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밀조직 양우공제회 실체 '소문과 진실'

고급 정보로 수천억 굴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정원 내 비밀조직인 '양우공제회'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가설이다. <일요시사>는 가설 검증을 위해 확인 가능한 사실을 모았다. 양우공제회가 벌려 놓은 투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권위주의 시절 국가안전기획부(구 중앙정보부)가 자신들의 원훈으로 삼았던 말이다. 김대중정부 들어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대정정부는 국정원의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하지만 정권이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양지를 지향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의문투성이
양우공제회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자신들의 원훈인 '양지'에서 비롯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설립 초기부터 '양지(陽地)'란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상조모임인 양우공제회에도 양지가 숨어있다. 양우에서 양은 볕 양(陽)자, 우는 벗 우(友)자를 쓴다. 양우공제회는 1970년 발기된 후 지금껏 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양우공제회의 실체는 외부로 공인된 바 없다. 국정원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상조회 내지는 친목모임이라는 게 정설처럼 여겨진다. 이에 반해 양우공제회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쪽에선 '정치자금 관리'나 '불법 자산증식'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또다시 고개
이재명 시장 주장…공제회 통해 투자설


일반인들에게 양우공제회는 '먼 나라'의 얘기다. 대선개입 의혹과 간첩조작 혐의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렸던 상황에서도 양우공제회만큼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다. 정치권도 건들지 않았다. 여기에 국정원 특유의 '비밀주의'가 더해져 양우공제회는 어디에도 감시받지 않는 '금고'로 남아있다.

수면 아래 있던 양우공제회는 2014년 연말 뜻밖의 사건으로 재조명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해진(해운) 명의로 등록된 세월호의 실제 소유자는 누구일까? 나는 여전히 국정원 소유임을 확신하며 '양우공제회'의 존재로 그 확신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주장의 근거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세월호 선박의 화장실 휴지에서부터 직원 휴가까지 80여 가지 사항을 국정원이 시시콜콜 지적한 점. 둘째, 세월호 선박 사고 시 가장 먼저 국정원에게 보고토록 한 점, 셋째, '양우공제회'가 선박투자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를 취재한 <월간중앙>의 기사도 함께 링크했다.

이 시장은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법적근거도 없는 투자기관으로 모든 운영사항이 비밀로 취급된다"며 "수천억대 자산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국정원이 선박을 취득·운항한 사실까지 확인됐으니 '세월호는 국정원 소유'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다음날에도 이 시장은 '국정원 지적사항'을 공개하며 "국가정보기관 입장에서 한 것일까요? 아니면 실소유자로서 한 것일까요?"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세월호 실소유주
연이은 의혹제기

앞서 <일요시사>는 '국정원 세월호 개입설 진상(인터넷판 2014년 8월4일)'이란 기사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및 세월호 보고체계와 관련한 의혹을 추적한 바 있다. 문건은 A4용지 5장 분량이며 2013년 2월26일 오전 11시56분께 저장한 것으로 돼 있다. 작성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정확한 제목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국정원 지적사항'이다. 항목별로 94가지의 작업 내용이 적혀있고, 5가지의 불량 항목이 기재돼있다. 문서에 적시된 사항은 대체로 국정원 고유의 업무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갤러리룸(전시실) 천정 칸막이 및 도색작업, 분리수거함 및 재떨이 위치선정, 레스토랑·편의점 유리 파손면 썬팅보수, 여성샤워실 누수 부분 용접 및 배수구 분리작업 등이 체크리스트에 표기돼 있다.

기자는 문서를 들고 해양대를 졸업한 일등항해사와 만났다. 그는 문건에 적힌 항목을 보고 의아해했다. "국정원이 왜 지적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모두 단순 작업이다. 집으로 비유하면 형광등을 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조타기·전자변 수리, 비상발전기·마그네틱콘텍터 보수, 메인 엔진 베어링 교환 등 점검 사항이 많을 텐데 그런 사항은 전혀 언급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 휴가계획서 작성·제출,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대목에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합동예비조사(보안측정 등)였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신설(2건) ▲비상시를 대비한 객실 내 일본어 표기 아크릴판 제거 ▲탈출 방향 화살표 제작·부착 등만 지시했고, 나머지 사항(96가지)에 대해선 국정원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국정원이 아니라) 항만청을 포함한 6개 기관(인천해양항만청·항만공사·해운조합·인천해경·기무사·국정원)의 합동 지적사항이었다"고 거들었다.

선박투자부터
부동산투자까지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했다. 왜 하필 문서 제목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했던 것일까. 기자는 문건에 등장한 P사, G사, '차장님' 임모씨 등과 차례로 접촉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작업을 실제로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했다.

