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발기인 1978명 완전해부

새정치 한다더니 범죄자 '우글우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지난 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1978명의 발기인 명단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발기인 명단을 살펴보면 과연 안 의원이 주창하고 있는 새정치에 적합한 인물들인지 의문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지난 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1978명의 발기인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참신한 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정치인 출신 인사 중 상당수는 과거 비리나 막말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9월 이른바 10대 혁신안을 발표하며 제일 먼저 ‘부패 청산’을 약속했다. 안 의원은 “부패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영구 퇴출시켜야 하며 그 기준은 ‘원스트라이크-아웃’”이라면서 “단 한 건이라도 부패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당원은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범죄자 모임?
검증 거쳤나?

그런 안 의원이 비리나 막말 전력자를 대거 창당발기인에 포함시키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1978명의 발기인 명단을 전수조사해본 결과 실태는 무척 심각했다.

현재까지 문제가 된 발기인들은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 최락도·유재규 전 의원 등이다. 이 전 위원장은 2002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SK그룹의 KT 주식 취득 행위에 대한 선처를 부탁받고 대신 이 전 위원장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한 혐의(뇌물)로 2006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또 최 전 의원은 2006년 지방 선거에서 김제시장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당내 공천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에게 4억원이 담긴 사과 상자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2007년 유죄가 확정됐다. 유재규 전 의원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유 전 의원은 배우자가 부녀회장에게 1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2000년 벌금 800만원이 확정됐고, 2001년에는 회계 책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또 국민의당은 2003년 민주당 분당 사태 때 '이미경 머리채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문팔괘 전 서울시의회 의원도 발기인으로 참여한다고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 구주류에 속하는 문 전 시의원은 민주당 당무위 폭력 사태 당시 신당(열린우리당) 창당파인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 물의를 빚었다.

이외에도 <일요시사>가 창당발기인 명단을 전수조사해 본 결과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되는 인물이 상당수였다. 곽영체 전남 도의원은 지난 2011년 음주 뻉소니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곽 도의원은 당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되어 있던 차량과 접촉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대로 도주했다. 하지만 곽 의원은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연락처를 찾을 수 없어 일단 귀가한 뒤 이튿날 일찍 조치해 고의적인 도주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뇌물수수는 기본…시민 폭행까지?
기본 인사검증 시스템 작동 안해

곽인희 전 김제시장은 지난 2010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 당시 곽 전 시장은 골프장 조성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체포됐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곽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난 2006년 7월 김제시 S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골프장 대표 정모씨의 청탁을 받은 브로커 최모씨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돈을 받은 시점이 곽 전 시장이 퇴임한 뒤여서 뇌물과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퇴임 후 뇌물을 약속받고 재직 중 편의를 봐 준 것으로 보고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5700여 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원은 업무방해로 인한 전과가 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광주 북구 모 어린이집에 찾아와 자신과 관련된 좋지 않은 내용을 언론사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는 등 업무방해를 한 혐의로 고발당해 피해자에게 400만원을 지급했다. 때문에 지난 2012년 김 의원이 광주 북구의회 의장으로 선출될 당시에는 시민들이 전과자를 북구의회 대표로 선출해서는 안된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명수 전 수원시의회 의장은 과거 지역구 주민 등 약 40여명에게 시가 3만원 상당의 술을 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의장은 당시 추석을 앞두고 수원시 인계동 모 종합건설 대표로부터 시가 3만1000원짜리 술 100세트를 기부 받아 자치단체장, 공무원, 지역구 주민 등에게 택배로 돌려 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새정치?
쉰정치?

김미영 노원구의회 의원은 이미 도로교통법 위반, 사기 등 3건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도봉구 창동 주택가 주차장에서 주차시비 끝에 상대방을 폭행해 폭행죄로 입건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를 발부받아 상대방을 폭행혐의로 고소했는데, 상대방이 맞고소하면서 이 사건은 쌍방폭행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미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영규 전 여수시의회 의장은 지난 2012년 여수시청 국장출신인 양 모씨가 차린 회사와 새 계약을 맺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탄원서가 여수시의회에 접수돼 지역 내에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해당 탄원서 내용은 수사과정에서 증거가 불충분해 무혐의 처리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김 전 의장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가 금품살포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돼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지난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임신 약혼녀 폭행 사건’ 가해자의 아버지다.

당시 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의 아들은 약혼녀 B씨와 한 술집 골목에서 결혼 예물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B씨의 허벅지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B씨의 얼굴을 장지갑으로 수차례 때리는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당시 B씨는 임신 7개월 차였다.

