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란도’ 택시기사의 작심 토로

“GM 차 산다고? 말리고 싶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GM차 절대 사지마세요.”
 
지난해 6월 전 쉐보레 올란도 차종의 택시모델을 구입했던 신모씨(65세)의 일갈이다. 차도 엉터리고, 서비스센터도 못 믿겠다는 것. 무엇보다 차량 결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거짓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만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은 이유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신씨의 사연을 취재했다.

 
대구에서 25년째 택시영업을 해 온 신씨가 쉐보레 올란도의 택시 모델을 구입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점차 관광객 수요가 늘면 아무래도 화물공간이 넉넉한 차량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상 없다던 
데이터 허위
 
평소 점심 값 몇천 원도 아까워하던 신씨가 새 차를 장만하자 주변 택시기사들은 “대구 돈 다 벌려나보다”면서 올란도 택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에 어깨가 으쓱해 진 것도 잠시. 인도받은 올란도는 며칠도 안 돼서 문제를 일으켰다. 엑셀을 밟고 있으면 심하게 차가 울컥거렸고 주행 중에도 급작스럽게 감속이 생기는 현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한 것이다. 
 

“아, 택시는 운전자만 타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도 수십 명 씩 손님을 태우는데 새 차가 갑작스레 울컥거리거나 감속되는 현상이 생기면 말이 안 되죠. 사고 날뻔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량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신씨는 즉각 대구의 대천동 쉐보레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무슨 이유로 새 차에 이런 일이 생기는 지도 알아야겠고, 한시바삐 수리를 해서 택시영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쉐보레 남대구서비스센터의 대답은 황당했다. 처음에는 “결함을 찾을 수 없다. 여기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더니 나중에는 “본사 눈치를 봐야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량에 생긴 이상에 대해 서비스센터도 모른다고 하니 결국 신씨는 울컥거리는 차를 몰고 인천에 있는 본사 사업소를 찾았다. 
 
지난해 6월 택시 모델 구입해 운행
주행 중 급감속 현상 수차례 발생
 
다행히 인천에서는 차량의 이상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혀냈다. 검사결과 신씨가 인도받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엔진오일도 새고 그로 인해 엔진압력도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낫다. 변속기 부분도 마찬가지. 변속기 오일이 새는 것도 새는 것이지만 변속기 자체에도 결함이 있었다. 
 
차량에 대한 결함과 원인이 밝혀지자 신씨는 본사에 “어떻게 새 차에 이런 결함들이 생길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 택시차량을 운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영업 손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쉐보레 측은 문제가 있는 엔진과 여타 부품의 교환해 주는 것으로 신씨를 달랬다. 신씨 역시 본사가 차량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부품을 교환해주는 것을 보고 화를 삭였다. 영업을 못해 생긴 손실 몇 푼 보상받는 것보다 한시바삐 차를 고쳐서 택시영업을 재개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환된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면 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진과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도 차량의 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시동을 걸 때마다 심한 소음이 생겼고, 주행 중에는 차량 밑바닥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손님들이 불안해했다. 갑자기 RPM이 치솟기도 하고 액셀을 밟는데도 속력이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운전 좀 제대로 하라”며 역정 내는 손님도 한 둘이 아니었다. 택시 모는 25년 동안 그렇게 진땀 나는 날들이 없었다는 것. 
 
결국 신씨는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운행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차를 서비스센터 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다시 쉐보레 본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신씨의 요청에 대해 쉐보레는 즉각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쉐보레가 차량을 교환해주거나 부품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신씨 일가의 생활고였다. 
 
서비스 센터 “원인 모른다”
거짓데이터 제공 고객 기만
 
택시영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신씨 일가는 수입은 없으면서 지출은 줄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대학생인 두 아이 학비와 네 식구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렸다.
 
그러길 두 달여. 쉐보레 본사사업소는 8월17일 신씨에게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엔진에 대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차량에 정밀 데이터 취집장치를 부착해서 3일간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결함의 원인을 찾자는 것이다. 
 
