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가슴이 벌렁거렸던 게이전용 업소 탐방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9 09: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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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왜 이상한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남성전용 사우나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잘못 찾아 들어갔다간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볼 수도, 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바로 '게이사우나'다. 간판에 게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아니어서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도 없다. 일반 남성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도 아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이전용 휴게텔도 성업 중이다. 기자가 찾은 게이사우나와 게이휴게텔에서 벌어진 일들은 취재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연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어두운 수면실, 한데 뒤엉켜 신음 흘리는 남성들
슬그머니 다가온 중년남성, 기자 허벅지 더듬어

지난 5일 서울 강남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가 가능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운영하던 업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업주는 성관계 알선 대가는 받지 않았다. 업주도 게이였기 때문이다.

업주는 경찰조사에서 "나도 게이라서 '성적소수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 업소를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게이들의 최대 메카인 서울 종로구는 어떨까? 여자가 좋은(?) 기자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게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종로의 한 남성전용 사우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께 종로 ○○빌딩 뒷골목에는 게이바, 휴게텔 등 게이들을 위한 업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지나다니는 게이커플들이 종종 기자를 스쳐지나갔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침내 문제의 업소를 찾아내는 동안 40대로 보이는 남성 몇몇이 기자의 온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게이가 아니에요!'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내 '취재차 이곳을 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기자 훑어보는
중년의 남성들

남성전용 사우나 ○○은 허름한 건물의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간 5000원의 입욕권을 구입하는데 점원은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 좋아하나봐? 취향 독특하네."

탈의실로 들어가는 기자의 등 뒤로 들려온 점원의 이 말은 뭔가 '찜찜'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은 냈고 신발도 벗었고 사물함 열쇠까지 받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탈의실 내부시설은 여느 목욕탕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자면 상당히 낡았다는 정도? 옷을 벗어두는 사물함 옆에는 손톱을 자르거나 신문을 보는 중년남성들이 앉아있는 평상이 있었고 20인치 정도 돼 보이는 브라운관 TV에서는 모 방송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래됐지만 헤어드라이기와 면봉도 있었고 싸구려 스킨·로션도 '아저씨'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탕 내부로 통하는 유리문 옆에는 어두운 공간이 얼핏 보였고 위에는 '수면실'이라는 푯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게이사우나가 아닌 조금 낡았을 뿐인 남성전용 사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다.

기자도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섰다. '미세요'라고 적혀있는 유리문을 무의식적으로 당겨서 열고 수증기가 가득한 탕 내부로 들어서는 찰나, 수면실에서 들려온 '헉' 소리를 단순 잠꼬대로 알았던 게 기자의 그날 하루 동안 최대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목욕탕을 빠져나온 뒤였다.

탕으로 들어서는 기자에게 몸을 씻고 있던 40~50대 남성들의 시선이 꽂혔다. 고작 20대 후반일 뿐인 기자가 신기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간단한 목례를 하고 샤워기 꼭지를 돌렸다. 시설은 낡았지만 물은 깨끗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온도 40도의 온탕에 들어가 앉았다. 원형의 온탕 맞은편에서 기자를 한동안 바라보던 머리가 살짝 벗어진 중년남성이 벽을 따라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자 옆으로 다가온 그는 일언반구의 말 한마디도 없이 기자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수면실에서 들려온
정체불명 신음소리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기자가 반응이 없자 그의 손길은 점점 과감해 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로 손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저 이런 사람 아닙니다"고 말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일순 이 건물에서 한시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확인을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수면실.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샤워기 꼭지를 파란부분으로 돌렸다.

비치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충 제거하고 두 번째 실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수면실로 옮겼다. 불 꺼진 수면실 바닥은 따뜻했고 기자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마자 두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나체의 남성들이 둘씩 짝지어 여기저기서 뒤엉켜 있었고 굵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가슴이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목적달성이 우선이라 역겨워도 참을 수밖에…. 일부는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으며 파트너를 찾지 못한 남자들은 휴대폰 불빛이나 라이터 불빛에 의지해 서로의 짝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남성들의 땀 냄새와 알 듯 모를 듯한 냄새가 수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탕 안에서 기자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성이 기자의 손목을 잡았다. '흠칫' 놀란 기자는 남성을 밀쳐내고 수면실을 빠져나왔다. 옷을 입기 위해 사물함 문을 여는데 한참이 걸렸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렸고 당황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넥타이를 손에 든 채 허겁지겁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점원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 했다.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 없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의사표현 확실히 할 것”
서울시내, 이니셜만 대도 아는 업소 성업 중

어느덧 밖은 어둠이 짙게 깔린 밤 8시. 발길을 강 건너 송파구로 돌렸다. 게이휴게텔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40분여를 달려 도착한 송파구 ○휴게텔 앞.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끼니를 사 들고 휴게텔이 있는 4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종로에서 겪은 충격이 컸던 탓일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시간당 1만원, 추가 10분당 2000원이라는 요금을 계산하고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옆으로 밀었다. 1인용 침대와 TV, 선풍기, 얇은 이불이 보였다.

