이다. 사조씨푸드의 최대주주는 사조산업(62.1%)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남다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 지분 26.12%를 보유하고 있다. 사조산업의 나머지 주요 주주로는 주 회장 14.2%, 주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 6.8%, 사조대림 3.9%, 캐슬렉스제주 3.0% 등이 있다.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조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은 사조시스템즈에서 사조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이뤄지면 사조시스템즈가 지주회사를 맡아 나머지 계열사를 아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이은 굵직한 지분 변동
승계 작업…3세 전면 등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 사조시스템즈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오너 일가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는 지분 39.7%를 보유한 주 부사장이다.

주 부사장은 2006년 사조그룹의 비상장계열사인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한 뒤 사조해표 기획실장, 경영지원본부장, 식품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사조그룹 4개 계열사(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해표, 사조오양)의 등기이사에 올랐다. 
 

▲ 주진우 사조 회장과 주지홍 사조 부사장

주 부사장은 2015년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고 상속세 30억원을 사조시스템 지분으로 대신 납부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 지분을 공매를 통해 매각하려 했지만 5번 유찰됐고 6번째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27억원에 해당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이로 인해 사조시스템즈가 자사주 10.8%를 보유하게 됐고, 주 부사장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주 회장 역시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주 회장의 지분율은 13.7%이고, 주 부사장, 사조대림(16.0%)에 이은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주 회장과 주 부사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율 총합은 53%에 이른다.

주식 팔고
현금 얻고

이런 가운데 오너 일가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보유 지분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분 증여를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주 회장은 지난해 4월 사조대림, 사조오양의 지분 전량과 사조산업의 지분 일부를 시간외매매로 계열사에 넘겼다. 지난해 9월 주 부사장은 사조동아원과 사조오양의 지분 2.94%와 5.14%를 각각 시간외매매로 전량 처분했다. 

주 부사장이 내놓은 주식 전량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사들였다. 사조동아원의 주식 414만793주는 사조씨푸드가 전량 인수했고, 사조오양의 주식 48만4127주는 사조대림이 전량 사들였다. 


주 부사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꾸준히 상승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수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사조산업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향후 지주사 전환을 고려했을 때 사조산업에 대한 지배력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위한 필수 요소다.

부실 넘긴
황태자

오너 일가가 내놓은 주식을 계열사가 사들이면서, 복잡했던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서서히 수직 계열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수직 계열화해 궁극적으로 주 부사장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 캐슬렉스서울 CC ⓒ캐슬렉스

그럼에도 여전히 사조그룹의 실질적인 주도권은 주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 지주사 격인 사조산업에 대한 경영도 주 회장이 주도하고 있으며, 지분율도 주 회장이 더 높다. 만약 주 부사장이 주 회장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 변동이 목격된 가운데, 핵심 사업회사는 부실 회사 떠안기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0일 사조산업은 공시를 통해 종속기업인 캐슬렉스서울이 캐슬렉스제주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캐슬렉스서울이고, 합병비율은 1:4.54이다. 합병으로 발행되는 캐슬렉스서울의 신주는 43만1665주다. 합병 이유는 경영합리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다.

두 회사는 서울과 제주에서 골프장 사업을 영위한다. 다만 주주구성은 차이가 분명하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의 종속기업으로, 캐슬렉스제주는 사조시스템즈의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주식 팔아 현금 마련 총력
껍데기 넘기고 ‘일석이조’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이 79.5%, 사조씨푸드가 20%, 주 회장이 0.5%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캐슬렉스제주는 주 부사장이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 캐슬렉스서울이 5%를 보유 중이다. 

이번 합병 결정으로 캐슬렉스서울의 주주구성에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조산업이 58%, 사조씨푸드가 14.6%, 주 회장이 0.3%로 지분율이 축소되는 대신, 주 부사장과 사조시스템즈는 약 12% 안팎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캐슬렉스 제주 CC ⓒ캐슬렉스

주주구성이 전혀 다른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한 배경엔 재무적 부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캐슬렉스서울이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슬렉스제주는 199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2018년 적자로 전환되면서 재무부담은 더 커졌다. 2018년 말 기준 총자본은 -20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캐슬렉스서울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2015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졌고, 현재 총자본은 -88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양사를 합병하면서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캐슬렉스서울로 통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캐슬렉스제주의 회생 및 자금지원 역시 캐슬렉스서울, 더 나아가 사조그룹이 도맡게 됐다.

뻔한 포석
남는 장사

주 부사장은 이번 합병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계열사로 넘긴 대가로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향후 계열사 등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매각해 사조산업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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