B씨는 “가해자의 아버지인 김 전 의장이 처음에는 죄송하다며 신혼 아파트와 병원비를 보상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아들이 고소당해 전과자가 됐다며 왜 위자료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 측은 "당시 도의적으로 사과를 하긴 했지만 B씨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뿐 사실관계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무력한 안철수
대국민거짓말?

대전 대덕구청장을 지낸 김창수 전 의원은 구청장 시절 지역 기업체로부터 불법 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3년 10월, 대전 유성구 한 식당에서 한국화이바 대표 조모씨를 만난 뒤 후원금을 부탁해 5000만원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합법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비록 피고인이 형식상 영수증을 교부했다고 하더라도 정치자금을 후원회에 전달하지 않고 사용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볼 수 없고 개인 자격으로 5000만원을 수수한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박수묵 전 부평구청장은 지난 2002년 5월 건축업자 박모씨 등 2명으로부터 구청의 각종 허가업무와 관련 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구청장의 직위를 남용해 민원인에게 먼저 금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변관우 춘천시의원은 지난 해 노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변 의원은 지난 해 시의회에서 열린 내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바르게살기운동춘천시협의회(이하 춘천바살협)의 태극기 달기 홍보활동에 대한 질의 도중 “어르신들이… 머리가 없으니까 몸이 고생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춘천바살협 측은 “회원들의 인격을 모독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의회에 집단 항의 방문을 하는 등 논란이 됐다.

변 의원은 “보조금 예산을 부적절하게 활용한 것에 대해 지적하던 중 나온 말”이라며 “표현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변 의원은 또 지난해 4월에는 시정질문에서 시의 취수방식선진화 협약을 ‘매국노’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전국공무원노조 회원들이 1인 시위를 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잇달아 구설수에 올랐다.

부정부패 인사 배제 약속 못 지켜
참신한 인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이춘범 전 광주시의회 의장은 지난 2006년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을 폭행해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워크숍이 끝난 뒤 열린 회식 자리에서 유 대변인 겸 광주시당위원장이 최경주 광주 북구을지역운영위원장과 이춘범 전 광주시의회 의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 전 의장은 컵에 담긴 맥주를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 대변인의 얼굴에 끼얹은 뒤 맥주병을 던졌고, 최 위원장은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유 위원장은 입안이 터지고 맥주병에 팔을 맞아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이날 폭력사건은 지구당 운영문제를 둘러싸고 주류·비주류 간 감정의 앙금이 쌓인 데다 워크숍에서 지역운영위원장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은 데 대한 논쟁까지 빚어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성 전 전주시의회 의장은 장례식장 설치 허용 조례 개정 청탁과 함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과 함께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고, 황석규 전 도의원은 명절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선물 세트를 돌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받고 수감됐던 전력이 있다. 김대식 전 전북교육위 의장도 2001년 특가법상 뇌물 공여 약속 및 뇌물 공여 의사 표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이병학 전 부안군수는 과거 민주당 전북도당 간부에게 현금 1000만원을 특별 당비 형식으로 낸 사실이 발각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 군수는 한 음식점에서 전북도당 간부 박모씨를 만난 뒤 운전기사를 시켜 박씨의 승용차에 1000만원을 두고 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군수의 상고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군수가 사건 당시 전북도당에 정치 자금을 기부한다고 해도 중앙당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금 1000만원을 당비로 낸 것은 일반적인 당비 납부 행위에서 벗어난다며 선거법 위반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다.

성급한 발표
비판여론 고조

또 국민의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물들 중 몇몇은 전과 1~2건을 가지고 있었고,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 당시 특혜나 비리 의혹 등에 휘말린 인사들도 있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간단하게 이력만 조사해봐도 알 수 있는데 이런 인사들을 왜 다 받아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신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혐오 때문이다.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기대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이런 인사들로 당을 꾸려서는 공천탈락 예상자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지자 국민의당 측은 “인재영입위원회가 정식으로 꾸려지면 검증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병행하고 기준을 세울 것”이라며 “곧 전체를 다시 스크린하고 거르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i737@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다음은 본 기사에 대한 춘천시의회 변관우 의원의 반론입니다.

해당 기사에서 본 의원을 지역사회에서 노인비하성 발언이나 하는 부도덕하고 새정치에 부적합한 인물로 묘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합니다.

본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터부시했던 관변단체의 예산집행에 대하여 철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역없는 의정활동은 관련단체의 항의와 압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바르게살기춘천지회의 사무국장이 시민과 함께하는 효율적인 사업구상을 하지 않고 의례적인 사업계획을 작성하니까 회원인 어르신들이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며 생산적인 사업을 한다면 보조금을 더 드리겠다는 것이 본 의원의 발언요지였습니다. 즉, 머리(사무국장)가 없으니 몸(어르신)이 고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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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