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전성시대' 비밀 사조직 부활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37:36
  • 댓글 0개

'제2의 하나회' 박통시대 맞아 꿈틀꿈틀

[일요시사=사회팀] 정부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오히려 정권을 탈취했던 비극의 역사가 있었다. 유신 이후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얻었다. 그때 맛봤던 열매가 달콤했던 탓인지 육군 안에 하나회의 계보를 잇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육사의 전성시대는 지금 막 시작됐다.



지난 1993년 4월, 김동진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에게 '지휘서신1호'를 발송했다. 육군 내 모든 장교의 사조직 가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회 몰락
나눔회 부각

YS정권은 출범과 함께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정조준했다. 비(非)하나회 출신인 김 총장을 발탁한 건 하나회 해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장성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옷을 벗었다.

같은 해 '리틀 하나회'로 불렸던 육군 내 또 다른 사조직 '알자회' 출신 장교들은 차례로 진급에서 누락했다. '서로 알고 지내자'는 말에서 유래한 '알자회'는 육군 내 노른자 보직을 독식해 '알짜회'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이 모임을 발족한 3명은 모두 크리스천이었는데 이들이 예수의 12제자를 본 떠 기수 당 회원을 12명으로 제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알자회의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고, 가입 장교들이 차례로 진급에 실패하면서 알자회는 사실상 와해됐다. 그렇게 육군 내 사조직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하에 있던 육군 내 사조직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했기 때문. 육사 출신인 남재준 국정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 숙청 이후 이름만 바꾼 모임 성행
나눔회 가입인사 급부상…회원 200명 육박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육군 내 새로운 실세로 부각된 '나눔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는 육군 내 모든 인사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리고 이 나눔회의 원로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남 원장이다.

나눔회의 성장은 하나회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항간에 알려진 대로 하나회는 육사 20기 이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회의 마지막 거물은 육사 19기인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이다.

그래서 하나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던 육사 11기를 시작으로 17기까지가 권력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사 22기를 끝으로 하나회는 사실상 실각했다. 그리고 육군 내 새로운 사조직으로 떠오른 게 바로 나눔회, 이른바 'NN회'라는 설명이다.

4개의 사조직
권력은 단 하나

지난 2004년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위치한 장교 숙소인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10여 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군 검찰은 육군본부(육본)를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택했다. 그리고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나눔회와 관련된 비밀 문건을 발견했다.

당시 문건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이 대거 진급 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때 드러난 수혜 조직이 바로 나눔회란 설명이다.

수색 과정에서 군 검찰이 입수한 관련 문건에는 모두 4개의 사조직이 기재돼 있었다. 하나회와 알자회, 만나회와 나눔회였다.

하나회와 알자회는 공인된 사조직으로 분류된 반면 만나회와 나눔회는 유령조직으로 분류됐다. 그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던 것. 앞서 언급된 적 없는 '만나회'는 나눔회의 상부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만나회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육사 20기를 시작으로 29기에 끝났다는 설과 22기에 시작해 34기에 끝났다는 설. 모두 2가지다. 양 주장이 서로 일치하는 부분은 하나회가 숙청된 뒤 만나회가 YS정부의 군 요직을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하나회를 숙청하기 위해 만나회와 손을 잡았다는 비화가 전해진다.

만나회의 결성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로 알려져 있다. L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K 당시 육본 인사참모부장과 함께 만나회를 만든 창립 멤버로 꼽힌다. 만나회는 하나회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사조직으로, 하나회 명단을 만들어 배포한 것도 만나회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만나회는 하부 조직이던 나눔회와 통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발견된 나눔회 명단에 만나회 인사가 다수 포함된 점과 만나회가 30기를 전후해 새로운 기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나눔회로의 흡수 또는 통합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만나회와 나눔회(문서에는 NN회로 표기)에 병행 표기된 인물이 남 원장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장수(27기)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박흥렬(28기) 대통령 경호실장, 김병관(28기) 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모두 나눔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4명을 포함한 나눔회와 만나회의 회원을 더하면 그 규모만 200여 명에 육박한다. 하나회 회원이 2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숫자다.

군 관계자는 "문민정부 시절 만나회 출신 인사가 인사참모부장에 오른 뒤 나눔회를 키워줬다"며 "L(22기), K(23기), K(24)기, P(24기) 등은 모두 나눔회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눔회는 육사 30기 이후가 주도세력이며, 지금도 군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조직"이라면서 "힘 좀 쓴다는 보직에는 모두 나눔회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요직 독점
다시 날개 펴나

나눔회는 군 내부 인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면에서는 과거 하나회보다 더 은밀하게 군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눔회는 최근 육사 출신 외에도 가능성 있는 비육사 출신 장교 영입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조직의 영향력을 군 안팎으로 팽창시키고 있다는 설명. 그리고 남 원장은 나눔회의 좌장으로 불리며, 육군 내부의 막후 권력으로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군 장성 진급 비리가 불거졌던 2004년,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인사 비리와 관련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5년, 군 대장급 인사 중 나눔회 관련 장성은 모두 4명으로 확인됐다. 해군을 제외하면 육군 6명 중 4명이나 나눔회가 이름을 올린 것.

김 실장은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장관으로 영전했다. 김 실장이 육군을 떠나 장관에 임명되자 김 실장이 있던 육군참모총장 자리는 박 실장이 물려받았다. 이를 두고 "육사 선배인 김장수가 박흥렬을 밀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눔회로 엮여 있는 김 실장과 박 실장은 서로 막역한 사이로 유명하며, 그들은 18대 대선 이후 나란히 청와대에 입성했다.

인사권 쥐고 장교들 쥐락펴락
장성급 인사서 윤곽 드러날듯
'남재준·김장수·박흥렬·김병관…?'

오래 전 예편한 한 육군 장성은 "군 내부에 보이지 않는 라인이 정해져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급을 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구조라 진급을 둘러싼 말할 수 없는 알력다툼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유능한 군인이라도 불러 주는 지휘관이 없으면 전역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들의 라인이 아니면 배척하는 분위기가 장성급 사이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성은 사조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즉 사조직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병대 관계자의 증언도 비슷했다. 그는 "육군 내 사조직에 대한 감찰 활동이 심해 드러내 놓고 회동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체가 없는 단순한 친목 모임을 사조직이라고 덧씌우긴 좀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군 내부 관계자들은 현재 육군 내 존재하는 사조직이 하나회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과거처럼 함께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등 외부에 세를 과시하는 형태가 아닌 개인 간의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인맥이 형성된다는 것. 즉 생각만큼 사조직의 실체가 거창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 네트워크의 꼭대기에는 반드시 컨트롤 타워가 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쏠린다.

국민 여론에
꽁꽁 숨었다

한 국방 전문가는 "국민들의 군대 내 사조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나눔회가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올해 9~10월쯤 있을 장성급 인사를 통해 나눔회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회나 알자회는 확인된 조직이지만 나눔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하나회가 나눔회 얘기를 일부러 흘려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