이 시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 최우선 보고 대상이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직후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에 보고토록 돼 있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은 '국정원 지적사항'이 작성되기 전날인 2013년 2월25일 작성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국내 1000t급 이상 내항 여객선의 운항관리규정'을 모두 분석한 결과 해양사고 시 국정원에 별도의 보고체계를 갖췄던 여객선은 세월호가 유일했다"고 밝혔다. 가장 규모가 큰 '씨월드고속훼리'의 '씨스타크루즈'도 국정원보고 체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이 정한 것이지 국정원이 문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선박투자는 어떻게 된 일일까. 국정원이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단 국정원의 상조회이자 외곽조직인 양우공제회가 '선박사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양우공제회에 '의무가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2010두14800)는 국정원이 작성한 '퇴직금 산출 명세서'에 '양우공제회 퇴직금 산출' 항목이 '공무원연금공단 퇴직금 산출' 항목과 병행 기재돼 있음을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의 급여명세서에는 '양우공제회 기여금 공제내역'이 기재돼 있었고, 국정원 측은 재판 과정에서 "양우공제회 퇴직금은 기여금을 운용하여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지급된다"고 증언해 투자 사실을 확인했다.

상조회? 금고?…역할 해석 분분
직원들 급여 공제해 자금 운용

또 국정원 급여명세서에는 '기금' 명목의 돈이 월급에서 빠져나가거나 환급된 것으로 처리돼있었다. 명절비는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기타 보너스' 항목을 살펴보면 창립기념일, 휴가, 명절은 물론 크리스마스나 김장 명목으로도 현금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경찰관은 "명절 때 보너스는 고사하고 선물세트도 구경해 본 일이 없다"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보너스를 지급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의 이런 '현금'은 어디서 난 것일까. 과거 <신동아>는 '양우공제회 미스터리'란 기사에서 '딥 스로트(내부 고발자)'의 말을 인용해 "국정원은 국정원 예산과 양우공제회 기금을 분명히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양우공제회는 국정원법이 아닌 민법에 의거하여 설립됐으나 사실상 국정원의 비밀금고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논지였다.


지금도 양우공제회의 존재는 공무원집단의 영리추구를 금지한 법령(국가공무원복무규정 25조 1호)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교직원공제회'나 '군인공제회' 등 유사 '영리 공제회'는 각각 현직이 아닌 퇴직 공무원이나 경영 전문가를 두고 운영 중이다. 국정감사도 받는다. 하지만 양우공제회는 감사는커녕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002년 4월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파크밸리골프장(18홀)의 대주주인 양우공제회를 상대로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당시 국정원은 파크밸리골프장의 원소유주인 삼양식품으로부터 현금 500억원을 주고 해당 골프장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작성된 파크밸리골프장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양우공제회는 운영사인 강원레저개발 주식 100%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에 500여억원을 빌려주고 연 8.5%의 이자도 받고 있었다.

양우공제회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월간중앙>은 이들이 소유한 충북 충주시 골프장 부지(약 50만평)가 약 600억원 규모라고 봤으며, 2007년에는 중국 현지의 골프클럽 조성사업을 위한 펀드에 6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006년에는 골프장 개발업체인 제피로스㈜의 지분을 292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700억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양우공제회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N골프장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이 특정 사업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도로점용허가나 도로연결허가 등의 민원을 넣은 사실도 확인했다. 골프 사업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는 경기 안양 등에 골프연습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우공제회는 부동산 투자에도 관여했다. 검색으로 확인되는 부동산만 수십억원 규모였다. 땅은 물론 일반주택, 공장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물론 직접 투자가 아닌 펀드조성을 통한 간접 투자로 명의를 세탁했다. 돈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 2006년 모 은행이 양우공제회 예금 120억원을 횡령했지만 국정원 측은 돈의 성격을 놓고 "비밀"이란 말만 중언부언했다.

국가기밀 핑계로
묻지마 자금운용


양우공제회와 관련한 모든 논란은 그들이 자초한 '비밀주의'에서 시작됐다. 비밀로 해야 할 정당한 근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국정원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 보건복지관실이 2012년 제출한 자료를 보면 양우공제회는 2008년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항공기펀드(2호)에 67억원을 투자했다. 항공기를 매입해 항공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챙기는 구조였다. 그러나 태국의 소요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양우공제회는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원금의 10분의 1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양우공제회는 대신증권이 모집한 선박펀드에도 참여했다. 대신증권이 작성한 분기보고서(2013년 7월)를 보면 양우공제회로부터 19억69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대신증권은 해양상선에 투자했지만 배가 침몰하면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후 "국정원이 선박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과연 이 시장의 주장대로 국정원이 양우공제회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한 것일까. 이 시장이 피소된 명예훼손 소송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