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다단계 월드벤쳐스 ‘허와 실’

해외여행 다니면서 돈도 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종 다단계 월드벤쳐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싸게 보내주며, 돈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하니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불법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신종 다단계 업체 월드벤쳐스의 실체를 공개한다.

“누군가를 통해 이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면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은 당신과 파트너가 돼서 평생 전세계를 여행 다니며 연금이 될 수 있는 수익도 올릴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는 월드벤쳐스입니다.”

월드벤쳐스는 최초로 여행 상품을 다단계에 접목한 미국 회사다. 2005년에 발족해 지금까지 24개국 12만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현재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싱가폴과 홍콩 등에만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온라인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월드벤쳐스는 홍콩을 거점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소문을 타 한국의 월드벤쳐스 회원은 수천명으로 불어났다.

입소문 타고 인기
전형적 피라미드

회원은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순수하게 여행만 목적으로 가입하는 골드회원과 회원 유치도 할 수 있는 사업자인 플래티넘 회원이다. 일반회원은 회원권20만원과 월회비 5만원, 사업자회원은 회원권 30만원과 월회비 6만원을 내고 가입한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사업자는 “대부분 가입자는 골드회원보다 플래티넘회원이 많다”며 “플래티넘회원이 여행 혜택도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회원만 가입시키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싸게 여행도 갈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솔깃하다.

이런 탓에 포털 사이트서 월드벤쳐스를 검색하면 웹페이지부터 블로그까지 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빽빽하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월드벤쳐스는 저렴한 여행 상품을 이용해 불법 다단계 사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업자 회원은 허위 사실을 알리며 신규회원을 유혹하거나 안심시키고 있다.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의 수익 구조는 가입 후 회원 4명을 모으면 월회비가 면제되며, 이후 가입자를 모으면 인세티브가 붙는 구조다. 이들은 보상플랜을 소개하며 10명 유치했을 때 100만원, 30명 유치했을 때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끌어모은 회원수만큼 직급을 정해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청 박흥석 민생경제과 주무관은 “월드벤쳐스는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다”며 “아무리 상품이 좋더라도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다단계 업체는 ‘유사수신행위’로 처벌 대상이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월드벤쳐스를 종용하며 회원을 모으는 사업자는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해 처해질 수 있다고 박 주무관은 덧붙였다.

2005년 최초로 여행 상품 다단계에 접목
미국 시초…24개 국가 12만명 회원 가입

월드벤쳐스는 시·도 지사에 허가만 받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애초에 한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에서 다단계 영업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설립 자본금이 5억 이상 ▲시·도 지사에 등록 후 사업을 개시 ▲공제조합 가입을 하여 의무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 보험 계약 채결 돼야 한다. 이중 월드벤쳐스가 충족하고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다.

월드벤쳐스가 한국에 정식적으로 진출한 게 아니므로 지사나 한국 법인이 설립되지 않았다. 자본금 5억이 없는 건 당연하다. 설립한 회사가 없으니 시·도 지사와 공제조합에 등록·가입도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월드벤쳐스 구조상 현행법을 결코 충족시킬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먼저 현행법상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매원으로 가입하는 조건으로 5만원이상의 제품을 구입하게할 경우 불법 다단계 판매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월드벤쳐스의 경우 가입비만 최소 20만원이다.

또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후원수당의 총액은 매출액의 3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반면 월드벤쳐스는 매출액의 65%를 회원들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월드벤쳐스의 회사 정책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불가능하다. 과연 월드벤쳐스가 한국 진출을 위해서 회사 정책을 바꿀지 의문이다.

하지만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올해 월드벤쳐스 한국 지사가 들어와 정식 업체로 등록할 것”이라며 여전히 회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주무관은 “불법 다단계들이 하는 전형적인 거짓말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월드벤쳐스를 탈퇴한 한 회원은 “그 말은 2013년부터 했다”며 “아직도 가입이 안 된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17일에 올라온 월드벤쳐스를 홍보하는 글을 보면 ‘지난 2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정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지사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무실이 없다”
온라인으로 모집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은 시장 감시와 준사법기관으로써 사건을 심결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본 기관은 허가 신청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영업등록 신청은 각 지자체에서 하는 것이다”며 “이 글을 올린 당사자들이 부당한 허위 광고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글을 올린 관계자에게 이 글을 쓴 경위에 대해 묻자 “내가 쓴 게 아니다. 누군가 이 글을 써서 가져온 것뿐이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 “당신이 당장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고 선전한다. 사업자 회원들 역시 “열심히 하면 최고 직급인 IMD(International Market Diractor)가 돼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다”며 유혹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월드벤쳐스는 다단계 종류 중 하나인 바이너리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다. 바이너리 마케팅은 매월마다 사업자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회원만 모집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업자 회원을 중심으로 좌우가 뻗어 나온다. 이 좌우에 회원 한 명씩 총 2명을 가입시킨다. 이 가입한 회원도 마찬가지 좌우에 회원을 가입시켜야 한다.

