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교회 텅빈 청년부, 왜?

예배당에 젊은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교회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 교회 부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기둥인 청년들이 하나둘 예배당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청년부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 심지어 일부 교회는 사실상 청년부예배를 폐지하기도 했다. 교회공동체의 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현재로선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현실이다.

 
“교회에 청년이 없다.”
 
언제부턴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대학생 위주로 구성된 ‘청년부’를 지탱해야할 젊은이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교회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늙은 교회 시대는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로, 교계에서는 ‘교회 고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농촌에 청년이 부족하듯, 교회에도 청년 품귀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교회 이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점점 굽혀지는
교회의 허리
 
현재 한국교회의 청년부의 80% 이상이 불과 10∼20명 이하의 대학생 및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교회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숫자는 하나의 ‘찬양팀’ 수준에 불과하다. 예배당 의자가 텅텅 비어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교회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일당백’ 청년들 덕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소수의 인원들은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등 다양한 역할로 분주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일인 다역으로 인해 평일에도 쉴 새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신앙이라는 말로 위로를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의 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직장인 신모(28·여)씨는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교회에 꾸준히 헌신해왔다. 그는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 성가대, 청년부 임원 등 교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한 번에 소화하며 ‘일꾼’으로 통했다. 그는 예배가 있는 주일(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교회에 나가 각종 봉사에 팔을 걷어부쳤다.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교회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반강제적인 상황도 한몫했다. 언제부턴가 청년들이 잇따라 교회를 떠나면서 그들이 기존에 맡았던 직책을 어쩔 수 없이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당백 역할에 지친 신씨는 결국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젊은층 이탈 심화…뚜렷해진 고령화
일부교회 사실상 청년부예배 폐지도
 
이후 신씨는 주일 오후에 있는 청년부예배만 참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부 인원은 급감했고, 찬양팀 인원마저 이탈해 예배에 차질이 생겼다. 급기야 교회는 사실상 청년부예배를 폐지시켰다. 차라리 장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청년부가 폐지된 뒤부터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이 10명 내외로 뚝 떨어졌고, 서로의 근황도 알 수 없을 정도 청년공동체가 무너져 내렸다. 교회 곳곳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청년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걸까. 경기도의 한 교회에 출석 중인 취업 준비생 오모(29)씨는 취업스트레스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오씨도 앞서 신씨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교회에 있는 시간이 불안했다. ‘신앙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오씨는 교회와 관련된 일을 내려놓고 졸업유예까지 하면서 취업준비에 몰두했다.

이외에도 많은 청년들이 교회 일의 압박과 개인적인 상황에 치이면서 교회를 멀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교회에는 젊은 청년이 없다. 각종 행사를 집사, 권사, 장로 등 장년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교회가 늙어간다’는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피 수혈’이 요원한 상태다.
 
서울의 한 청년부 목사는 “과거에는 청년들 중심으로 교회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장년들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늙은 교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스러워했다. 이 목사는 “청년이 부족한 것은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라며 한국교회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노인들 바글바글
청년 발길 끊어
 
전문가들은 청년부가 위축되는 원인을 크게 교회의 ‘내적문제’와 ‘외적문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내적문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년부를 지도하기 위한 전문 사역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청년 이탈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단체들의 경우 전문 사역자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일선 교회의 경우에는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목회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형편없는 교육환경 때문이다. 신앙훈련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받고 싶어도 교회에 청년이 부족해 일부 청년이 일인 다역을 맡다 보니 중압감 때문에 신앙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년부가 청년부를 ‘5분대기조’로 활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 청년들은 교회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요구받고 있어 지친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부의 교육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점, 청년부 중심의 교재가 적은 점, 제자훈련, 소그룹 활동, 기도목회 등의 실천적인 전략들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 겹쳐지면서 청년부가 활력을 잃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는 수십 년 전 정관이나 회칙, 조직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변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내적문제보다 중요한 게 외적문제다. 일단 많은 청년들은 고등부를 졸업하고 청년부로 올라가기 꺼린다. ‘어느 학교에 합격 했나’ ‘누구는 명문대학 갔다’ 등 왜곡된 입시문화는 교회 안에서도 갈등을 일으킨다. 이와 관련해 ‘대학부’ ‘대학청년부’ 등 명칭논쟁도 빈번하다. 쓸 데 없는 소모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취업 했나’ ‘누구는 대기업 갔다’ 등.
 
