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

아이들 식판 뺏고 서울선 접대 '펑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홍 지사는 없는 살림을 쪼개 정치인·공무원·언론인을 상대로 '공짜밥'을 주고 있었다. 대권을 겨냥한 노림수로 의심된다. 2015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하루에 세끼. 아이들은 밥을 먹는다. 요즘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기다리는 아이도 제법 많다. 때로는 한끼도 못 먹고 마른 침을 삼키는 아이도 있다. 얼마 전까지 중·고등학교에서의 점심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한국은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했다. 교육에 필요한 점심값 3000∼4000원 정도는 국가가 낼 수 있다고 믿어서다.

경남 서울본부
무차별 무상급식

하지만 국가 구성원 모두가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 반대론자도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2일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1월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고가 거덜 나는데 '무상 파티'만 하고 있을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경상남도에는 '무상 파티'를 전담하는 정무조직이 있다. 국회 보좌관, 정부부처 공무원, 언론사 기자들에게 '무차별 무상 급식'을 지원하는 지사 직속 기구가 존재한다.

'경상남도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도정 협조체제 마련'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행과제는 ▲경남지역 국회의원실 보좌진 간담회 개최 ▲경남 출신 국회·공무원·언론관계관 모임 참여 ▲재경 향우 중앙언론인 모임 참여 ▲재경 중앙부처 향우 공무원 모임 조직 등이다.


실질적인 활동을 정의하면 정가·관가·언론을 상대로 한 '삼시세끼 접대'가 핵심이다. 경상남도를 비롯한 전국 14개(서울·세종·충북 제외) 광역지자체는 이 같은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까지 규모와 예산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없다.

각 서울사무소의 중점 업무를 따지면 차이점보단 공통점이 더 많다. 식사 자리에서 도정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고, 상대에 따라 협조를 구하는 일이다. 편의상 이를 대관업무라고 부른다. 대관업무를 맡은 수행원은 자신을 일컬어 '협력관'이라고 말한다.

이런 협력관의 활동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중앙집권화된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의회·정부와의 소통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사무소에 할당된 재원의 한계와 그 쓰임의 정당성이다. 만약 도비로 운영되는 서울사무소가 특정 단체장의 대권을 위한 '여론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예산 3억 증액
대권도전 노림수

홍 지사는 올해(2015년) 서울본부 예산액을 10억6600만원(10만원 단위 이하 생략)으로 늘렸다. 2014년 예산액이 7억44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억2000만원가량을 증액한 편성이다. 앞서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근거로 '재원 부족'을 언급했다.

홍 지사가 취임하기 전인 2012년에는 6억4000만원이 서울본부 예산으로 배정됐다. 경상남도는 2회 추경을 거쳐 원래 규모(7억2300만원)에서 8000만원 가까이 예산을 삭감했다.


홍 지사가 결제한 2015년의 예산안과 2012년 예산안의 차이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계약직 수가 증가하면서 임금지출이 많아졌고, 둘째, 사무실을 옮기면서 임차료가 2배 이상 늘었다. 셋째, 대관업무에 필요한 '접대비'가 확대 편성됐다.

먼저 '2012년 서울본부 인력운영비' 명목 가운데 '계약직 보수'로 배정된 예산은 5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채용된 계약직은 두 명(나급·라급)에 불과했다. 홍 지사는 이 계약직을 임기제로 바꾸면서 관련 예산을 2억8800만원으로 늘렸다. 4·5급직 공무원 3명은 월 501만원의 봉급이 책정됐고, 9급직 공무원 2명에게도 월 328만원의 봉급을 약속했다. 직전 회계 '기타직 보수'(계약직 보수) 예산은 1억2400만원, 홍 지사는 1년 사이 1억원 넘게 인건비를 올렸다.

사무실 임차료 역시 같은 기간 1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2014년 1억5700만원이었던 임차료는 2015년 2억4700만원으로 뛰었다. 2012년에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억1300만원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홍 지사는 지난해까지 서울 용산에 있던 서울본부 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겼다. 국회와 인접한 곳에 '캠프'를 차린 것이다. KTX 이용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 서울역 인근으로 사무소를 이전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대조적이다. 정치권은 홍 지사의 여의도 서울본부 개소를 대권 도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홍 지사 자신도 대권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홍 지사는 지난 1월7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선 출마를 돕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상남도는 지난 1월14일 '서울본부 이전에 따른 정보통신시설 설치 공사'로 2100여만원을 한진전력에 지급했다.

무상급식 전면중단…예산 전액 삭감
대권기지 의심 여의도사무실은 증액

2015년 예산안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2000만원이 신규 편성된 '행사운영비'다. 행사운영비 사업목적에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과의 협력관계 강화 사업'이라고 쓰여 있다. 사업비는 구실이고, 현실에선 '접대비'와 다름없다. 서울본부 측은 "최근 행정자치부 권고 규정이 바뀌어 운영비로 오찬을 계산할 수 없게 됐다"라며 "우리도 고민이다. 분명한 건 직접적인 밥값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행사운영비 말고도 밥을 살 수 있는 항목은 네 가지가 더 있다. '국회·중앙부처 등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묶인 항목에 ▲국회·중앙부처 유대강화(1000만원) ▲재경도민회 유대강화 및 업무협의(500만원) ▲국내외 투자유치 및 업무추진(630만원) ▲도정 주요시책 홍보(1740만원)가 포함됐다. 관련 예산을 모두 더하면 연간 5870만원의 '합법적인 접대'가 가능하다.

