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흔드는’ 검은 손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13 10:15:16
  • 호수 1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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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대북 주도권 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27판문점선언’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설치가 개성공단서 한창인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항명 의혹이 불거졌다. 우리 측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이 내려졌음에도, 통일부가 이와 어긋나게 북측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조 장관을 흔드는 모종의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통일부 안팎서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27일 판문점서 만나 13개 항목의 선언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중 핵심이 바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설치다. 연락사무소가 들어서면 언제라도 남북 당국자 간에 신속한 대면 협의가 가능하다. 이른바 남북 교류·협력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4·27선언
핵심 사항

연락사무소는 완공 단계에 있다. 지난 6월19일부터 22일까지 개보수 공사 사전 준비를 마친 통일부는 북측과 공사 일정을 협의한 뒤 지난달 2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시설 개보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이달 중 연락사무소를 개소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지난달 중순경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을 차관급 내지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으로 하고 청와대 직속으로 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가 연락사무소장의 직급을 차관 내지 수석급으로 하려는 이유는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 간 교류협력뿐 아니라 판문점선언 이행 과정서 북측과 폭넓은 의사교환을 하기 위함이다. 폭넓은 의사교환은 민간교류를 포함한 남북의 대대적인 교류·협력을 의미한다.


기존의 직급으로는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기 힘들다. 실무 책임자는 깊이 있는 정무적 논의를 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논의 대상인 북측 역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고위직 인사가 연락사무소장을 맡아줘야 우리 측과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은 선행학습에 기인한다. 현재까지 판문점 연락사무소장은 부처 과장급으로 주로 남북 간 전화통지문을 주고받거나 회담 일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에 국한돼왔다. 개성공단의 남북경제협력사무소장 역시 소통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직급이 낮다보니 북측과 긴밀한 협의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락사무소의 중요성을 익히 강조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선언을 공동 발표하면서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매우 중요한 합의”라며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 만들려
청와대 패싱?

개성공단을 벗어나 북측이 서울에, 우리측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대사급 외교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단계까지 발전하는 교두보가 바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초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연락사무소 구성 및 운영을 통일부에만 맡기지 말고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논의를 통해 조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번 정부가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서훈 국정원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유엔 대북제재 면제를 요청한 이유도 연락사무소 개소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다.


연락사무소 개소를 목전에 두고 통일부가 북측의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국·실장급으로 내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남북 연락사무소장을 차관급이나 수석급으로 격상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에 반한다. 

청와대, 국정원 등 관계부처와의 회의 때도 통일부는 연락사무소장을 실·국장급으로 해 통일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가 개보수 공사를 위해 개성공단에 파견돼있는 통일부 연락사무소 추진단을 통해 북측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추진단이 개성서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에게 이러한 통일부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추진단은 지난 6월부터 수차례 방북해 황 부장 등을 만나 사무소 개설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6월 통일부가 북측 인사와 관련협의를 한다며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사진에는 추진단과 대화하는 황 부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에 국장급 연락소장 요청 의혹
대통령 재가 어겼나 ‘항명’ 비난

북측에 국·실장급을 요청한 이유는 통일부 국장급과 직급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통일부가 남북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맞춰 통일부 내부 인사를 연락사무소장 자리에 앉히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황 부장이 북측 연락사무소장 직급을 논의할 수 있는 관계자인지에 대해 통일부는 “관련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청와대 참모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이미 결정된 정부의 의사를 무시하고 북측과 접촉한 데 대해 조명균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전체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명’ ‘국기문란’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통일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통일부는 연락사무소 개소 준비 및 개소 후 운영방안 등 관련된 모든 사안을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등 범정부적 협의체서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왔다”며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락사무소 세부 구성 및 운영문제는 현재 북측과 협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춘추관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일(통일부가 북측에 연락사무소장을 실·국장급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전혀 없다”며 “당연히 청와대서 질책했다거나 한일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통일부가 청와대의 결정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북측에 실·국장급 연락사무소장을 요청했다는 점이 상식선서 행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입장서도 대통령의 결정에 항명하면서까지 실·국장급 자리 하나 늘리려고 했다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통일부 수장인 조명균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끝까지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에
통일부 발끈