공감대형성이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교회마다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보통 청년부는 대학생부터 미혼자로 구성돼 있다. 이 말인즉슨, 20세 대학 새내기와 40세 미혼청년이 같은 소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그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청년이탈 현상은 중·소규모 교회의 경우에 한하는 얘기다. 소위 잘나가는 ‘대형교회’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중·소규모 교회의 청년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지적한다.

예견된 현상
깊어지는 한숨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잘나가는 대형교회 청년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좋은 시설과 양질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점들이 중·소규모 교회에 있던 청년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청년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대형교회에서 오히려 더 큰 실망감만 느끼고 교회를 등지는 일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신앙의 본질을 잃은 채, 외적인 성장만 추구하는 초대형화·기업화된 교회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10일 개봉한 영화 <쿼바디스>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고발한 다큐영화로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유명한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됐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됐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에 됐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으로 와서 대기업이 됐다” 이 영화에 나온 대사다.
 

<쿼바디스>의 주 내용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법 횡령·세습·성폭력·전별금 등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욕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교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공문을 보내 <쿼바디스>의 영상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본질서 멀어진 대형 기업화 바람
발걸음 돌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
 
<쿼바디스>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건설현장’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배임 사건’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여신도 성추행 의혹’ 등을 집중 조명했다. 여기에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등 황당한 문제점을 짚고 실제 자료들을 토대로 돈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 날의 교회를 보여준다.
 
간간히 개혁을 외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교회 지도자들이 권력과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교회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7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2014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문제상담소 상담통계 및 분석’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신도들을 상담한 내용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교회 분쟁의 주된 요인은 재정 불투명을 포함한 재정 배임 및 횡령 등 ‘돈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분쟁이 있는 21개 교회를 상담한 결과 ‘재정 전횡’이 13건, 31.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담임목사의 독단적 운영’은 9건(22%), 교회 세습에 따른 분쟁 5건(12.2%), 목회자의 성문제 3건(7.3%), 설교표절 1건, 헌금강요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신뢰 잃은 교회
대안적 바람 절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재정과 관련된 문제가 교회분쟁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었고, 담임목사에 의한 독단적 운영, 교회세습 및 목회자 청빙 관련 문제, 담임목사의 성문제, 목회자 윤리 상담 주제 대부분이 담임목사와 관련 있었다”며 “한국교회는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와 의사결정 구조에서 일어나는 일방적인 불통 때문에 교회 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상담 통계로 본 교회 분쟁 경향에서 교회 운영에 대한 평신도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목회자 그룹 내 내부 고발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교회 분쟁이 사법적 조치로 이어지고, 폐쇄적인 재정, 인사 전횡에 대한 문제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교단 내부적으로 분쟁 해결의 시스템을 전문화하고,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럽은 지금…교회 리모델링 유행
 
유럽교회가 술집과 상가, 체육시설로 리모델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도 수가 크게 줄면서 빈 교회와 성당 건물들이 처치 곤란에 빠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의 루터교 교회가 술집으로 바뀌어 최근 새로 개장했다고 보도했다. 천장이 높은 교회 특유의 구조를 놔둔 채 음산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꾸며 괴물 프랑켄슈타인 관련 테마가 엿보이는 술집으로 바꿨다. 영국 브리스톨에서는 교회가 서커스 훈련학교로 탈바꿈했다. 학교 측은 교회의 높은 천장이 공중 곡예 연습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는 1889년에 지어진 성당 내부를 흰색으로 칠한 뒤 여성의류 판매점으로 바꿨다.
 
