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서울 한복판에 화력발전소, 왜?

폭발하면 대참사 ‘위험한 동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서울한복판에서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를 지하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심에 대규모 지하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졸속추진이라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인리발전소’로 더 알려져 있는 서울복합 1·2호기 발전소의 지하화 작업이 시민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중추적인 역할?

주변 미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발전소 상부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4·5호기는 ‘문화창작발전소’로 조성해 생활체육시설·도서관·박물관·공연장·한강수변공간과 연계한 복합문화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세계최초로 도심 지하에 건설되는 발전소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인근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기술이 설계, 두산중공업이 주기기공급,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토건공사를 담당하게 된 이번 사업은 대규모 발전소의 지하화와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설계하고 전문기관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에너지절감과 연간 27만4000톤의 이산화탄소 절감으로 국가 에너지정책에 부응하고, 서울의 유일한 전력공급시설로서 서울 전력사용량의 9.8%를 공급하고 비상시 국가중요시설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제3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이후 발전소 폐지, 고양시로의 지역 이전, 다시 지하화 재추진까지 6년여의 기간이 소요됐으며 그동안 정치권, 지자체, 지역주민 등 복잡한 이해관계자 간 수많은 갈등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현재 화력발전소를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폭발사고에 큰 우려와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시행 주체인 한국중부발전을 비롯해 마포구청,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전문가를 포함한 대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안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화력발전소 폐쇄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가스충전소의 1000배에 달하는 공간에 지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실험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규모 부지의 지하를 30m 깊이로 파 발전설비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검증이 안 된 사업인 만큼 안전성 확보가 필수”라며 “지자체와 발전소 측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홍보할 뿐 불안 해소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미 수명 다해 지하화…마포에 작업 논란
주민들 반발 거세 “졸속행정 갈등 부추겨”

특히 화력발전소의 원료인 천연액화가스(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지상에서는 노출돼도 흩어져 사고 시 피해가 적지만 지하에선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마포구청 측은 “사업인가 전에 관계행정기관 등과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사전협의를 거쳐 사업계획 인가에 반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역시 현재 마포구 당인동·합정동 인근에 건설 중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라는 위험 시설물을, 검증되지 않은 지하화 공법으로 시도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나 관리소홀로 인해 가스가 유출될 경우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 사회단체는 깊이 30미터를 파서 1m 두께의 뚜껑을 덮어 건설되는 지하화력발전소는 가스가 지상으로 폭발했을 경우 소규모 저장탱크라도 반경 50m 이내 건물 등을 모두 파괴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하 3만6000㎡에 응축된 가스가 폭발할 경우, 그 파괴력은 마포구 일대는 물론 그 외 도심지역에도 커다란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도 “만에 하나라도 지하발전소가 사고 또는 과실에 의해 폭발할 경우 히로시마 원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전소 관계자는 “새로 들어설 지하발전소에는 LNG 중간저장탱크가 별도로 있지않기 때문에 지하에서 폭발할 위험이 없다”며 “또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가스가 조금이라도 누출이 되면 즉각 밸브가 차단되도록 설비를 갖추고, 자동 환기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며 안전성 논란에 대해 반박했지만 불안을 잠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8년 마포구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던 서울화력발전소 지하화 계획은 2010년부터 재추진됐다. 여러 행정소송이 걸리는 듯 난항에 직면하던 이 계획은 2012년 8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발전소 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2013년 9월 착공식을 단행했다.

세계 최초 시도

현재 무엇보다 주민들이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왜 이런 위험 시설물을 세계 최초로 꼭 지하에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지하에 발전소를 짓는 경우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이 거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더욱 큰 반발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은 “화력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된 지금이라도 기술적인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해 안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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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