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발기인 1978명 완전해부

새정치 한다더니 범죄자 '우글우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지난 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1978명의 발기인 명단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발기인 명단을 살펴보면 과연 안 의원이 주창하고 있는 새정치에 적합한 인물들인지 의문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지난 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1978명의 발기인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참신한 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정치인 출신 인사 중 상당수는 과거 비리나 막말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9월 이른바 10대 혁신안을 발표하며 제일 먼저 ‘부패 청산’을 약속했다. 안 의원은 “부패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영구 퇴출시켜야 하며 그 기준은 ‘원스트라이크-아웃’”이라면서 “단 한 건이라도 부패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당원은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범죄자 모임?
검증 거쳤나?

그런 안 의원이 비리나 막말 전력자를 대거 창당발기인에 포함시키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1978명의 발기인 명단을 전수조사해본 결과 실태는 무척 심각했다.

현재까지 문제가 된 발기인들은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 최락도·유재규 전 의원 등이다. 이 전 위원장은 2002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SK그룹의 KT 주식 취득 행위에 대한 선처를 부탁받고 대신 이 전 위원장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한 혐의(뇌물)로 2006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또 최 전 의원은 2006년 지방 선거에서 김제시장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당내 공천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에게 4억원이 담긴 사과 상자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2007년 유죄가 확정됐다. 유재규 전 의원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유 전 의원은 배우자가 부녀회장에게 1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2000년 벌금 800만원이 확정됐고, 2001년에는 회계 책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또 국민의당은 2003년 민주당 분당 사태 때 '이미경 머리채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문팔괘 전 서울시의회 의원도 발기인으로 참여한다고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 구주류에 속하는 문 전 시의원은 민주당 당무위 폭력 사태 당시 신당(열린우리당) 창당파인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 물의를 빚었다.

이외에도 <일요시사>가 창당발기인 명단을 전수조사해 본 결과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되는 인물이 상당수였다. 곽영체 전남 도의원은 지난 2011년 음주 뻉소니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곽 도의원은 당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되어 있던 차량과 접촉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대로 도주했다. 하지만 곽 의원은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연락처를 찾을 수 없어 일단 귀가한 뒤 이튿날 일찍 조치해 고의적인 도주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뇌물수수는 기본…시민 폭행까지?
기본 인사검증 시스템 작동 안해

곽인희 전 김제시장은 지난 2010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 당시 곽 전 시장은 골프장 조성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체포됐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곽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난 2006년 7월 김제시 S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골프장 대표 정모씨의 청탁을 받은 브로커 최모씨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돈을 받은 시점이 곽 전 시장이 퇴임한 뒤여서 뇌물과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퇴임 후 뇌물을 약속받고 재직 중 편의를 봐 준 것으로 보고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5700여 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원은 업무방해로 인한 전과가 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광주 북구 모 어린이집에 찾아와 자신과 관련된 좋지 않은 내용을 언론사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는 등 업무방해를 한 혐의로 고발당해 피해자에게 400만원을 지급했다. 때문에 지난 2012년 김 의원이 광주 북구의회 의장으로 선출될 당시에는 시민들이 전과자를 북구의회 대표로 선출해서는 안된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명수 전 수원시의회 의장은 과거 지역구 주민 등 약 40여명에게 시가 3만원 상당의 술을 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의장은 당시 추석을 앞두고 수원시 인계동 모 종합건설 대표로부터 시가 3만1000원짜리 술 100세트를 기부 받아 자치단체장, 공무원, 지역구 주민 등에게 택배로 돌려 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새정치?
쉰정치?

김미영 노원구의회 의원은 이미 도로교통법 위반, 사기 등 3건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도봉구 창동 주택가 주차장에서 주차시비 끝에 상대방을 폭행해 폭행죄로 입건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를 발부받아 상대방을 폭행혐의로 고소했는데, 상대방이 맞고소하면서 이 사건은 쌍방폭행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미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영규 전 여수시의회 의장은 지난 2012년 여수시청 국장출신인 양 모씨가 차린 회사와 새 계약을 맺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탄원서가 여수시의회에 접수돼 지역 내에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해당 탄원서 내용은 수사과정에서 증거가 불충분해 무혐의 처리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김 전 의장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가 금품살포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돼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지난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임신 약혼녀 폭행 사건’ 가해자의 아버지다.

당시 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의 아들은 약혼녀 B씨와 한 술집 골목에서 결혼 예물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B씨의 허벅지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B씨의 얼굴을 장지갑으로 수차례 때리는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당시 B씨는 임신 7개월 차였다.

