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

아이들 식판 뺏고 서울선 접대 '펑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홍 지사는 없는 살림을 쪼개 정치인·공무원·언론인을 상대로 '공짜밥'을 주고 있었다. 대권을 겨냥한 노림수로 의심된다. 2015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하루에 세끼. 아이들은 밥을 먹는다. 요즘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기다리는 아이도 제법 많다. 때로는 한끼도 못 먹고 마른 침을 삼키는 아이도 있다. 얼마 전까지 중·고등학교에서의 점심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한국은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했다. 교육에 필요한 점심값 3000∼4000원 정도는 국가가 낼 수 있다고 믿어서다.

경남 서울본부
무차별 무상급식

하지만 국가 구성원 모두가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 반대론자도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2일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1월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고가 거덜 나는데 '무상 파티'만 하고 있을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경상남도에는 '무상 파티'를 전담하는 정무조직이 있다. 국회 보좌관, 정부부처 공무원, 언론사 기자들에게 '무차별 무상 급식'을 지원하는 지사 직속 기구가 존재한다.

'경상남도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도정 협조체제 마련'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행과제는 ▲경남지역 국회의원실 보좌진 간담회 개최 ▲경남 출신 국회·공무원·언론관계관 모임 참여 ▲재경 향우 중앙언론인 모임 참여 ▲재경 중앙부처 향우 공무원 모임 조직 등이다.


실질적인 활동을 정의하면 정가·관가·언론을 상대로 한 '삼시세끼 접대'가 핵심이다. 경상남도를 비롯한 전국 14개(서울·세종·충북 제외) 광역지자체는 이 같은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까지 규모와 예산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없다.

각 서울사무소의 중점 업무를 따지면 차이점보단 공통점이 더 많다. 식사 자리에서 도정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고, 상대에 따라 협조를 구하는 일이다. 편의상 이를 대관업무라고 부른다. 대관업무를 맡은 수행원은 자신을 일컬어 '협력관'이라고 말한다.

이런 협력관의 활동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중앙집권화된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의회·정부와의 소통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사무소에 할당된 재원의 한계와 그 쓰임의 정당성이다. 만약 도비로 운영되는 서울사무소가 특정 단체장의 대권을 위한 '여론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예산 3억 증액
대권도전 노림수

홍 지사는 올해(2015년) 서울본부 예산액을 10억6600만원(10만원 단위 이하 생략)으로 늘렸다. 2014년 예산액이 7억44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억2000만원가량을 증액한 편성이다. 앞서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근거로 '재원 부족'을 언급했다.

홍 지사가 취임하기 전인 2012년에는 6억4000만원이 서울본부 예산으로 배정됐다. 경상남도는 2회 추경을 거쳐 원래 규모(7억2300만원)에서 8000만원 가까이 예산을 삭감했다.


홍 지사가 결제한 2015년의 예산안과 2012년 예산안의 차이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계약직 수가 증가하면서 임금지출이 많아졌고, 둘째, 사무실을 옮기면서 임차료가 2배 이상 늘었다. 셋째, 대관업무에 필요한 '접대비'가 확대 편성됐다.

먼저 '2012년 서울본부 인력운영비' 명목 가운데 '계약직 보수'로 배정된 예산은 5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채용된 계약직은 두 명(나급·라급)에 불과했다. 홍 지사는 이 계약직을 임기제로 바꾸면서 관련 예산을 2억8800만원으로 늘렸다. 4·5급직 공무원 3명은 월 501만원의 봉급이 책정됐고, 9급직 공무원 2명에게도 월 328만원의 봉급을 약속했다. 직전 회계 '기타직 보수'(계약직 보수) 예산은 1억2400만원, 홍 지사는 1년 사이 1억원 넘게 인건비를 올렸다.

사무실 임차료 역시 같은 기간 1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2014년 1억5700만원이었던 임차료는 2015년 2억4700만원으로 뛰었다. 2012년에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억1300만원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홍 지사는 지난해까지 서울 용산에 있던 서울본부 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겼다. 국회와 인접한 곳에 '캠프'를 차린 것이다. KTX 이용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 서울역 인근으로 사무소를 이전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대조적이다. 정치권은 홍 지사의 여의도 서울본부 개소를 대권 도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홍 지사 자신도 대권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홍 지사는 지난 1월7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선 출마를 돕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상남도는 지난 1월14일 '서울본부 이전에 따른 정보통신시설 설치 공사'로 2100여만원을 한진전력에 지급했다.

무상급식 전면중단…예산 전액 삭감
대권기지 의심 여의도사무실은 증액

2015년 예산안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2000만원이 신규 편성된 '행사운영비'다. 행사운영비 사업목적에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과의 협력관계 강화 사업'이라고 쓰여 있다. 사업비는 구실이고, 현실에선 '접대비'와 다름없다. 서울본부 측은 "최근 행정자치부 권고 규정이 바뀌어 운영비로 오찬을 계산할 수 없게 됐다"라며 "우리도 고민이다. 분명한 건 직접적인 밥값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행사운영비 말고도 밥을 살 수 있는 항목은 네 가지가 더 있다. '국회·중앙부처 등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묶인 항목에 ▲국회·중앙부처 유대강화(1000만원) ▲재경도민회 유대강화 및 업무협의(500만원) ▲국내외 투자유치 및 업무추진(630만원) ▲도정 주요시책 홍보(1740만원)가 포함됐다. 관련 예산을 모두 더하면 연간 5870만원의 '합법적인 접대'가 가능하다.

