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때 잘 나간 검사들 현주소

그렇게 충성하더니…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정치권의 시선은 검찰에 쏠린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검찰에는 '원죄'가 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검찰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정권을 보호했다. '정치검찰'로 불린 이들은 출셋길을 보장받았다. 이명박정부 당시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님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친이계 좌장으로 알려진 이재오 최고위원이 성을 냈다. 지난달 18일 이 의원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소식을 전해 듣고 "그때(이명박정부 때)는 가만뒀다가 정권이 바뀌면 (수사)하니 정치검찰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친이계 의원들은 '정치검찰'의 행보에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무리한 수사
관대한 집행

친이계가 말한 정치검찰은 새로운 표현이 아니다. 정권의 하명을 받고 검찰이 움직인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역대 정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찰을 통제하지 못한 권력은 이른 레임덕에 직면했다.

때문에 정권은 검찰을 이용했다. 때로는 아닌 척 정적을 제거했다. 이명박정부는 검찰을 움직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또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정작업에 돌입했다.

수사를 받는 쪽은 늘 '정치적인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 싸움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편들었다. 정권에 협조한 검사는 승승장구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권력에 줄을 댔다. 어찌 보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자초한 검찰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정치검찰은 2009년에야 일종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은 정치검찰의 교본으로 불린다. 당시 일부 검사는 정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전에 없던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다. 혹은 유례없는 관대한 법 집행으로 출셋길을 보장받았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 3년 차인 지금 그때 그 검사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참여연대가 이명박정권 말기인 2012년 12월 발표한 '이명박정부 정치검사' 명단을 토대로 그들의 근황을 정리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정부 검찰권 오남용 13대 사건'을 선정했다. 또 관련 수사에 참여한 47명의 검사를 명단에 적시했다. 이 가운데 검사장급 이상 10명은 따로 추려 '정치검사'로 규정했다. 아래는 사건 순서대로 관련 검사의 현재 직책과 주요 동향을 정리한 결과다. 수사시점 기준 부장급 아래 검사는 제외(일부 대검 간부 제외)했다.

정치검찰
승승장구

2008년 있었던 'PD수첩 명예훼손 혐의 수사'(1)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프로그램의 일부 오류를 문제 삼아 형사 범죄로 만든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담당했으며, 당시 형사부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정병두 검사였다.

정 검사는 지난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황제 테니스'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인수위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 수사본부장을 맡아 농성자 5명을 구속기소했다. 2012년에는 차관급인 인천지검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 검사는 더 높은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2014년 2월 퇴임했다. 대법관 후보자로 추대됐지만 끝내 선임되지 못했다. 퇴임 당시 직책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LG전자 세탁기 파손사건의 변호인단으로 합류했다.


참여연대 검찰권 남용 검사 47인 선정
초고속 승진하거나 거대 로펌으로 영입

PD수첩 사건 당시 형사6부장이던 전현준 검사는 요직으로 영전했다. 전 검사는 그의 선배가 역임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내정됐다. 현재 1차장은 서울중앙지검 내 핵심 보직으로 분류된다. 주로 공안사건을 지휘하는 역할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적용 수사'(2)를 맡았던 박은석 검사는 내부 승진에서 밀려났다.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이었던 그는 법원에서 조정권고를 받은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 논란을 빚었다. 특수수사에 강점이 있는 그는 2014년 초 금융감독원 감찰실 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감독원이 현직 검사를 영입한 사례는 박 검사가 처음이다.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 수사'(3)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수남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대검찰청 차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미네르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그는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RO사건을 총지휘해 이번 정부에서 가장 신임 받는 검사로 거듭났다. 이후 검찰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까지 매듭지었다. 대구 출신인 김 검사는 이변이 없는 한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유력시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부장검사로 사건을 맡은 김주선 검사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으로 승진한 뒤 서울고검 검사를 거쳐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차기 인사에서 '검찰의 꽃'인 지검장으로 승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직무유기 혐의 수사'(4)를 지휘한 윤갑근 검사는 탄탄대로를 밟았다. 2009년 당시 수원지검 2차장이었던 그는 '중앙선관위 DDos 공격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차례로 맡았다. 올해 대검찰청 반부패부 부장으로 영전했으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쥔 '성완종 게이트' 특별수사팀을 총괄하는 보고라인으로 지명됐다.

수원지검 공안부장이었던 변창훈 검사 역시 출셋길을 걸었다. 2012년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된 그는 오원춘 사건을 처리하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발탁됐다. 또 국정원으로 파견돼 '대선 개입' 사건을 수습하고, 올 1월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으로 복귀했다.

