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건국대학교로부터 사실상 스폰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건국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대표는 건국대에서 강의나 연구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지급 받았다. 특히 김 대표는 더민주의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급여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일요시사>의 단독보도(관련기사: <단독> 더민주 김종인, 석좌교수 특혜 채용 의혹)로 석좌교수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해당 보도 이후에도 여전히 건국대 석좌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 대표는 더민주의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아무런 연구나 강의도 하지 않고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건국대가 사실상 김 대표의 스폰서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등록금 축낸
야당 대표
<일요시사>는 지난 2014년부터 정치인들의 대학교수 낙하산 실태를 연속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급여만 타낸 정치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까지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줘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대학에 기생하며 등록금을 축내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년여 동안 건국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특강 2번을 한 것이 공식적인 활동의 전부였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급여를 지급 받지 않는 명예직 교수도 아니고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지급 받는 석좌교수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 측은 “김 대표처럼 연세가 많은 분이 정규 강의를 맡거나 젊은 교수들처럼 연구활동을 하기는 힘들다”며 “젊은 석박사들이 김 대표를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거나 노하우를 전수받는 형태로 학교에 도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만 75세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대표는 건국대에 연구실도 따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 전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에 나오지도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문을 구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건국대 측은 “주로 이메일이나 전화로 문의를 했다”고 살짝 말을 바꿨다. 건국대 측은 “원로 학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된 후에도 급여 수령
정치권 줄 대려 편법으로 지원?
건국대의 해명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나이가 많아 연구나 수업도 못하는 노교수를 단순히 예우 차원에서 석좌교수로 임용했다는 해명은 믿을 수가 없다”며 “건국대 측이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김 대표를 지원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국대는 이사장이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리자 전직 법조인과 정치인들을 대거 석좌교수로 영입한 바 있다. 건국대는 지난 2014년 3월1일, 박모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과 조모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석좌교수로 초빙하고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매월 300만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모두 당시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 영입됐다. 건국대는 교육부의 감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3년 9월1일에는 교육부 전 차관을 석좌교수로 영입하기도 했다.
만약 김 대표가 더민주의 대표가 된 이후에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급여를 타낸 것이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형법 130조에 따르면 뇌물수수 구성요건의 첫 번째는 공직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시절 김 대표가 건국대로부터 급여를 타낸 것은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지만 제1야당의 대표가 된 후에 급여를 타낸 것은 뇌물수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건국대와 김 대표 측은 모두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여러 대학 돌며
석좌교수 임용
게다가 김 대표는 건국대의 석좌교수로 재직하기 이전에도 여러 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강의를 하지 않고 급여만 타낸 것으로 밝혀져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약 2년 간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김 대표는 가천대에서도 연구나 강의를 하지 않고 매달 급여를 받았다. 가천대에서 2년 동안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김 대표는 딱 2번 특강을 했다.
김 대표가 가천대에서 한 일에 대해 가천대 측은 “대학 발전계획이라던지 대학 미래전략에 대해 자문을 하는 역할을 했다”고 대답했다.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김 대표가 난데없이 대학 발전계획에 대한 자문을 했다니 다소 수상한 정황이었다. 사실상 대학 발전을 위해 정치권에 줄을 놔주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해진다.
가천대 측은 “가천대가 의대나 약대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지난 1989년에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을 한 이력이 있다”며 “그래서 의료분야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 석좌교수로 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분야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 거의 30년 전 보건사회부 장관을 했던 인물을 석좌교수로 임용했다는 해명은 어딘가 어색했다. 김 대표는 경제학자 출신이고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고작 8개월가량 재직했을 뿐이다. 거의 30년 전에 고작 8개월가량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경제학자가 의료분야에 대해 어떤 자문을 해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원로예우?
전관예우?
일각에선 김 대표가 새누리당 국민행복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가천대에서 특강했던 것도 김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력한 대선후보가 대선기간 특정대학에서 특강을 하면 홍보효과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선기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는 여러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런데 당시 박 대통령이 여성 리더십 관련 특강을 하면서 여대나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을 제쳐두고 가천대를 방문한 배경에 뒷말이 무성했다. 대선기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가천대 석좌교수로 임용된다.
노동의 대가 아닌 일방적인 지원?
노동 없이 급여받으면 뇌물 해당
물론 김 대표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란 입장이다. 가천대 측도 당시 박 후보가 여러 대학 가운데 가천대를 찾은 것은 강연 주제가 여성 리더십이었는데 마침 가천대 총장인 이길여 박사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2012 Women in the World 150)’ 에 선정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김 대표는 한국외대에서도 연구를 하거나 강의를 하지는 않았다. 한국외대는 김 대표가 특강은 가끔 했다면서도 몇 번이나 특강을 했는지 그 외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더민주의 대표를 맡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공직에서 물러나 있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김 대표에게 누가 로비를 하려고 석좌교수직을 맡기겠냐”며 “김 대표의 학식과 경험이 대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학 측에서 임용한 것이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뇌물수수 해당?
답변은 거부
하지만 김 대표는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었고, 현재는 제 1야당의 전권 가진 대표가 됐다. 당시 공직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대학 측이 로비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학 시간강사들은 일주일에 수십시간을 강의하고도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타간 것을 일반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