B씨는 “가해자의 아버지인 김 전 의장이 처음에는 죄송하다며 신혼 아파트와 병원비를 보상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아들이 고소당해 전과자가 됐다며 왜 위자료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 측은 "당시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긴 했지만 B씨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뿐 사실관계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무력한 안철수
대국민거짓말?

대전 대덕구청장을 지낸 김창수 전 의원은 구청장 시절 지역 기업체로부터 불법 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3년 10월, 대전 유성구 한 식당에서 한국화이바 대표 조모씨를 만난 뒤 후원금을 부탁해 5000만원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합법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비록 피고인이 형식상 영수증을 교부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자금을 후원회에 전달하지 않고 사용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볼 수 없고 개인 자격으로 5000만원을 수수한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박수묵 전 부평구청장은 지난 2002년 5월 건축업자 박모씨 등 2명으로부터 구청의 각종 허가업무와 관련 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구청장의 직위를 남용해 민원인에게 먼저 금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변관우 춘천시의원은 지난 해 노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변 의원은 지난 해 시의회에서 열린 내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바르게살기운동춘천시협의회(이하 춘천바살협)의 태극기 달기 홍보활동에 대한 질의 도중 “어르신들이… 머리가 없으니까 몸이 고생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춘천바살협 측은 “회원들의 인격을 모독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의회에 집단 항의 방문을 하는 등 논란이 됐다.

변 의원은 “보조금 예산을 부적절하게 활용한 것에 대해 지적하던 중 나온 말”이라며 “표현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변 의원은 또 지난해 4월에는 시정질문에서 시의 취수방식선진화 협약을 ‘매국노’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전국공무원노조 회원들이 1인 시위를 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잇달아 구설수에 올랐다.

부정부패 인사 배제 약속 못 지켜
참신한 인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이춘범 전 광주시의회 의장은 지난 2006년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을 폭행해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워크숍이 끝난 뒤 열린 회식 자리에서 유 대변인 겸 광주시당위원장이 최경주 광주 북구을지역운영위원장과 이춘범 전 광주시의회 의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 전 의장은 컵에 담긴 맥주를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 대변인의 얼굴에 끼얹은 뒤 맥주병을 던졌고, 최 위원장은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유 위원장은 입안이 터지고 맥주병에 팔을 맞아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이날 폭력사건은 지구당 운영문제를 둘러싸고 주류·비주류 간 감정의 앙금이 쌓인 데다 워크숍에서 지역운영위원장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은 데 대한 논쟁까지 빚어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성 전 전주시의회 의장은 장례식장 설치 허용 조례 개정 청탁과 함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과 함께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고, 황석규 전 도의원은 명절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선물 세트를 돌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받고 수감됐던 전력이 있다. 김대식 전 전북교육위 의장도 2001년 특가법상 뇌물 공여 약속 및 뇌물 공여 의사 표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이병학 전 부안군수는 과거 민주당 전북도당 간부에게 현금 1000만원을 특별 당비 형식으로 낸 사실이 발각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 군수는 한 음식점에서 전북도당 간부 박모씨를 만난 뒤 운전기사를 시켜 박씨의 승용차에 1000만원을 두고 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군수의 상고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군수가 사건 당시 전북도당에 정치 자금을 기부한다고 해도 중앙당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금 1000만원을 당비로 낸 것은 일반적인 당비 납부 행위에서 벗어난다며 선거법 위반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다.

성급한 발표
비판여론 고조

또 국민의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물들 중 몇몇은 전과 1~2건을 가지고 있었고,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 당시 특혜나 비리 의혹 등에 휘말린 인사들도 있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간단하게 이력만 조사해봐도 알 수 있는데 이런 인사들을 왜 다 받아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신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혐오 때문이다.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기대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이런 인사들로 당을 꾸려서는 공천탈락 예상자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지자 국민의당 측은 “인재영입위원회가 정식으로 꾸려지면 검증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병행하고 기준을 세울 것”이라며 “곧 전체를 다시 스크린하고 거르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i737@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다음은 본 기사에 대한 춘천시의회 변관우 의원의 반론입니다.

해당 기사에서 본 의원을 지역사회에서 노인비하성 발언이나 하는 부도덕하고 새정치에 부적합한 인물로 묘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합니다.

본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터부시했던 관변단체의 예산집행에 대하여 철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역없는 의정활동은 관련단체의 항의와 압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바르게살기춘천지회의 사무국장이 시민과 함께하는 효율적인 사업구상을 하지 않고 의례적인 사업계획을 작성하니까 회원인 어르신들이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며 생산적인 사업을 한다면 보조금을 더 드리겠다는 것이 본 의원의 발언요지였습니다. 즉, 머리(사무국장)가 없으니 몸(어르신)이 고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