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택배기사 가장 강도 주의보

2012.01.21 20:04:43 호수 0호

"택배 왔어요" 섣불리 문 열었다가…'헉'

[일요시사=한종해기자] "택배왔습니다~." 자신의 택배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버선발로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가기 마련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택배를 받아 들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 설 명절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거나 자신이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어 택배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섣불리 문을 열었다가 큰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던 택배기사 가장 강도사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택배강도 기승에 고객은 '벌벌' 기사는 '한숨'
경찰, 설 연휴 특별방범활동 기간 단속 강화



최근 새집으로 이사한 주부 신모(27)씨는 섬뜩한 경험을 했다. 지난 15일 오후 6시께 초인종이 울려 인터폰을 받아 현관문을 확인했다. 문 앞에는 작은 상자를 든 한 남성이 서 있었고 이 남성은 인터폰에 "택배입니다"라고 했다. 택배기사라면 응당 입어야할 택배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이 수상했던 신씨는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웠다. 남편이 현관문의 걸쇠를 걸고 문을 열자 택배기사는 흠칫 당황한 모습을 보이더니 "주소를 잘못 찾아왔다"며 다른 층으로 내려갔다.

남편 보더니 '줄행랑'

서울 양천구의 한 상가주택에 살던 이모(51·여)씨는 택배기사 가장 강도에 당했다.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김모(48)씨 등 2명은 이씨가 상당한 재력가라는 소문을 들었다. 김씨 등은 지난해 말 출소한 뒤 택배원을 가장해 이씨에 집에 들어가 이씨와 딸을 폭행하고 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모 빌라에서는 집주인 김모(48)씨가 신원을 알 수 없는 30대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중상을 입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아침에 한 30대 남자가 "택배 물품을 배달하러 왔다"고 말해 현관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당산동에서 택배기사로 위장해 아파트에 침입, 금품을 빼앗고 주부 황모(36)씨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도 발생했다. 사건당시 아파트에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어 인상착의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처럼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진짜' 택배기사들도 고객 못지않은 울상을 짓고 있다. 낮은 운임과 인력부족난으로 하루 많게는 100~200개의 물량을 혼자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물품 배송 중 가끔 고객들로부터 범죄자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광명 지역을 담당하는 한 택배기사는 "집도 못 비우고 택배만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상품 배송을 위해 방문하는데 문을 안 열어주고 범죄자로 오인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배송해야 하는 물품이 산더미인데 범죄자로 오인을 받아 한 집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번 설 연휴 택배물량은 지난해 설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소포우편물은 지난해 설 명절 1125만개보다 35만개가 늘어난 1160만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장 많은 날에는 평소보다 최고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택배회사도 설 연휴 기간 동안 인력을 보강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택배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택배 가장 강도들이 활개 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진다는 방증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택배업체들은 운송장에 '택배수령 시 운송장을 제거하라'는 안내문구를 넣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택배는 3~4장의 운송장 중 택배 상자에 붙이는 운송장의 전화번호란을 코팅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적히지 않도록 했다. B택배도 운송장에 실제 고객전화번호 대신 암호화한 프로그램으로 변환한 가상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C택배는 고객 정보를 프린터로 인쇄하려고 하면 성명과 주소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기호로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택배 지난 설보다 증가

경찰 관계자는 "최근 택배기사를 사칭한 강도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현관문을 열어주기 전에 택배기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택배 수취 시 즉시 운송장을 폐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며 "무인배송시스템을 확대하는 것 등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9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24일까지 특별방범활동 기간으로 지정했다. 경찰은 이 기간 범죄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경찰관기동대 등 경찰병력도 최대한 활용한다.

 

 


<경찰이 소개하는 택배기사 가장 강도 예방법>

 

▲운송장은 반드시 폐기한다.

-택배상자에는 운송장이 붙어있다. 운송장에는 주문자 주소, 이름 ,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적혀있다. 이런 개인정보는 강도들이 택배기사를 사칭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기사의 근무복을 확인한다.

-우체국이든 일반 택배회사든 물건을 배달하는 기사들은 해당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문을 열기 전 유니폼을 확인해야 한다.

▲상품추적 서비스를 이용한다.

-택배회사의 상품추적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송 예상 시간을 알 수 있다. 물건을 배달하는 기사의 성명, 전화번호까지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주문자·발송자를 확인한다.

-본인이 주문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문자·발송자를 확인하고 해당인에게 전화를 걸어 발송여부를 확인한다.


▲택배기사의 벨소리를 확인한다.

상품추적 서비스를 이용해 택배기사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문 밖에서 벨소리가 울리는지 확인한다.

▲여러사람이 함께 있을 때 택배를 받는다.

-매번 위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여러사람이 함께 있을 때 택배를 받는다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경비실에 물건을 맡겨달라고 하거나 무인택배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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