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때 잘 나간 검사들 현주소

그렇게 충성하더니…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정치권의 시선은 검찰에 쏠린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검찰에는 '원죄'가 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검찰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정권을 보호했다. '정치검찰'로 불린 이들은 출셋길을 보장받았다. 이명박정부 당시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님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친이계 좌장으로 알려진 이재오 최고위원이 성을 냈다. 지난달 18일 이 의원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소식을 전해 듣고 "그때(이명박정부 때)는 가만뒀다가 정권이 바뀌면 (수사)하니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친이계 의원들은 '정치검찰'의 행보에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무리한 수사
관대한 집행

친이계가 말한 정치검찰은 새로운 표현이 아니다. 정권의 하명을 받고 검찰이 움직인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역대 정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찰을 통제하지 못한 권력은 이른 레임덕에 직면했다.

때문에 정권은 검찰을 이용했다. 때로는 아닌 척 정적을 제거했다. 이명박정부는 검찰을 움직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또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정작업에 돌입했다.

수사를 받는 쪽은 늘 '정치적인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 싸움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편들었다. 정권에 협조한 검사는 승승장구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권력에 줄을 댔다. 어찌 보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자초한 검찰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정치검찰은 2009년에야 일종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은 정치검찰의 교본으로 불린다. 당시 일부 검사는 정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전에 없던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다. 혹은 유례없는 관대한 법 집행으로 출셋길을 보장받았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 3년 차인 지금 그때 그 검사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참여연대가 이명박정권 말기인 2012년 12월 발표한 '이명박정부 정치검사' 명단을 토대로 그들의 근황을 정리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정부 검찰권 오남용 13대 사건'을 선정했다. 또 관련 수사에 참여한 47명의 검사를 명단에 적시했다. 이 가운데 검사장급 이상 10명은 따로 추려 '정치검사'로 규정했다. 아래는 사건 순서대로 관련 검사의 현재 직책과 주요 동향을 정리한 결과다. 수사시점 기준 부장급 아래 검사는 제외(일부 대검 간부 제외)했다.

정치검찰
승승장구

2008년 있었던 'PD수첩 명예훼손 혐의 수사'(1)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형사 범죄로 만든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담당했으며, 당시 형사부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정병두 검사였다.

정 검사는 지난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황제 테니스'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인수위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 수사본부장을 맡아 농성자 5명을 구속기소했다. 2012년에는 차관급인 인천지검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 검사는 더 높은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2014년 2월 퇴임했다. 대법관 후보자로 추대됐지만 끝내 선임되지 못했다. 퇴임 당시 직책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LG전자 세탁기 파손사건의 변호인단으로 합류했다.


참여연대 검찰권 남용 검사 47인 선정
초고속 승진하거나 거대 로펌으로 영입

PD수첩 사건 당시 형사6부장이던 전현준 검사는 요직으로 영전했다. 전 검사는 그의 선배가 역임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내정됐다. 현재 1차장은 서울중앙지검 내 핵심 보직으로 분류된다. 주로 공안사건을 지휘하는 역할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적용 수사'(2)를 맡았던 박은석 검사는 내부 승진에서 밀려났다.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이었던 그는 법원에서 조정권고를 받은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 논란을 빚었다. 특수수사에 강점이 있는 그는 2014년 초 금융감독원 감찰실 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감독원이 현직 검사를 영입한 사례는 박 검사가 처음이다.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 수사'(3)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수남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대검찰청 차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미네르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그는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RO사건을 총지휘해 이번 정부에서 가장 신임 받는 검사로 거듭났다. 이후 검찰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까지 매듭지었다. 대구 출신인 김 검사는 이변이 없는 한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유력시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부장검사로 사건을 맡은 김주선 검사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으로 승진한 뒤 서울고검 검사를 거쳐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차기 인사에서 '검찰의 꽃'인 지검장으로 승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직무유기 혐의 수사'(4)를 지휘한 윤갑근 검사는 탄탄대로를 밟았다. 2009년 당시 수원지검 2차장이었던 그는 '중앙선관위 DDos 공격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차례로 맡았다. 올해 대검찰청 반부패부 부장으로 영전했으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쥔 '성완종 게이트' 특별수사팀을 총괄하는 보고라인으로 지명됐다.