5870만원(서울본부 입장 3870만원)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돈의 용처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지난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상남도와 관련한) 뚜렷한 현안이 없었지만 후생관에 있던 A씨로부터 지난해 음식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엔 음료수
언론엔 특산물

이 출입기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 번은 홍 지사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3위(야권 후보 제외)를 한 적이 있는데 A씨가 운을 떼면서 '우리 지사님을 잘 봐 달라' 했다"며 "나 말고도 A씨가 여러 기자를 만났고, 언론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주로 국회에 상주하며 여러 정보를 취합해 홍 지사에게 매일 오전 직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대화는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진다"라는 것이 출입기자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님께(홍 지사) 보고하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울본부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식사 접대(직원 회식 포함)와 여비 명목으로 쓴 돈은 6500만원에 달했다. 239개 지출 항목 가운데 여비는 44차례(2667만원) 지급됐다.

관련 여비에는 식대가 일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비는 현금화될 수 있어 정확한 지출 내역을 알기 어렵다. A씨는 이어진 통화에서 "다른 지자체는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돈을 쓰지는 않는다"라며 "커피값도 내 사비로 내는 편"이라고 부인했다. 서울본부 측도 "규정에 맞게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대가 쓰인 사업 개요를 보면 '국회·중앙부처·재경도민회 등 유대강화' 혹은 '투자유치 및 도정홍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언론인은 같은 기간 명목상 48차례 밥을 얻어먹었다. '주요 언론사 언론인과의 간담회' '국회출입기자단 만찬' '중앙언론사 관계관 오찬' 등을 명목으로 4만5000원에서 49만5000원상당의 결제가 주 평균 1회 이뤄졌다.

접대 대상이 모호한 '홍준표 지사 도정 홍보를 위한 오찬' 등까지 더하면 언론에 쓰인 공짜 밥값은 더 많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본부가 작성한 '2014년 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을 보면 2014년 1월7일 '도정 주요현안에 대한 인터뷰 및 티타임 경비 지출'에서 49만4000원이 집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를 지출액으로 나누면 1인당 티타임으로 8만2000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기자들 불러 "지사님 잘 봐 달라"
진주의료원 특위 앞두고 식사대접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로 서울본부의 결제는 소액으로 자주 이뤄졌다. 식사비는 천차만별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일 때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1만5000원보다 비쌌고, 3만5000원을 넘지는 않았다. 주로 국회 보좌진, 도정 협조자, 중앙부처 관계관 등과 밥을 먹었다.


30만원 이상의 결제가 이뤄진 만찬자리가 42차례였다. 비교적 큰 행사인 '36대 도지사 취임식 오찬' 때 쓴 돈은 35만1000원이었다. 2014년 7월 '국회 보좌진 오찬 간담' 때는 45만원, 같은 기간 '국회관계관 만찬 간담'으로 48만원을 썼다. '주한베트남 대사관 도지사 국빈 방문 오찬' 때도 서울본부가 9만원을 따로 결제했다.

서울본부는 2014년 8월 43명의 언론관계자를 위해 지역특산품 116만원어치를 샀다. 18명의 재경향우회를 위해 48만6000원, 18곳의 국회의원실로 보낼 특산품 역시 48만6000원어치를 구매했다.

또 서울본부는 음료수와 간식을 국회의원실로 보냈다. '국회 지역구 의원실 다과 구입'을 한다며 40만원, '도정 협조를 위한 의원실 음료수 제공'으로 34만원을 썼다. 같은 금액으로 '의원실 음료수 제공'은 3차례 더 이뤄졌다. 6만원 이하 소액 지출은 제외했다. 상기한 지출 내역은 2014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2013년 자료(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에서는 서울본부의 역할이 뚜렷이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2013년 5월~7월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서울본부를 통해 모두 10차례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대접했다.

같은해 5월29일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에 따른 언론관계관 오찬간담'(3명·6만5000원)을 시작으로 6월부터 집중적인 '로비 활동'에 들어갔다. ▲6월4일 진주의료원 청와대관계관 오찬간담(5명·17만6000원) ▲6월5일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국회 관계관 오찬간담(4명·7만5000원)을 했다.

6월14일 진주의료원 관련 언론홍보를 위한 언론관계관 오찬간담(4명·6만2000원) ▲6월20일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관계관 오찬간담(2명·5만4000원) ▲6월24일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 회의결과 파악을 위한 관계관 오찬간담(4명·8만4000원) ▲6월24일 우리도(경남) 의견 전달을 위한 관계관 만찬간담(2명·4만4000원) ▲6월26일 국정조사 관련 동향파악을 위한 언론관계관 만찬간담(6명·18만원)이 이어졌다. 당시 경상남도는 국정조사를 받는 피감사 대상이었다.

이들은 7월1일 국정조사 특위 의원실 5곳에 간식(10만7000원)을 보내는 면밀함을 보였다. 7월9일에는 국정조사특위 관련 국회출입기자 오찬간담(6명·5만4000원)을 갖고, 오후에는 언론관계관 만찬간담(3명·9만5000원)을 다시 열었다. 7월9일은 국정조사 특위가 홍 지사에게 증인출석을 명령한 날이다. 이날 홍 지사는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자신의 최측근인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를 1급 정무특보로 임명한 뒤 서울본부로 발령냈다. 조 전 부지사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국회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앞으로 조 전 부지사는 여의도와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홍 지사가 서울본부에 쏟는 애정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본부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공짜밥'은 더 많아진다. 국회·중앙부처·언론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배부르다. 경상남도가 '쏘는' 공짜밥은 어려운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홍준표식 '무상급식 수혜자'는 지난해 기준 1200여명에 이르렀다.

무상급식 중단
대권 마이웨이

홍 지사의 표현을 빌면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지만 서울본부는 '밥 먹이러' 가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안 되지만 대권을 위한 '무차별 급식'은 확대됐다. 홍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가 해명을 요구하자 "지금은 통화가 곤란하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장문의 문자와 함께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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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