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림' 안철수 비밀결사조직 의혹 & 실체 해부

분명 신당 추진 맞는데 “아직은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만든 네트워크 조직 ‘새울림’이 정치권에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서울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새울림은 사실상의 신당창당준비조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새울림에는 안 의원의 최측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울림’은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안철수 현상’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개혁정치의 길을 열어가려는 정치활동가들의 단합을 위한 네트워크 조직이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이계안 전 의원이 ‘새울림 서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새울림 경기’는 올해 1월 결성돼 조직정비가 한창이다.

새울림 경기는 네트워크 내일의 기획위원이었던 오창훈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새울림 서울은 이미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발족해 8차례나 정례모임을 가졌지만 언론에는 이 같은 사실이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철수의 히든카드?
전당대회 견제

당시만 해도 사적인 모임에 가까웠고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조용하게 모임을 이어오던 새울림이 지난 1월부터 확 달라졌다. 지부별 발족식을 개최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해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2·8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이라 정치권의 이목은 새울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새울림은 지난달 27일 관악구 평생학습관에서 서울 관악·영등포지부 발족식을 대대적으로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근 탈당설이 제기되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야권 재개편 태풍 몰고 올까?
친안계의 마지막 몸부림일까?

천 전 장관은 발족식에서 ‘개혁정치의 미래’라는 내용으로 강연을 하면서 “최근 정치권 안팎에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 새로운 비전을 갖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국민과 역사에 대한 의무”라며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울림은 서울·경기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새울림이 사실상 안 의원의 신당창당을 위한 조직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새울림의 대변인 격인 오창훈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를 통해 새울림이 사실상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오 변호사는 “새울림의 명시적인 목적이 창당은 아니지만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신당 창당은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 갈 것이고 아직 명시적으로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선언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음 떠났나?
탈당 준비중?

그런데 새울림 측은 안 의원의 또 다른 측근들이 만든 신당창당 준비조직인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와는 선을 그었다.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이 주도하고 있는 원탁회의는 이미 17개 시·도 권역별 지역모임을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신당 창당 준비를 상당 부분 진행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원탁회의에서 집행위원을 맡고 있던 강연재 전 새정치연합 부대변인과 강동호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 등이 갑자기 원탁회의와 결별하고 새울림에 참여했다. 그들이 원탁회의와 결별한 이유는 원탁회의가 너무 성급하게 창당을 준비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안 의원과 거리를 두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탁회의가 한때 안 의원과 한배를 탔었지만 안 의원에게 실망하고 안 의원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새울림은 한때 안 의원과 한배를 탔었고 여전히 안 의원을 지지하며 외곽에서 안 의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안 의원은 측근들이 외곽에서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은 좀처럼 새울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새울림의 오창훈 변호사는 “원탁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윤석규 전 전략기획팀장은 안 의원과 완전히 선을 그겠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안 의원이 꼭 와야만 움직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안 의원이 온다고 하면 굳이 배제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안계(친안철수)가 원탁회의와 새울림으로 나뉜 것에 대해 내부 알력다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오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원탁회의와의 연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외곽에서 신당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과의 연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등 무섭게 세를 불려나가고 있지만 새울림이 중도·진보를 표방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모임은 지나치게 좌클릭 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를 앞두고 서로 연대를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연대한다 해도 정책적인 이견 차가 너무 커 불협화음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안 의원과 선을 그을래야 그을 수 없는 최측근들이다. 새울림 서울 이계안 대표는 정치권에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고, 안철수신당의 서울시장후보로까지 거론됐었던 인물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 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이계안 대표를 공천하기 위해 물밑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민주당 세력의 거센 반발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계안 대표는 아직 새정치연합 탈당 선언도 하지 않았다.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안 의원의 최측근이 외곽에서 사실상 창당 작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계안 대표와 안 의원을 싸잡아 성토하는 분위기다.

또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동호 전 내일 기획위원, 오창훈 변호사,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대선비망록인 <안철수는 왜?>라는 책을 출간해 정치권을 뒤흔들기도 했다. 이 책에는 당권 출사표를 던진 문재인 의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 잔뜩 담겨져 있었다.

책에는 안 의원이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거나 “나를 지지한 사람들이 문재인을 지지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문재인 측에서는 이것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다”는 등의 내용이 실렸다.

친노와 선긋기
미묘한 파장

심지어 저자들은 책에서 “민주당에서 처음에는 ‘안철수가 사퇴할 거다’라는 설을 퍼뜨리더니 안 먹히니까 ‘현재대통령은 문재인, 미래대통령은 안철수’라는 설을 퍼뜨렸다”며 일종의 민주당 대선 공작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자신과 논의하고 출간한 책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문 의원의 당대표 행보를 견제하고자 책 출간을 허락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책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적개심이 매우 크다. 따라서 다가오는 2·8전당대회에서 친노계가 승리한다면 새울림의 창당 작업도 더욱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새울림에는 벌써 1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국 조직화에 나서게 되면 새울림에 참여하게 되는 인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죽어도 친노와는 상종 못한다
사실상 신당 창당 준비 '시끌'

새울림은 전국조직화와 함께 앞으로 김부겸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오거돈 전 장관, 박영선 의원 등을 강연 형식으로 초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정치권에서 탈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라 눈길을 끈다.

오거돈 전 장관은 부산시장선거 당시 무소속을 고집했고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직접적으로 탈당가능성을 거론했다.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새울림 출범에 대해 한 언론인터뷰에서 “안 의원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내부의 자극을 위해서라도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안 의원도 새울림의) 움직임을 다 알고 있고 향후 워크샵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그저 안 의원의 이름을 팔아 외부에서 세력화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새울림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이 안 의원과 너무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안 의원의 사조직 격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신당 창당?
당내 조직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계가 당권을 잡게 되고 공천과정에서 전횡을 하게 되면 안철수 사람들은 총선에서 몰살당할 우려가 있다. 그때 가서 친노에게 속았다며 당을 뛰쳐나와 신당을 준비한다고 해도 늦는다”며 “새울림을 통해 외곽에서 은밀히 세력을 모으다가 전당대회 결과와 총선 공천 과정을 지켜보고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고 당에 계속 남을 생각이라면 이들을 입당시켜 당내 조직화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 의원의 비밀 하부조직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의 측근들이 만든 새울림은 향후 정치권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까? 정치권이 새울림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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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