수원지검 공안부장이었던 변창훈 검사 역시 출셋길을 걸었다. 2012년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된 그는 오원춘 사건을 처리하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발탁됐다. 또 국정원으로 파견돼 '대선 개입' 사건을 수습하고, 올 1월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으로 복귀했다.

대법관 후보
총장 하마평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5)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가 2009년(뇌물수수)과 2010년(정치자금법 위반) 번갈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관련 수사를 모두 총괄한 김주현 검사는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차관 임명장을 받았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그는 '한명숙 수사' 당시 표적수사라는 비난에도 연이어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권오성 검사는 현재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권 검사는 최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에 대한 아동음란물 방치 혐의 수사를 진행해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김기동 검사는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과 성남지청 차장검사를 거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시절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에 임명됐다. 검찰에 몇 남지 않은 '특수통'인 그는 올 2월 대전고검 차장검사로 보직을 옮겼다. 하지만 서울에서 여전히 합수단을 지휘하며,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6)를 총괄한 신경식 검사는 청와대에 면죄부를 내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 '용산 참사' 수사에서도 공소 유지를 담당했으나 법원에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문제됐다.


그는 올 2월까지 수원지검장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편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옷을 벗은 신 검사는 지난달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

'불법사찰 수사'의 또 다른 주역인 오정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는 인천시로 파견됐다. 인천시는 오 검사를 시 법률자문검사로 임명했다.

'내곡동 대통령 사저부지 불법매입 의혹'(7) 수사를 맡은 송찬엽 검사는 이명박정부 당시 출셋길에 올랐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낙마한 케이스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참모(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로 알려졌는데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기소 과정에서 선거법 적용에 찬성했다가 이듬해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마지막으로 2015년 2월 퇴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내곡동 사건을 담당한 백방준 검사는 2013년 서울고검 검사로 부임했다. 그러나 서울고검 검사는 순환보직으로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재 백 검사는 광주시 소속 사법정책보좌관으로 파견됐다. 승진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미네르바 수사' 김수남 차기 총장 1순위
'김상곤 수사' 윤갑근 성완종 사건 총괄
'노무현 수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행
'한명숙 수사' 김주현 법무부 차관 영전

'용산 농성장 화재 및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행위 방조수사'(8)는 앞서 밝혔듯 정병두 검사가 수사본부장을 맡았다. 그 밑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사건을 축소한 의혹을 받은 안상돈 검사는 201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합동수사본부 본부장에 내정됐다. TK 출신인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9)를 밀어붙인 우병우 당시 대검 중수부 1과장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포스트 김기춘'이란 별명은 그의 막강한 위세를 드러낸다.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에 대한 집시법 위반 등 혐의 적용 수사'(10) 지휘자인 정점식 당시 대검 공안1과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 내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자 정부 측 대리인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이끈 그는 대검찰청 공안부장에 임명됐다. 차기 인사에서는 지검장으로의 승진이 유력시되고 있다.

'전교조 시국선언 발표에 대한 수사 및 정당가입 추가 수사'(11)를 지휘한 오세인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요직을 순환하고 지검장으로 영전했다. 2년 동안 초대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냈고 서울남부지검장에까지 임명됐다. 특히 오 검사가 있는 서울남부지검은 금융범죄 수사의 거점으로 검찰 내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봉욱 당시 대검찰청 공안기획관도 지검장급으로 승진했다. 봉 검사는 법무부 기획조정실 실장, 울산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법무실장에 발탁됐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2014년 재산은 5억원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었던 윤웅걸 검사는 2014년 공안기획 총괄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승진했고, 올 2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 났다. '전교사 수사'에는 정병두 검사와 신경식 검사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수사'(12)는 2009년 김수남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자격으로 지휘했다. 당시 김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본부장 구본진 검사는 최근 변호사로 전업했다. 퇴임 후에는 필적학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수사'를 별건으로 확대했던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사를 그만뒀다. 검찰 역사상 가장 유능한 특수통으로 불렸던 그는 삼성과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온 '러브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에는 <경향신문>에 법조인 자격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노승권 검사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2부장을 맡았으며, 현재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영전했다. 이명박정부 때는 대검 중수1과장을 역임해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최 검사와 또 다른 인연이 있다.

'G20 포스터 쥐그림 수사'(2010)를 맡은 공상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쳐 올해 창원지검장에 취임했다. 당시 '쥐그림 수사' 외에도 북한 간첩단 '왕재산' 사건을 맡았으며,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후보자 매수사건을 기획해 곽 교육감을 구속기소했다.

