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의 덫’ 협동조합 주의보

수상한 조합의 이상한 사업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퇴직금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인생을 투자한 직장인들이 받는 합당한 보상이다. 또한 한평생 자식에게 모든 걸 바친 부모들이 노후를 위해 남겨 둔 마지막 보루와 같다. 어느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 자식에게 손 벌리고 싶겠는가. 그러나 최근 이러한 퇴직금을 노리고 접근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마치 세계 최고의 투자가처럼 퇴직금을 불려주겠다고 유혹하는 그들의 수상한 실태를 알아보자.

한국 전래동화 중 <요술항아리>라는 작품이 있다. 이 동화는 평소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한 농부가 밭을 갈던 중 어떤 것을 넣든 두 배로 늘어나게 해주는 요술항아리를 발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퇴직금만 맡기면 요술항아리처럼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불려주겠다고 자처하는 조합들이 있다.

수천만원 날려

서울의 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일하는 운전기사 A씨는 돈을 불려주겠다는 OOOO협동조합의 말을 듣고 약 40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을 투자했다. 큰 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금 이상의 돈을 배당으로 받게 된다는 말만 믿고 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돈이 들어왔다. 그러나 서서히 입금 시기가 늦어지는가 하면 배당금액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A씨는 해당 협동조합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관계자는 나중에 돌려주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다. 결국 A씨는 투자금의 3분의 1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회사에서 퇴직한 B씨는 지인을 통해 △△조합을 알게 됐다. 이 조합은 B씨에게 골드바와 렌터카 등 해당 조합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 회원 등급에 따라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몇십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민한 끝에 조합에 가입한 B씨는 퇴직금을 투자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당금이 처음에는 몇 번 들어오더니 어느 순간 지급이 되지 않았다. 실망한 B씨는 더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매월 어떤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활동하지 않으면 투자한 모든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고 B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B씨는 해당 조합에 1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돌려받은 금액은 3000만원이 채 되지 못했다.

불법 다단계 영업에 대한 조사를 맡고 있는 서울시청 민생경제과에 따르면 현재 무등록 불법 다단계 및 유사 수신 행위를 하는 업체의 수는 서울에서만 약 3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한 전체 예상 피해액은 몇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피해자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하고 5명 이상만 모이면 설립이 가능한 협동조합법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실체는 불법 다단계 판매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시작한 한 협동조합은 현재 3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할 정도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불법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정관을 만들어 조합원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그들 조합은 이에 반하는 영업행위를 하기 일쑤다.

이들이 하는 영업행위는 결코 하위 조합원에게 수익이 분배될 수 없는 구조다. 그들은 물건을 판매할 때 시장에 나와 있는 것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데 이를 테면 인터넷에서 8만원 주면 구매할 수 있는 주방조리기기가 이곳에서는 6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골드바부터 렌터카까지…피라미드 영업
주로 노인들 타깃 “직장인 퇴직금 노려”

굳이 경제원리를 따져보지 않아도 이렇게 시중가보다 높은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같은 조합원이나 그 주변인들이 간혹 구매하지만 재구매력이 발생하지 않게 되고 물건 판매 실적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붓고 있는 것이다.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를 처벌하거나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우선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자신들의 존재가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신분을 드러내면 다단계 사업을 한 사람으로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낙인 찍히게 됨은 물론이고 조합으로부터 협박을 받을 수도 있다. 조합을 상대로 고소를 해봐도 피해를 입증하기 힘들고 만약 조합원 관계자가 잠적해 버리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투자한 금액은 고스란히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협동조합에 대한 단속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청 민생경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 다단계 협동조합에 대한 피해 전화는 계속 걸려오지만 정작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영장발부를 위해 진술을 약속한 참고인도 단속 당일에 맘을 바꾸는 등 참고인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피해자의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구제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는 해당 불법·사기 아이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 또는 그와 유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카페가 있다. 취지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이곳을 만든 카페 설립자는 그동안 수많은 협박과 언어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가 카페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다단계 종사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조심히 다녀라. 너 노리는 사람들 많이 있다”며 “칼침 맞겠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설립자에게 보낸 바 있다. 그리곤 “세상이 다 다단계구조란다”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도 이와 유사한 협박전화와 문자가 온다고 한다.