여기서 수당을 을 받기 위해서는 4/4, 40/40, 400/400처럼 좌우 회원수가 똑같아야 한다. 이렇게 회원 숫자를 맞추면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탄생한다. 월드벤쳐스의 경우 30/30(명) 회원을 가입시키면 한 달에 50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90/90(명)을 가입시킬 경우 200만원을 받는다.

바이너리의 맹점은 좌우 숫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1000명을 모집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좌우를 맞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든 개개인은 자신을 기준으로 했을 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피라미드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회원을 모으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좌우를 맞추는 게 상당히 어렵다. 만일 사업자가 회원들에게 ‘자신의 밑으로만 가입시켜 수당을 받아 나누자’고 한다면 그때부터 완벽한 피라미드로 전락하게 된다.

최고 직급인 IMD는 3개월간 3000명의 회원을 유지하며 6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 이 말은 3개월 동안 제시한 목표액을 못 채우면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여기서 IMD가 6000만원 이상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 방법은 신규회원의 가입비와 회원들의 여행비로 채워진다.

다단계 수당구조
정식등록도 안돼

이 때문에 월드벤쳐스 사업자 회원들은 말 그대로 영업을 한다. 특히 전업으로 하는 상위 직급들은 수시로 월드벤쳐스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홍보하며 회원들이 여행을 가도록 독려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매일 같이 세미나를 열어 신규 회원 유치에 혈안이다.


월드벤쳐스의 중간 직급에 있는 한 사업자는 “회원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간다. 목표액에 구멍이라도 나면 내 돈을 풀어 지인을 가입시켜 맞춘다”며 “그게 들어와야 내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월드벤쳐스는 한국보다는 외국 특성에 맞게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알아야한다. 가입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월드벤쳐스를 권유하는 이들은 “번역기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번역기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역할 수 있으며 꼼꼼히 따져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가입 당시 영문으로 된 약관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기자는 “영어를 못하면 어떻게 약관이나 계약서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사업자는 “영문 약관은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된다”고 답했다. 이들의 전문성도 의심돼는 대목이다.

2013년 한국 상륙…회원만 수천명
“관련법 위반” 사실상 영업 불가능

피해자 김모씨는 “사업자는 내가 지급한 월회비로 여행을 무료로 갈 수 있다고 했다”며 “그동안 모은 500포인트로 여행을 가려고 하니깐 ‘200포인트 이상 쓸 수 없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추가로 항공료와 교통편을 지불했다. 김씨는 “여행 상품의 절반이 비행기 값인데, 이걸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싼 값이 아니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씨는 월드벤쳐스를 탈퇴하기 위해 신용카드까지 정지했다고 전했다.

또 월드벤쳐스 상품을 통해 여행을 갔을 때 한 가지 허점이 있다. 바로 현지인 가이드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에서 월드벤쳐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영어로 사용하는 가이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행을 갔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낭패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월드벤쳐스의 상품은 기타 국내 여행사보다 싼 값에 여행을 갈 수 있다. 누구나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꿈꾼다는 점에서 월드벤쳐스의 사업 취지는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하다. 월드벤쳐스를 가입한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교수나 의사 등 소위 고소득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월드벤쳐스를 ‘여행 동호회’ 정도로 생각하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B씨는 “지인이 이게 여행 동호회라고 해서 나도 친구들한테 권유해서 5명 정도 가입시켰다”며 “지난해 친구들과 말레이시아 페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드벤쳐스가 무조건 나쁜 다단계만은 아니다.

나중에 어쩔려고…
푹 빠린 사람들

하지만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월드벤쳐스의 현재 모습은 단순히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미 한국에서는 월드벤쳐스의 여행상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사업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보더라도 여행을 가는 행위보다 사람을 모으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월드벤쳐스는 아직 한국 홈페이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 웹사이트만 27개나 된다. 일부 웹페이지는 월드벤쳐스의 공식 한국 사이트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들은 여행상품을 소개하기 보다는 월드벤쳐스의 보상플랜을 설명하기에 더 급급한 게 현실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월드벤쳐스 노르웨이 퇴출 왜? 

지난해 2월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에서 불법 영업을 한 월드벤쳐스에 영업 정지를 명령했다. 노르웨이 도박위원회는 9개월의 조사 끝에 월드벤쳐스를 불법피라미드 다단계 회사라는 결론 내렸다. 월드벤쳐스의 수익 시스템이 ‘여행상품’에서 나오지 않고 ‘회원 모집’에서 나온다는 점과 수입 대부분이 모집 회원들이 독식하고 있으므로 ‘불법 피라미드 업체’로 분류해 영업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월드벤쳐스는 즉각 항소했지만, 심의가 열릴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월드벤쳐스 사업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사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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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