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끝나지 않은 메르스 공포 예방법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9.17 11:11:07
  • 호수 1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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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3년 만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은 홍역을 치렀다. 정부는 최근 중동서 메르스에 감염된 남성이 입국했다는 사실을 뒤 늦게 알았다. 다행스러운 건 선제적인 대응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안전한 추석 연휴를 위해서는 스스로 예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A(61)씨는 지난 7일 귀국한 지 하루 만인 8일 오후 4시께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A씨는 8월16일부터 9월6일까지 쿠웨이트에 머물다, 지난 6일 밤 10시35분 에미레이트항공 EK860편에 탑승해 7일 새벽 1시10분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했다. 

2시간 뒤인 새벽 3시47분 EK322편을 타고 같은 날 오후 4시51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인천공항서 검역을 받았는데, 검역관에게 10일 전(8월28일) 설사 증상이 있었으나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검역관은 A씨 체온을 잰 결과 36.3도로 정상이었기 때문에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귀가시켰다. 다만 귀가 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검역을 끝냈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 낫다”

A씨는 아내와 공항을 나서자마자 리무진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 자신이 중동에 다녀왔음을 병원 쪽에 알렸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건 이날 저녁 7시22분께. 병원 접수 후 응급실 외부 건물에 별도로 위치한 격리진료실로 이동했으며 진료를 통해 메르스 증상이 확인됐다. 


저녁 9시34분께,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을 신고했다. 의심환자로 분류된 A씨는 서울 강남구보건소 음압격리구급차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건 8일 0시33분이며, 이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이날 오후 4시께 메르스 양성으로 최종 확인했다.

A씨와 밀접 접촉한 22명도 자택과 시설에 격리조치됐다. 특히 A씨와 같은 비행기에 탔던 영국인 여성 한 명이 발열 등의 의심증상을 호소,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서 격리치료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밀접접촉자 외 항공기 동승객 등 440명에 대해서도 수동감시가 아닌 거주지 지자체 공무원을 통한 1:1 능동감시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쿠웨이트서 비행기를 탄 뒤 서울대병원까지 이동하는 동안 2m 이내 긴밀하게 접촉한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무원 3명 및 승객 10명, 검역관 1명, 출입국 심사관 1명, 리무진 택시기사 1명,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가족 1명 등 21명으로 이들에 대해선 자택격리 및 증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 명단은 지자체에 통보해 잠복기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유선·문자로 연락하는 수동감시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초동대응과 현격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당시 첫 메르스 확진 환자는 바레인과 카타르를 다녀온 68세 남성 B씨로, 지난 5월4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문제는 귀국 후 감기 증상으로 병원 3곳을 방문했으며, 약 2주가 지난 후인 5월20일에야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았다는 점이다.

2주 동안 무방비 상태로 사람들과 접촉하고, 확진 전 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감염 의심자와 2차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5년도와 비교해서 현재 보건당국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빨라졌다는 평가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전염병 비상
쿠웨이트 온 남성 확진에 악몽 재현


또 메르스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병원 명단 공개 여부 및 정확한 정보 제공을 놓고 갈등을 벌이며 국민의 공포감을 키웠다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첫 메르스 확진자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밀접접촉자 21명과 일상접촉자 172명에 대한 1대 1감시 체계를 가동시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메르스 확진자 관련 국무총리 주재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과잉대응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은 정해진 매뉴얼을 철저히 이행하며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필요한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 ▲환자를 완벽하게 격리하고 매뉴얼대로 치료하며 환자의 이동 및 접촉경로, 접촉자 등에 대한 추적조사 등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히 진행해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것 ▲복지부장관 및 질병관리본부장은 방역 진행상황 등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불안감이 없도록 할 것 등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서 이 총리는 “불행하게도 메르스 환자 한 명이 발생했다. 우리는 2015년에 메르스를 이미 겪어 의료진이나 정부 당국이나 국민들 모두 큰 트라우마처럼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며 “38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냈다는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 또한 많은 아픈 경험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이제는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 피해자가 한분도 나오지 않고, 국민들께서 걱정을 덜하시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이 발 빠른 대처와 더불어 의료계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첫 확진 환자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은 응급의료센터에 ‘메르스 안내문’을 부착하고, 해당 환자를 음압시설이 설치된 감염 격리병동에 입원시킨 상태다.

국가지정격리병상이 마련된 서울대병원은 주말 비상근무를 통해 메르스로 인한 혼란을 막고, 감염 예방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물론 인천공항 검역시스템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 A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통과돼 공항 검역서 구멍이 지적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검역당국 그리고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해외유입 감염병 검역 및 관리기준 개선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송재찬 상근부회장이 실장으로 있는 ‘메르스 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비상업무체제에 들어갔다.

개인 청결 중요 
중동 여행 자제

해외서도 한국의 메르스 대응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서 “초기 대응이 비교적 잘됐기에 대규모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심하기 아직 이르다. 향후 1∼2주가 메르스 확산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견줘 A씨가 접촉한 사람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역체계 감시망이 뚫릴 수도 있다. 

공항이나 병원서 A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경우, A씨가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된 8일 오후 4시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격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2차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는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메르스 예방법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고 떠나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중동 지역은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다만 65세 이상의 고령자·어린이·임산부·암투병자 등 면역저하자, 당뇨·고혈압·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서 최초로 감염된 환자가 보고된 이후 자국 내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총 13개국이다. 중동지역 9개국 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요르단·쿠웨이트·예멘·레바논·이란, 유럽 2개국 영국·프랑스, 아프리카 1개국 튀니지, 아시아 1개국 한국이다. 

