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전성시대' 비밀 사조직 부활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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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하나회' 박통시대 맞아 꿈틀꿈틀

[일요시사=사회팀] 정부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오히려 정권을 탈취했던 비극의 역사가 있었다. 유신 이후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얻었다. 그때 맛봤던 열매가 달콤했던 탓인지 육군 안에 하나회의 계보를 잇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육사의 전성시대는 지금 막 시작됐다.



지난 1993년 4월, 김동진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에게 '지휘서신1호'를 발송했다. 육군 내 모든 장교의 사조직 가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회 몰락
나눔회 부각

YS정권은 출범과 함께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정조준했다. 비(非)하나회 출신인 김 총장을 발탁한 건 하나회 해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장성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옷을 벗었다.

같은 해 '리틀 하나회'로 불렸던 육군 내 또 다른 사조직 '알자회' 출신 장교들은 차례로 진급에서 누락했다. '서로 알고 지내자'는 말에서 유래한 '알자회'는 육군 내 노른자 보직을 독식해 '알짜회'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이 모임을 발족한 3명은 모두 크리스천이었는데 이들이 예수의 12제자를 본 떠 기수 당 회원을 12명으로 제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알자회의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고, 가입 장교들이 차례로 진급에 실패하면서 알자회는 사실상 와해됐다. 그렇게 육군 내 사조직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하에 있던 육군 내 사조직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했기 때문. 육사 출신인 남재준 국정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 숙청 이후 이름만 바꾼 모임 성행
나눔회 가입인사 급부상…회원 200명 육박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육군 내 새로운 실세로 부각된 '나눔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는 육군 내 모든 인사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리고 이 나눔회의 원로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남 원장이다.

나눔회의 성장은 하나회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항간에 알려진 대로 하나회는 육사 20기 이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회의 마지막 거물은 육사 19기인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이다.

그래서 하나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던 육사 11기를 시작으로 17기까지가 권력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사 22기를 끝으로 하나회는 사실상 실각했다. 그리고 육군 내 새로운 사조직으로 떠오른 게 바로 나눔회, 이른바 'NN회'라는 설명이다.

4개의 사조직
권력은 단 하나

지난 2004년 11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위치한 장교 숙소인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10여 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군 검찰은 육군본부(육본)를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택했다. 그리고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나눔회와 관련된 비밀 문건을 발견했다.

당시 문건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이 대거 진급 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때 드러난 수혜 조직이 바로 나눔회란 설명이다.

수색 과정에서 군 검찰이 입수한 관련 문건에는 모두 4개의 사조직이 기재돼 있었다. 하나회와 알자회, 만나회와 나눔회였다.

하나회와 알자회는 공인된 사조직으로 분류된 반면 만나회와 나눔회는 유령조직으로 분류됐다. 그 실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던 것. 앞서 언급된 적 없는 '만나회'는 나눔회의 상부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만나회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육사 20기를 시작으로 29기에 끝났다는 설과 22기에 시작해 34기에 끝났다는 설. 모두 2가지다. 양 주장이 서로 일치하는 부분은 하나회가 숙청된 뒤 만나회가 YS정부의 군 요직을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하나회를 숙청하기 위해 만나회와 손을 잡았다는 비화가 전해진다.

만나회의 결성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로 알려져 있다. L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K 당시 육본 인사참모부장과 함께 만나회를 만든 창립 멤버로 꼽힌다. 만나회는 하나회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사조직으로, 하나회 명단을 만들어 배포한 것도 만나회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만나회는 하부 조직이던 나눔회와 통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발견된 나눔회 명단에 만나회 인사가 다수 포함된 점과 만나회가 30기를 전후해 새로운 기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나눔회로의 흡수 또는 통합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만나회와 나눔회(문서에는 NN회로 표기)에 병행 표기된 인물이 남 원장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장수(27기)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박흥렬(28기) 대통령 경호실장, 김병관(28기) 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모두 나눔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4명을 포함한 나눔회와 만나회의 회원을 더하면 그 규모만 200여 명에 육박한다. 하나회 회원이 2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숫자다.

군 관계자는 "문민정부 시절 만나회 출신 인사가 인사참모부장에 오른 뒤 나눔회를 키워줬다"며 "L(22기), K(23기), K(24)기, P(24기) 등은 모두 나눔회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눔회는 육사 30기 이후가 주도세력이며, 지금도 군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조직"이라면서 "힘 좀 쓴다는 보직에는 모두 나눔회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요직 독점
다시 날개 펴나

나눔회는 군 내부 인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면에서는 과거 하나회보다 더 은밀하게 군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눔회는 최근 육사 출신 외에도 가능성 있는 비육사 출신 장교 영입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조직의 영향력을 군 안팎으로 팽창시키고 있다는 설명. 그리고 남 원장은 나눔회의 좌장으로 불리며, 육군 내부의 막후 권력으로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군 장성 진급 비리가 불거졌던 2004년,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인사 비리와 관련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5년, 군 대장급 인사 중 나눔회 관련 장성은 모두 4명으로 확인됐다. 해군을 제외하면 육군 6명 중 4명이나 나눔회가 이름을 올린 것.

김 실장은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장관으로 영전했다. 김 실장이 육군을 떠나 장관에 임명되자 김 실장이 있던 육군참모총장 자리는 박 실장이 물려받았다. 이를 두고 "육사 선배인 김장수가 박흥렬을 밀어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눔회로 엮여 있는 김 실장과 박 실장은 서로 막역한 사이로 유명하며, 그들은 18대 대선 이후 나란히 청와대에 입성했다.

인사권 쥐고 장교들 쥐락펴락
장성급 인사서 윤곽 드러날듯
'남재준·김장수·박흥렬·김병관…?'

오래 전 예편한 한 육군 장성은 "군 내부에 보이지 않는 라인이 정해져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급을 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구조라 진급을 둘러싼 말할 수 없는 알력다툼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리 유능한 군인이라도 불러 주는 지휘관이 없으면 전역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들의 라인이 아니면 배척하는 분위기가 장성급 사이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성은 사조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즉 사조직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병대 관계자의 증언도 비슷했다. 그는 "육군 내 사조직에 대한 감찰 활동이 심해 드러내 놓고 회동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체가 없는 단순한 친목 모임을 사조직이라고 덧씌우긴 좀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군 내부 관계자들은 현재 육군 내 존재하는 사조직이 하나회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과거처럼 함께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등 외부에 세를 과시하는 형태가 아닌 개인 간의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인맥이 형성된다는 것. 즉 생각만큼 사조직의 실체가 거창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 네트워크의 꼭대기에는 반드시 컨트롤 타워가 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쏠린다.

국민 여론에
꽁꽁 숨었다

한 국방 전문가는 "국민들의 군대 내 사조직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나눔회가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올해 9~10월쯤 있을 장성급 인사를 통해 나눔회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회나 알자회는 확인된 조직이지만 나눔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하나회가 나눔회 얘기를 일부러 흘려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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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