신씨가 본사의 제안에 동의하자 8월18일부터 3일간의 정밀검사가 시행됐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데이터 결과가 이상했다. 쉐보레 측이 제시한 데이터의 각종 수치와 그래프는 신씨의 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팔면 그만?
결함 그대로
 
자신이 체감하던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결과를 받은 신씨는 남대구서비스센터에 출력 데이터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했다. 전문용어와 각종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씨의 요구에 응하는 담당직원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검사를 수행한 직원 이모씨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데이터는 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쉐보레 측의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신씨는 다시 인천 본사사업소에 찾아가서 “일전에 엔진과 여타 부품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다시 한번 엔진을 점검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인천 사업소는 다시 신씨 차량의 엔진을 재검사했고, 그 결과 변속기 결함과 엔진 결함, 냉각수누유 등의 이상요소를 발견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던 남대구 서비스센터의 의견과는 달리 본사사업소 검사에서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차량 결함이 인정됨에 따라 인천 사업소는 9월에 신씨 차량의 엔진을 다시 교체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신씨의 차량은 출시 직후 불과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대규모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엔진교환과 부품교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차량을 운행 할 때마다 심한 진동과 소음, 주행 중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도 여전했다. 불만에 찬 손님들의 볼멘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차를 세워두고 택시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신씨는 쉐보레측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엔진이나 부품교환 같은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돼지 않으니 차량을 교환해주던가 환불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쉐보레 측은 신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자체규정상 더 이상의 조치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쉐보레 측이 신씨의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신씨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택시 운전대를 놓고 항의에 나선 지가 11월20일 현재 16일 째, 보름이 넘었다. 신씨는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택시영업을 하지 못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았다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량의 결함을 회사가 책임져야지 왜 소비자가 피해를 봐야합니까. 정말 GM차 산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 따라 다녀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브랜드 믿고 샀는데…

생업 접고 항의 시위
 
신씨는 그 간의 과정에서 참았던 울분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는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한 정밀검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시점은 8월 18일 인데 서비스 센터 담당직원이 출력해 준 데이터의 일시는 7월11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마치 신씨의 차량 데이터인 것처럼 속여서 보여준 것은 쉐보레가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고객을 기만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대구로 내려가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이씨를 만나 취재해본 결과 신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이모씨는 “신씨에게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출력해준 사실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본사는 이 같은 허위 데이터로 고객을 기만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쉐보레 본사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씨 차량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신씨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의혹은 교체된 엔진에 대한 부분이다. 인천 본사에서 이뤄진 두 번째 교체에 사용된 엔진이 중고재생품인 것 같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엔진을 장착하기 전에 검사를 마쳤다는 도장을 확인시켜 줬는데, 수리하는 직원 손이 도장 위를 스치자 도장이 지워졌습니다. 새 엔진이 아니라 인천사업소에서 보유하고 있던 중고엔진에 자체적으로 ‘검정’ 도장을 찍은 것 같았습니다. 제품 포장 상태도 이상했고 엔진에 흠집도 보였습니다.”
 
중고 엔진 교체 의혹에 대해 쉐보레 측은 “해당 엔진은 절대 중고 재생품이 아니다. 분명 새 엔진으로 교환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워지는 ‘검정’ 도장과 외관상의 흠집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체한 엔진
중고재생품?
 
향후 신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함구 상태다. 취재 초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피력하더니 차량 결함이나 허위 데이터 제공, 중고 엔진 교체 의혹 등을 파고들자 접촉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자세한 정황 파악을 위해 며칠만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벌더니 점차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차를 팔 때는 그토록 친절하게 굴더니 차만 팔면 자체규정 앞세워 안면 바꾸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추위에 발 구르는 손님들 태우고 다녀야 할 택시기사가 찬바람 맞아가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GM사 관계자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liebend@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S 없는 스파크, 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각 완성차 회사들은 브레이킹 오버라이드 시스템(Brake Override System. 이하 BOS)을 차마다 장착하고 있다. BOS는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을 때 액셀러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게 되면 브레이크의 신호를 우선시해 차량의 주행능력을 상실시켜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이에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11년부터 전 차종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00년부터 출시된 모든 차량에 각각 장착하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로 지난 2011년부터 대부분의 차량에 BOS를 장착했다. 그러나 스파크에는 지난 2013년까지도 장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고시장에서 유통 중인 스파크 모델에서는 BOS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대부분 유통 중이다.
 
문제는 스파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급발진으로 인한 자동차사고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블랙박스에 담긴 급발진의심사고의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파크는 BOS를 제외하더라도 안전 사양이 부족하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중인 스파크의 경우 기본 옵션으로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국내 시판중인 스파크에는 기본 옵션으로 4개의 에어백만장착돼 있다. 가벼운 차체와 부족한 에어백, 급발진 제동장치마저 빠져있는 스파크, 강심장이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만 이용할 차량으로 보인다.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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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