5870만원(서울본부 입장 3870만원)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돈의 용처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지난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상남도와 관련한) 뚜렷한 현안이 없었지만 후생관에 있던 A씨로부터 지난해 음식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엔 음료수
언론엔 특산물

이 출입기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 번은 홍 지사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3위(야권 후보 제외)를 한 적이 있는데 A씨가 운을 떼면서 '우리 지사님을 잘 봐 달라' 했다"며 "나 말고도 A씨가 여러 기자를 만났고, 언론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주로 국회에 상주하며 여러 정보를 취합해 홍 지사에게 매일 오전 직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대화는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진다"라는 것이 출입기자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님께(홍 지사) 보고하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울본부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식사 접대(직원 회식 포함)와 여비 명목으로 쓴 돈은 6500만원에 달했다. 239개 지출 항목 가운데 여비는 44차례(2667만원) 지급됐다.

관련 여비에는 식대가 일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비는 현금화될 수 있어 정확한 지출 내역을 알기 어렵다. A씨는 이어진 통화에서 "다른 지자체는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돈을 쓰지는 않는다"라며 "커피값도 내 사비로 내는 편"이라고 부인했다. 서울본부 측도 "규정에 맞게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대가 쓰인 사업 개요를 보면 '국회·중앙부처·재경도민회 등 유대강화' 혹은 '투자유치 및 도정홍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언론인은 같은 기간 명목상 48차례 밥을 얻어먹었다. '주요 언론사 언론인과의 간담회' '국회출입기자단 만찬' '중앙언론사 관계관 오찬' 등을 명목으로 4만5000원에서 49만5000원상당의 결제가 주 평균 1회 이뤄졌다.

접대 대상이 모호한 '홍준표 지사 도정 홍보를 위한 오찬' 등까지 더하면 언론에 쓰인 공짜 밥값은 더 많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본부가 작성한 '2014년 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을 보면 2014년 1월7일 '도정 주요현안에 대한 인터뷰 및 티타임 경비 지출'에서 49만4000원이 집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를 지출액으로 나누면 1인당 티타임으로 8만2000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기자들 불러 "지사님 잘 봐 달라"
진주의료원 특위 앞두고 식사대접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로 서울본부의 결제는 소액으로 자주 이뤄졌다. 식사비는 천차만별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일 때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1만5000원보다 비쌌고, 3만5000원을 넘지는 않았다. 주로 국회 보좌진, 도정 협조자, 중앙부처 관계관 등과 밥을 먹었다.


30만원 이상의 결제가 이뤄진 만찬자리가 42차례였다. 비교적 큰 행사인 '36대 도지사 취임식 오찬' 때 쓴 돈은 35만1000원이었다. 2014년 7월 '국회 보좌진 오찬 간담' 때는 45만원, 같은 기간 '국회관계관 만찬 간담'으로 48만원을 썼다. '주한베트남 대사관 도지사 국빈 방문 오찬' 때도 서울본부가 9만원을 따로 결제했다.

서울본부는 2014년 8월 43명의 언론관계자를 위해 지역특산품 116만원어치를 샀다. 18명의 재경향우회를 위해 48만6000원, 18곳의 국회의원실로 보낼 특산품 역시 48만6000원어치를 구매했다.

또 서울본부는 음료수와 간식을 국회의원실로 보냈다. '국회 지역구 의원실 다과 구입'을 한다며 40만원, '도정 협조를 위한 의원실 음료수 제공'으로 34만원을 썼다. 같은 금액으로 '의원실 음료수 제공'은 3차례 더 이뤄졌다. 6만원 이하 소액 지출은 제외했다. 상기한 지출 내역은 2014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2013년 자료(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에서는 서울본부의 역할이 뚜렷이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2013년 5월~7월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서울본부를 통해 모두 10차례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대접했다.

같은해 5월29일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에 따른 언론관계관 오찬간담'(3명·6만5000원)을 시작으로 6월부터 집중적인 '로비 활동'에 들어갔다. ▲6월4일 진주의료원 청와대관계관 오찬간담(5명·17만6000원) ▲6월5일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국회 관계관 오찬간담(4명·7만5000원)을 했다.

6월14일 진주의료원 관련 언론홍보를 위한 언론관계관 오찬간담(4명·6만2000원) ▲6월20일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관계관 오찬간담(2명·5만4000원) ▲6월24일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 회의결과 파악을 위한 관계관 오찬간담(4명·8만4000원) ▲6월24일 우리도(경남) 의견 전달을 위한 관계관 만찬간담(2명·4만4000원) ▲6월26일 국정조사 관련 동향파악을 위한 언론관계관 만찬간담(6명·18만원)이 이어졌다. 당시 경상남도는 국정조사를 받는 피감사 대상이었다.

이들은 7월1일 국정조사 특위 의원실 5곳에 간식(10만7000원)을 보내는 면밀함을 보였다. 7월9일에는 국정조사특위 관련 국회출입기자 오찬간담(6명·5만4000원)을 갖고, 오후에는 언론관계관 만찬간담(3명·9만5000원)을 다시 열었다. 7월9일은 국정조사 특위가 홍 지사에게 증인출석을 명령한 날이다. 이날 홍 지사는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자신의 최측근인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를 1급 정무특보로 임명한 뒤 서울본부로 발령냈다. 조 전 부지사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국회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앞으로 조 전 부지사는 여의도와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홍 지사가 서울본부에 쏟는 애정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본부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공짜밥'은 더 많아진다. 국회·중앙부처·언론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배부르다. 경상남도가 '쏘는' 공짜밥은 어려운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홍준표식 '무상급식 수혜자'는 지난해 기준 1200여명에 이르렀다.

무상급식 중단
대권 마이웨이

홍 지사의 표현을 빌면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지만 서울본부는 '밥 먹이러' 가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안 되지만 대권을 위한 '무차별 급식'은 확대됐다. 홍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가 해명을 요구하자 "지금은 통화가 곤란하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장문의 문자와 함께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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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