대법관 후보
총장 하마평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5)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가 2009년(뇌물수수)과 2010년(정치자금법 위반) 번갈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관련 수사를 모두 총괄한 김주현 검사는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차관 임명장을 받았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그는 '한명숙 수사' 당시 표적수사라는 비난에도 연이어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권오성 검사는 현재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권 검사는 최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에 대한 아동음란물 방치 혐의 수사를 진행해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김기동 검사는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과 성남지청 차장검사를 거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시절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에 임명됐다. 검찰에 몇 남지 않은 '특수통'인 그는 올 2월 대전고검 차장검사로 보직을 옮겼다. 하지만 서울에서 여전히 합수단을 지휘하며,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6)를 총괄한 신경식 검사는 청와대에 면죄부를 내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또 '용산 참사' 수사에서도 공소 유지를 담당했으나 법원에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문제됐다.


그는 올 2월까지 수원지검장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편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옷을 벗은 신 검사는 지난달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

'불법사찰 수사'의 또 다른 주역인 오정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는 인천시로 파견됐다. 인천시는 오 검사를 시 법률자문검사로 임명했다.

'내곡동 대통령 사저부지 불법매입 의혹'(7) 수사를 맡은 송찬엽 검사는 이명박정부 당시 출셋길에 올랐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낙마한 케이스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참모(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로 알려졌는데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기소 과정에서 선거법 적용에 찬성했다가 이듬해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마지막으로 2015년 2월 퇴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내곡동 사건을 담당한 백방준 검사는 2013년 서울고검 검사로 부임했다. 그러나 서울고검 검사는 순환보직으로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재 백 검사는 광주시 소속 사법정책보좌관으로 파견됐다. 승진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미네르바 수사' 김수남 차기 총장 1순위
'김상곤 수사' 윤갑근 성완종 사건 총괄
'노무현 수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행
'한명숙 수사' 김주현 법무부 차관 영전

'용산 농성장 화재 및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행위 방조수사'(8)는 앞서 밝혔듯 정병두 검사가 수사본부장을 맡았다. 그 밑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사건을 축소한 의혹을 받은 안상돈 검사는 2014년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합동수사본부 본부장에 내정됐다. TK 출신인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9)를 밀어붙인 우병우 당시 대검 중수부 1과장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포스트 김기춘'이란 별명은 그의 막강한 위세를 드러낸다.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에 대한 집시법 위반 등 혐의 적용 수사'(10) 지휘자인 정점식 당시 대검 공안1과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 내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자 정부 측 대리인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이끈 그는 대검찰청 공안부장에 임명됐다. 차기 인사에서는 지검장으로의 승진이 유력시되고 있다.

'전교조 시국선언 발표에 대한 수사 및 정당가입 추가 수사'(11)를 지휘한 오세인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요직을 순환하고 지검장으로 영전했다. 2년 동안 초대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냈고 서울남부지검장에까지 임명됐다. 특히 오 검사가 있는 서울남부지검은 금융범죄 수사의 거점으로 검찰 내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봉욱 당시 대검찰청 공안기획관도 지검장급으로 승진했다. 봉 검사는 법무부 기획조정실 실장, 울산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법무실장에 발탁됐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2014년 재산은 5억원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었던 윤웅걸 검사는 2014년 공안기획 총괄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승진했고, 올 2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 났다. '전교사 수사'에는 정병두 검사와 신경식 검사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수사'(12)는 2009년 김수남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자격으로 지휘했다. 당시 김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본부장 구본진 검사는 최근 변호사로 전업했다. 퇴임 후에는 필적학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수사'를 별건으로 확대했던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사를 그만뒀다. 검찰 역사상 가장 유능한 특수통으로 불렸던 그는 삼성과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온 '러브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에는 <경향신문>에 법조인 자격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노승권 검사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2부장을 맡았으며, 현재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영전했다. 이명박정부 때는 대검 중수1과장을 역임해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최 검사와 또 다른 인연이 있다.

'G20 포스터 쥐그림 수사'(2010)를 맡은 공상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쳐 올해 창원지검장에 취임했다. 당시 '쥐그림 수사' 외에도 북한 간첩단 '왕재산' 사건을 맡았으며,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후보자 매수사건을 기획해 곽 교육감을 구속기소했다.

공 검사의 지휘를 받은 안병익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이어 창원지검 진주지청장, 인천지검 1차장으로 안정적인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정부 때 공을 세운 대다수 검사는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승진을 거듭했다. 단 관련 검사들의 수사권을 쥐고 흔들던 두 서울중앙지검장은 최종 관문인 검찰총장에 오르지 못했다. 나란히 고대 출신이었던 이들은 이명박정부와 운명을 같이 했다.

공안통 일색
특수통 사임

그럼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두 '검사님'이다. 노환균 검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가 됐으며, 최교일 검사는 2014년 한전 사외이사(현재 사퇴)와 고려아연의 이사로 동시에 등재됐다.

앞서 최 검사는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 자격을 잃으면 스포츠 외교분야에서 국력이 약해질 수 있다"라고 말해 이 회장의 단독사면을 도왔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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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