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패싱 막전막후

2018.06.11 10:51:53 호수 1170호

큰 그림 보고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대표가 후보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했다. 제1야당 대표가 전국단위 선거 유세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당 소속 후보들이 ‘홍준표 패싱’을 하자 홍 대표가 유세 중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시사>는 홍준표 패싱이 지방선거 이후 끼칠 영향을 예상해봤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 홍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일부 광역 후보들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어 그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일부터 나는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공식적으로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초유의 사태

그렇다면 홍 대표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후보들의 의견은 무엇일까. 이번 지방선거가 문재인 대 홍준표의 대결이 아닌 지역 인물들 간 대결로 가고 싶다는 요구였다. 

홍 대표는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세상인데 문재인·홍준표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는 북풍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면서 문 대통령 뒤에 숨어버리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된다는 것”이라고 후보들의 의견을 전했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지난 대선서 자웅을 겨뤘을 때만 해도 팽팽했던 존재감이 대선이 끝난 지 불과 1년 만에 문 대통령 쪽으로 확 기울어졌다. 민주당 후보들은 문재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반면, 한국당 후보들은 오히려 홍준표 패싱을 하고 있다.


유세 중단은 신의 한 수인가, 고육지책인가. 견해가 분분하다. 신의 한 수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홍 대표가 표를 깎아먹을 수 있는 지원유세를 그만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실제 후보들의 행동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홍 대표는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후보들은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지원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졌다.

홍 대표의 지원유세가 오히려 후보 본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후보들이 홍 대표에게 요구한 지역 인물들 간 대결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당 간판을 강조해서는 절대로 선거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결국 후보들은 당과 대표를 제외하고 자신들의 개인기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홍 대표 본인 입장서도 지원유세 중단은 신의 한 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차피 선거판이 기울어진 상황서 지금이라도 선거서 발을 빼야만 그나마 남아 있는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홍 대표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다는 게 ‘신의 한 수’ 주장의 골자다. 만약 승리한다면 지원유세 중단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것이고, 패배한다면 후보들의 요청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하게 됐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홍 대표가 선거 이후 있을 전당대회를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 분석한다.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다. 그러나 앞서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을 지고 ‘전당대회’를 열어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밝혔다.

신의 한 수? 고육지책?
무계파 당 대표론 급부상

지방선거 이후 차기 당권을 두고 친홍(친 홍준표)계와 반홍(반 홍준표)계 간 전쟁이 벌어질 것이 자명한 상황서 패배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방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반홍계 측은 ‘홍준표 책임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백의종군’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는 게 그 증거다. 앞서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가 염려된다”며 홍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같은 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도 “정 의원의 진정 어린 충정을 개소리로 치부하는 참을 수 없는 입의 가벼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지방선거서 악전고투하는 대부분의 후보는 대표가 백의를 입고 헌신해 주실 것을 고대한다”고 홍 대표에게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홍 대표가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 의원이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가 됐다.

지방선거 직후 열릴 전당대회는 친홍계 대표의 탄생이냐, 새로운 반홍계 대표의 탄생이냐, 그도 아니면 ‘홍준표 재신임’이냐가 결정된다. 단순한 계파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는 2020년에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된다.

어느 쪽이 당권을 잡더라도 대대적인 숙청 바람이 예고된다. 홍 대표가 재신임을 받거나 새로운 친홍계 대표가 탄생할 경우 반홍계는 그야말로 지리멸렬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뜻과 배치되면 여지없이 “총선 공천을 안 주겠다”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홍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쇄신이라는 명목으로 친홍계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바람이 불 수도 있다. 그동안 반홍계는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보수를 위해 한국당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제3지대

이 때문에 친홍계·반홍계가 아닌 제3지대서 대표가 탄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극단에 있는 두 계파 중 한 곳이 당권을 잡으면 피바람이 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온건한 성향의 무계파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자천타천 당 대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후보는 ‘드루킹 단식’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놓은 친홍계 김성태 원내대표, 반홍계 중진인 정우택, 나경원 의원, 그리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손학규 대리전

홍준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홍 대표는 “서울시민과 야권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대승적 결단으로 양보하면 지방선거 후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의 생각은 달랐다. 바미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야당의 대표 선수는 안 후보”라고 맞서며 오히려 한국당 김문수 후보의 양보를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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