공 검사의 지휘를 받은 안병익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이어 창원지검 진주지청장, 인천지검 1차장으로 안정적인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정부 때 공을 세운 대다수 검사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승진을 거듭했다. 단 관련 검사들의 수사권을 쥐고 흔들던 두 서울중앙지검장은 최종 관문인 검찰총장에 오르지 못했다. 나란히 고대 출신이었던 이들은 이명박정부와 운명을 같이 했다.

공안통 일색
특수통 사임

그럼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두 '검사님'이다. 노환균 검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가 됐으며, 최교일 검사는 2014년 한전 사외이사(현재 사퇴)와 고려아연의 이사로 동시에 등재됐다.

앞서 최 검사는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 자격을 잃으면 스포츠 외교분야에서 국력이 약해질 수 있다"라고 말해 이 회장의 단독사면을 도왔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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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줄 잡은 트럼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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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이 ‘트럼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모든 국가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도 그 대열에 줄 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큰 표 차로 이기고 8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전 세계 흔들다 민주당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잡은 게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에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개뿐”이라면서 트랜스젠더 문제에 쐐기를 박고 DEI 정책 폐기를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지금까지 맡아온 ‘세계의 경찰’ 역할 대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관세를 내세운 ‘통상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첫 번째 표적이 됐다. 취임 당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25%를 붙이고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무역 적자라는 게 중론이다. 영토 전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전쟁 지역 원조를 빌미로 영토를 확장하려는 야욕을 보이면서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DC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이 건설한 것”이라며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운하를 넘겼지만 협정은 매우 심각하게 위반됐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 겁주는 줄 알았는데 진짜 또 그린란드 주민을 향해 “여러분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만약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주민은 2009년 덴마크와 합의해 제정한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서 미국이 자유 진영서 원조해 온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쪽으로 미묘하게 기울어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미국의 외교 방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원조의 대가로 광물 개발권을 요구했다. 3년여 동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서 미국은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독일 킬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3년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1197억달러(17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협조하지 않자 모든 군사 원조를 끊겠다는 강수를 놨다.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에 3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서 “젤렌스키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물협정에 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국가가 ‘트럼프 태풍’에 휘말려 대응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다. 한국도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 국가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있으리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그게 가시화되진 않았다는 뜻이다. 전쟁 국가도 원조 끊어 한국은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대미 무역 흑자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의 첫 연설서 한국을 ‘콕’ 짚었다. 99분에 걸친 연설서 한국을 공개 지목하다시피 한 것이다. 각국의 대미 관세를 언급하는 과정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4배 높다”고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또 많은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엄청나게 돕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게 우리 동지와 적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자료를 내고 대미 평균 관세율이 0.79%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사실상 상호 수출입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다. 미국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최혜국 대우는 통상·항해 조약 등에서 한 국가가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마구잡이 주장 대응 못 하고 하지만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떤 관세를 매기건 우리도 그들에게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도 거론했다. 규제와 쿼터제, 환율 등 직접적인 관세가 아니라 각국의 제도를 빌미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꼭 관세가 아니더라도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건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부가가치세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국가와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연설서 군사 지원을 언급한 점도 한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부터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토로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넘어 주한미군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쟁 중인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트럼프식 외교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국에 일방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한국이 막대한 방위비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혜택을 베푼다는 식으로 굴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1조49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재협상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첫 의회 연설에서 콕 집어 모든 논리가 돈으로 통해 여기에 ‘칩스법’ 폐지를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까지 뒤흔들 기세다. 칩스법의 공식 명칭은 ‘반도체 과학법’으로 미국에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법이다. 바이든정부서 시행된 정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총 지원 규모가 2800억달러(약 408조원)에 달하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만 527억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법은)의미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에도 칩스법을 ‘나쁜 법’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원하면서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법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한국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협상에 나서야 할 수뇌부가 불완전한 상태라 대응이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심판대 위에 서 있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관행이나 국제질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의 영토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전쟁 원조를 돈으로 환산하는 등 그동안 미국을 통치했던 지도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상대로 어떤 ‘깜짝쇼’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 외교는 사실상 막혀 지난 5일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정부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동을 위해 방미했다. 신 실장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글로벌 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경제 안보와 관련해 특히 조선 협력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를 하려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 실장은 2기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는 세 번째 장관급 인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했고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