칼침 협박까지

국가가 협동조합 설립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협동조합법. 그러나 허술한 법망과 사후관리의 부재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다단계 업체가 공제 조합에 가입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공제 조합은 다단계 판매업자가 청약을 철회하거나 환불을 거부했을 때 판매원이나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곳으로 이 조합과 계약이 해지된 업체와 거래를 하면 피해를 입어도 보상을 받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종 다단계 수법

지난해 12월 여행객을 모아오면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속여 수십억을 가로챈 부녀사기단이 경찰에 의해 잡혔다. 김양(28)은 여행사 직원을 사칭해 여행객 15명을 모아오면 공짜 여행을 보내준다고 유혹해 돈을 빼돌렸고 아버지(60)는 그 자금의 관리를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8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며 피해액은 1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의 항의를 하면 그녀는 간이 계약서를 보여주거나 현지 기후 사정이 나빠 비행이 어렵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를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찰은 사기 혐의가 있는 딸을 구속처리하고 이를 방관하다 못해 돈을 관리한 아버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피해액 12억3000만원 중 김양이 돌려막기로 쓴 7억1000만원을 뺀 5억2000만원을 찾아내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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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시태를 수사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란죄 적용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직권남용 미수도 문제다.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하다. 비상식적 지시와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 전·현직 장관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부터 사건이 꼬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의 그릇된 판단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면 내란 동조 또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시를 듣기만 했다면 다르다. ‘미수’에 그치기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언 거부 모르쇠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 업체 봉쇄 및 단전·단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이 내용은 빼놓고 진술했다.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국회 질의에도 증언을 거부한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서 집무실로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24시경(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주는 등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포고령이 발령된 직후인 3일 밤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JTBC·M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공소장 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이 전 장관의 진술과 대조적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조 청장과 허 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 사고 들어온 것이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전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에 관한 준비나 필요한 조치를 지시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지의 경찰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상민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범죄 시도했는데 실패 미수범 처벌 불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만류에도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계엄을 강행했다. 이후 조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를 건넸다. 윤 대통령 곁을 거의 내내 지켰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해 “최 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조태열 장관에게 건넨 문건 외에도 한덕수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쪽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위원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최 대행과 조 장관에게 쪽지를 주는 걸 보지 못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와 연결된 직권남용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애를 먹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소제기 요구’ 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한 후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에 집중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수사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고리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이 없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는가 여부를 검토해도 수사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범죄를 시도해 성공한 기수범 외 범죄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수범에 대해서는 별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갈리는 의견들 실제 단전·단수 의혹의 경우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특정 몇 가지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사건을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포함해 경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기로 공수처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은 지금까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5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중 당정 관계자는 28명, 군 20명, 경찰 5명 등이다. 지금까지 8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1명을 공수처 및 군 검찰에 이첩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별동대 성격인 사조직 ‘수사2단’ 의혹을 받는 방정환 2기갑여단장과 구삼회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공수처는 경찰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이첩한 데 이어 검찰에도 이 전 장관 사건을 이첩했다. 한 총리 사건을 재이첩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복 수사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한 총리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하고 계속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사건을 다시 넘긴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에 전념한다며 속도를 내지 못하던 이 전 장관 사건도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허석권 소방청장 등 소방청 간부들을 조사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이 전 장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지적에도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사건을 건네받으면서 논란만 키웠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이후엔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후 사건을 검찰에 돌려보냈다. 진행은 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경찰과 협의도 없이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요청해서 받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며 두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지체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의혹이 국회서 불거지자마자 관련자 진술을 받았고 자료도 검토했기 때문에 지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 수사기관에 각각 사건을 반환하는 이유에 대해선 “경찰은 사건을 이첩할 때 3가지 혐의를 적시한 반면, 검찰은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포함해 8가지 혐의를 이첩했다”며 “검찰이 보는 혐의점이 많고 현재 군 검사들이 함께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반란 혐의를 수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며 경찰 간부 등 남은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피의자 총 15명 중 경찰 간부는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총경) 등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인 만큼, 김 청장과 목 전 대장만 남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간부는 저희가 직접 기소할 수도 있어서 최선을 다해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국무위원들과 군·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내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3단계로 구분해 처벌할 수 있다. 공수처, 사건 검경 재이첩 “시간만 날려” 중요임무종사·부화수행 혐의 적용 관건 나머지 수사는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에 대한 처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인식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거나 가담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우선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한 총리, 최 대행(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 장관 등이 계엄에 반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무회의 자체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도 없었던 데다 회의록도 없을 만큼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엄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화수행이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근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을 비롯한 군 중간급 간부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지시하자 군법무관 회의를 거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항변했다. 방첩사 병력을 출동시키긴 했지만 고무탄총·가스총만 가진 사실상 비무장 상태로, ‘선관위 청사 내부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에 연루된 경찰 간부들도 피의자로 입건해 지난달 31일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방첩사의 요청을 받고 체포조 지원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고위직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중간직은 부화수행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국회 주변 계엄령 위반자 체포인 줄 알았지 특정 정치인 체포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머리 아픈 남은 수사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화수행 혐의를 어떤 사람에게 적용해야 할지가 고비가 될듯하다. 계엄 관련 위헌·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로 받을 수 있는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참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란죄가 중대범죄인 만큼 부화수행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 공무원·군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되고 연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