통일부 안팎에서는 조 장관을 견제하려는 세력이 해당 의혹을 언론사에 흘렸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근 남북훈풍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청와대와 여권 일각서 제기된다. 통일부가 남북협력사업에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한다는 불만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로서 창의적인 교류 방안을 제시해 국면 전환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거부터 이어져 온 통일부-국정원 간 주도권 대결이 이러한 의혹을 낳게 한 원인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다.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한 속사정을 아는 기관은 통일부 외 청와대와 국정원 정도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한 명의 대통령 임기 안에서도 누가 대북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왔다. 문정부 초 국정원은 남북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산파 역할을 하며 주목받았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후 진행된 각종 공식 남북회담 과정에 국정원이 관여하려 하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극을 받은 통일부는 판문점선언이 나온 4·27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후속 회담서 세부 의제 설정이나 대북 협상 과정을 주도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이 있은 지난 6월 이후에는 국정원을 제치고 통일부가 대북 정책 및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두 기관의 보이지 않는 주도권 대결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청와대와 국정원이 주도하면서 통일부는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10월 통일부 내 남북회담 경험이 가장 풍부한 간부들이 남북 고위급 대표단 오찬회담에 참석하면서 ‘통일부 주도론’이 부상했다.

통일부 내부 흉흉 국정원 배후설 솔솔
3차 회담 앞두고…대북라인 균열 조짐

이 과정서 통일부와 국정원 간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했다. 한기범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 오찬회담에 공식적으로 배석하자 통일부 안팎서 “첩보를 다루는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13년 7월에는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개성공단 3차 회담 결렬의 이면에 통일부-국정원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관련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국정원의 갈등설이 흘러나오는 것이 우려된다. 회담 대표 간 갈등이 있었고, 그 결과로 서호 남북당국실무회담수석대표가 전격 경질됐다”며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중심이 돼 개성공단 협상을 하는데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강경한 입장을 제시해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나. NLL 대화록 공개·댓글 공작정치 등으로 정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국정원이 대북관계까지 파탄 내려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폭로했다.

앞서 통일부는 1, 2차 실무회담서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서호 전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김기웅 전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협상 중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통일부는 “예정된 인사”라고 해명했지만, 실무회담 과정서 통일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불만을 품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본보기 차원서 서 대표를 교체했다는 의혹이 나왔었다.

통일부-국정원
케케묵은 갈등

지난 2006년 10월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통일부와 국정원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김 원장이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이다.

당시 정국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지도부 방북과 386 간첩단 수사,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 대북제재 수위로 시끄러웠다. 국정원은 전현직 민노당 당직자들이 구속된 386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시점에 민노당 지도부 방북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통일부는 방북을 규제할 만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며 승인했다.

국정원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386 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다. 윤태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를 보고(국정원이 386 간첩단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꼭 (청와대에)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 핵무기 실험 이후 대북 강경대응 기조를 펼쳤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실상 통일부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원장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당시 국정원은 김 원장이 청와대·통일부와의 갈등 때문에 사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는 기존 판문점 연락사무소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넘어서는 권한과 위치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장이 남북경제협력은 물론 정치·문화·사회·체육·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최종적으로 민간교류 활성화를 결정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이달 내 설치가 완료될 경우 당장 올해 가을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국장급 연락사무소장 요청 의혹에 이어 통일부-국정원 주도권 대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좋은 평가를 받아온 문정부 외교안보라인에 자칫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차남북회담 급물살 내막

3차남북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8월 말 내지 9월 초에 열릴 것이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13일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서 열린다. 북측이 지난 9일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고위급회담을 열어 ‘4·27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3차남북회담의 준비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동의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북한이 먼저 3차정상회담을 제안한 이유는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 등을 두고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북미는 비핵화 신고·사찰과 종전선언을 각각 상대에게 요구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핵화 협상을 두고 서로가 판을 깨려는 의지는 없으나, 좀처럼 신뢰를 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정상회담이 확정된다면 소강상태였던 북미 협상이 동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현 시점을 남북정상회담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판문점선언 이행과 정상회담 준비상황 협의라는 의제를 제시한 것 외 양측 간 협의된 사항이 없어 조심스러운 전망도 감지된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열리게 되는 이번 고위급회담서 우리 측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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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