네덜란드의 1600개 가톨릭 성당 중 3분의 2는 신도가 턱없이 부족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에서는 지난 10년간 515곳의 가톨릭 성당이 미사를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연평균 20여 곳의 성공회 교회가 폐쇄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지금까지 200곳 안팎의 교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5000곳의 교회가 새로 생겼지만 신도 수는 오히려 3% 줄어 머지않아 유럽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종교학자들은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회가 공동체 결속에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전통을 고려해 건물을 아예 허물기보다는 용도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유지비를 지자체 재정으로 감당하려면 벅찬 데다 수요를 무시하고 도서관이나 공연장 등으로 개조할 수 없자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다.
 
교회의 변신은 교계 입장에서는 씁쓸한 현실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용도가 바뀐 교회 건물에 들러 “웃기는 일” “믿음을 더럽힌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이라는 사람 아는 바 없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형사 재판서 한 말이다.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기적의 논리에 딱 들어맞는 주장이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들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윤 전 대통령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모를 수 없는 정황은 곳곳서 포착된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노 전 사령관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수도권 여러 안가서 모였다. “모를 수 없다” 곳곳에 정황들 이 자리에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군 정보·공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은 회의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해 수첩에 적은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9월부터 김 전 장관의 임기가 시작되자 노 전 사령관은 계엄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블랙요원 명단 유출 이전 900여단) 사무실인 B 연구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했다.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에 필요한 인원과 앞으로의 계획을 보고받고 김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윤 전 대통령에게 알리고 ‘계엄 시기’에 대해 고민했다. 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마음대로 정보사를 주무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김 전 장관이 든든한 뒷배로 있었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의 힘이 컸다”며 “윤 전 대통령이 노 전 사령관의 계획에 대해 굉장히 흡족해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이 관리한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모·정모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들을 심문하려 할 때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쓴 책을 참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이 쓴 책을 숙지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노 미팅·정보사 플랜 윤에 수시 보고 “윤, 흡족…김이 대통령 미팅 제안한 이유” 한 정보사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만약 부정선거에 가담한다면 이 조직, 이 사람들일 것’이라는 취지로 정리해줬다”고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가 노 전 사령관에게 건넨 명단에는 임시 사무소 예산 담당 직원을 비롯해 선관위 전산 시스템 운영 직원, 전산 운영 실무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 정보사 간부들을 만나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나면 선관위에 가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해야 한다”며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캠프서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원장이 2021년에 쓴 책은 부정선거 의혹 거점으로 임시 선거사무소를 언급한다. 각급 선관위와 임시 사무소 사이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사전투표 및 개표 통신망에 접속해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책에는 부정선거 의혹 근거로 ‘사전투표지 QR코드 활용’에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QR코드 증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QR코드로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찍힌 사전투표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 소송에서 4만5000여장 사전투표지 QR코드를 모두 판독한 결과 가짜 투표지는 한 장도 없었다. 노 전 사령관은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 전 장관과는 달리 윤석열 캠프 외곽서 활동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외곽서 활동했기에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캠프 출신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칭찬을 윤 전 대통령에게 많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윤 커넥션 캠프서 시작?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전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 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윤 전 대통령을 사실 굉장히 보고 싶어했다. 출세욕이 강한 만큼 김 전 장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나면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도 “성범죄 문제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있기에 김 전 장관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변 인맥 활용 국방사업 개입?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18년 1월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임명된 후 같은 해 10월1일 국군의 날 교육생 신분의 부하 직원을 술자리 등에서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역 장성 신분으로 구속된 그는 1심 보통군사법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심서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불명예 전역 수순을 밟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모두 상실했다”는 걸 감형 이유로 댔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을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노, 윤 캠프 외곽 활동해 조언 일부 현실화 ‘김건희 비화폰’ 미스터리 “노와 교집합”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건희씨와 노 전 사령관의 소통을 의심한다. 민간인이었던 둘에게 비화폰(안보폰)이 제공됐고 무속이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 해소를 위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및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연루 혐의 등이 대상이다. 경찰청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는 이날 공지를 내고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 및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압수수색 대상은 윤 전 대통령 및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관련 비화폰 서버, 대통령실 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등이다. 또 이 전 행안부 장관의 내란 혐의 관련 대통령 집무실 CCTV도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대통령 안전가옥 CCTV, 비화폰 서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3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서 불청구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알았나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해 왔지만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 등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씨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차장도 경호처 내부 반발에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조본 내부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