이중 영국·프랑스·튀니지·한국은 중동지역 방문 후 유입에 의한 2차 전파사례에 속한다. 2016∼2017년 중동지역 메르스 발생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이다. 
 

메르스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고,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서 중동지역의 감염된 단봉낙타와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사람이 감염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는 환자와 같은 공간에 동시에 머물렀던 경우에 제한적으로 발생한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가래 등이 작은 비말(물방울) 형태로 전파되거나 환자의 분비물이 묻은 물건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만일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농장방문을 자제하고 동물(특히 낙타)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나 생낙타유(Camel milk)를 섭취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장소는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상하면 1339 전화

만약 중동지역을 방문(여행)한 후 14일 이내 발열과 기침·호흡곤란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1339 또는 보건소로 먼저 신고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기초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메르스 의심환자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환자로 분류될 시 보건소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된다. 

이후 가래, 혈액 등 검체를 채취해 확진검사를 시행한다. 1차 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48시간 이후에 2차 검사를 실시한다. 모두 음성일 경우 격리가 해제된다. 

중동지역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 방문을 위해 비행기 환승 목적으로 중동을 경유한 경우, 특히 공항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경우는 중동지역 방문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만약 경유 시 공항 밖을 출입했다면 의료기관 방문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신고해야 한다.  

정부 빠른 대응으로 사태 확산 막아
공항 검역 구멍은 보안·대책 필요 

메르스 감염의 초기 증상은 다른 질환의 증상들과 비슷하다. 감염 초기에 메르스 환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모든 병·의원에서는 기본 감염관리 원칙을 준수하면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의 여행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 검사를 받게 되면 격리 기간에 메르스와 관련된 검사비와 입원비는 정부에서 부담한다. 

병문안 그만

2015년 메르스 유행은 잘못된 병문안 문화로부터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시는 메르스의 가공할 공포 때문에 지인이 입원해도 병문안을 꺼리다가 상황이 호전된 뒤 3년을 지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한 모습이다. 

병문안 문화는 환자의 건강과 안정,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선 면회시간 18∼20시(주말·공휴일 10∼12시 가능)를 준수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을 겪으며 현재는 전국 모든 병원의 면회시간이 통일됐으며 환자당 2명까지 허용된다.

단체방문은 제한되고 있다. 병문안 전후 손 위생도 철저히 해야 한다. 손 위생 없이 환자를 접촉하는 행위는 온갖 균을 환자에게 그대로 다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병실 진입 전 손소독제를 손 구석구석 묻혀 2∼3분간 마를 때까지 닦아주고, 병원을 나설 때도 손 위생 후에 귀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병원 내 온갖 균을 버스나 전철 손잡이에 묻혀 타인에게 감염을 전파하게 된다.

기침 예절도 준수해야 한다. 재채기를 하면 비말이 초속 30m의 속도로 최대 4만 개나 튀어나간다. 면회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재채기 때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가리거나 없으면 옷소매 위쪽으로 가린다. 
 

손에 하는 경우 손에 묻은 균들을 통해 감염이 광범위하게 전파되므로 피해야 한다. 감기나 인플루엔자, 설사·복통 등 급성 장염, 피부에 병변이 있는 경우 병문안이 제한된다. 

평소에 잘해야

메르스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 외에도 평소 건강한 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65세 이상이나 어린이, 임산부, 암투병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숙면, 균형 잡힌 식사 외에 클로렐라, 강황 등의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클로렐라’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졌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클로렐라의 면역 기능성을 인정했다. 실제 건강한 일반인에게 8주간 클로렐라를 먹게 한 결과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면역단백질인 IL-12와 IFN-γ의 발현량이 유의적으로 증가하고,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정확하게 바이러스를 찾아 죽이는 NK세포의 활성도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면역력 증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강황’이다. 카레의 원료인 강황에 이를 돕는 성분들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강황이 메르스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진 이유는 ‘커큐민’이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커큐민은 강황의 진한 노란색 성분으로 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면역체계의 단백질 수치를 높여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년 전 메르스 악몽은?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3년 전에 있었던 메르스 사태는 무려 일곱 달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38명이 숨졌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는 바레인에 살다가 입국한 68세의 남성이었다. 입국 바로 전 업무차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를 방문했다.

5월초 입국한 이 남성은 일주일만에 38도가 넘는 고열과 기침증상을 보였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입국 후 16일이나 지난 뒤였다. 그동안, 가족은 물론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에게도 병균이 퍼졌다.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환자의 가족이 의심증상을 보였는데도 해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 발생 열이틀째 첫 사망자가 보고되고 2주 만에 격리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이 과정서 일부는 환자와의 접촉 여부를 감췄고,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공공장소를 활보하기도 했다. 사태 발생 20일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면서 세계보건기구서 합동조사단을 급파했다.

범정부적 대응에 잦아드는 듯 하던 메르스 사태는 꾸준히 확진자가 이어졌고, 발생 6개월여 만인 11월25일에야 처음으로 확진자가 없었다. 그 후, 한 달이 더 지나서야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를 공식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7개월 동안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숨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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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