침대에 걸터앉아 늦은 저녁을 먹다가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었다.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놓칠 뻔 했다. 게이사우나에서 봤던 게이커플의 애정행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두운 수면실과는 달리 밝은 불빛 아래에서 뒤엉켜 있는 남성 둘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TV를 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기자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맥주 두 병을 기자의 눈앞에 흔들었다. '멍' 했다.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남자에게선 술 냄새가 희미하게 났지만 취하지는 않은 듯 했다. 남자가 말을 건넸다.

"언제까지 세워둘 거야. 한 잔 할래 안 할래? 난 마음에 드는데."

'올 것이 왔나' 싶었다. 일단 남자를 안으로 들였다. 기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심히 부담스러웠다. 당황한 기자는 실수를 했다. 신분증을 들이밀며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자는 욕설을 퍼부었다.

"X발. 미쳤냐? 재수 X같네. 아…, 아…, 너 여기서 기다려. 꼼짝 말고 기다려라."

잠시 후 남자 대신 주인이 왔다. 1만원을 돌려주며 나가라고 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게이전용 휴게텔은 많았기 때문에 순순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게이전용 사우나
게이전용 휴게텔

스마트폰으로 게이커뮤니티사이트에 접속해 업소정보란을 클릭하고 가장 가까운 휴게텔을 검색했다. 불과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모 휴게텔을 찾았고 택시를 탔다.   

도착한 휴게텔 역시 송파구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에는 3층. 휴게텔 카운터와 내부 인테리어는 6일 방문했던 게이전용 업소 중 가장 뛰어났다. 1만2000원을 지불하고 복도 끝 방으로 향했다. 가면서 들려오는 역시 굵직한 남성의 신음소리는 3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가슴을 벌렁거리게 했다.

이곳에서 기자는 취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역시 험난했다. 처음 기자가 있던 방을 노크한 남성은 외국인이었다. 웃옷을 벗어버린 외국 남성은 다짜고짜 기자를 밀치고 들어왔다. 기자는 "피곤하다. 쉬고 싶다"는 말로 남성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주인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남성은 주섬주섬 바지를 입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오겠다"며 문을 열고 사라졌다.

이후에도 5분 간격으로 여러 남성들이 기자가 있는 방을 찾았고 그럴 때마다 힘겹게 그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4~5명을 거절했을까? 술 냄새도 나지 않고 옷도 제대로 입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당시 시간은 밤 10시30분께 기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취재 중임을 밝혔다.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놀라웠다.

"잘됐네요. 오늘 '노땅'들 밖에 없어서 심심했는데…. 여긴 좀 그렇고 나가서 맥주나 한잔 할래요? 물론 기자님이 사시는 걸로 하고…."

남성과 함께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가 나오고 남성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성은 자신을 29살의 전문 마사지사라고 소개했다.

남성은 기자가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업소는 45세 이상 남성들은 출입이 불가하다고 했다. 라이터나 휴대폰으로 상대를 확인하는 것도 금지돼 있으며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시할 경우 즉각 퇴실조치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여러 명이 한데 뒤엉켜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불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남성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생각해보세요. 남자 둘이 손잡고 일반 모텔 들어가면 어떤 시선으로 보겠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거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우리한테는 아니에요. 이성을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종교적으로 따지고 들어온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제가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반나절 동안 세 곳의 게이전용 업소를 찾은 만큼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이런 곳이 많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이니셜만 대도 아는 곳이 많아요. 종로 쪽은 '노땅'들이 많고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아요. 이 근처에도 신천에 물 좋은 곳이 하나 있고…."

남성의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3월7일로 접어들고 있었다. 남성과 기자는 동성을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한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대화는 썩 잘 통했다. 남성은 기자를, 기자는 남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테이블에는 맥주병이 어지간히 널려져 있었다. 남성은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휴대폰 번호를 건넸다.

동성애자
설 공간 없다

"기자님 번호 알려달라면 불쾌할 것 같아서 제 번호 먼저 드려요. 글 쓰시다가 궁금한 게 있거나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그리고 이 말은 꼭 기사에 넣어주세요. 이성애자가 혹시라도 게이들을 위한 업소에 잘못 들어가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 반드시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라고요. 게이들 사이에도 소심한 게이가 있고 또 반대로 적극적인 게이가 있어요. 게이들은 일단 자기들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남자들은 게이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불쾌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요."

남성은 '물갈이'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다시 휴게텔로 들어갔다. 기자도 발걸음을 재촉해 간신히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취재 초반에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취재를 마쳤을 때는 게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직까지 동성애자들에게 배타적인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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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