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돈 리스크 막전막후

사정 칼날이 로열 혼맥 난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재 재계의 분위기는 전전긍긍이다. 최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사정권 밖의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다양한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언제든지 사정 칼날 위에 설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 최근에는 사돈기업에 대한 압박이 높다. 사돈관계가 또 다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 3·4세 경영인이 주름잡고 있다. 회사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창업주와 2세대 경영인들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3·4세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다양한 혼맥으로 얽혔다.

사각지대 거래
특혜·부당거래

재계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한 그룹의 경우 대부분 직간접적인 혼맥으로 얽혀있는 모습이다. 혼맥으로 이어진 그룹들 간 거래가 발생하면 특혜성 거래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을 받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거래를 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순히 거래 자체만으로도 의혹의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적폐 청산 작업에 따라 재계 역시 적폐로 분류되는 모든 것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승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면 최근에는 혼맥까지 염두에 두고 사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표그룹 간의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점도 사돈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도원 삼표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지난 1995년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이 때문에 두 그룹 간 거래를 두고 특혜성 논란이 따라다녔다. 시민단체는 이들 그룹 사이의 거래에 편법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회(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조 등은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경찰·검찰…사정기관 거센 압박
적폐청산 작업 따라 현미경 검증 들어가

이들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의 사돈 기업이며 석회석 운반에 대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삼표에 운송업무를 재하도급해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해 통행세를 챙기도록 했다”며 “현대제철은 거래 과정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물류 계약을 맺도록 해 글로비스에 부당지원을 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움직이자 공정거래위원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현대차 그룹이 삼표 그룹에 부당지원을 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도 지난 4월 삼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돈지간에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삼표그룹 측은 정기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원을 투입해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회계자료를 확보하면서 두 그룹간 부당거래 의혹 검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조사 결과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돈지간이 ‘기업인-기업인’ 형식뿐만 아니라 ‘정치인-기업인’간 사돈지간도 특혜성 거래 및 비호에 대한 의심이 나온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단단히 털리고(?) 있는 중이다.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 사돈기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가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결혼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됐다. 

또 조 회장의 형이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기 때문에 효성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돈기업까지 
벌벌 떠는 재계

한국타이어의 경우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특히 당시 조사에 조사4국 요원이 투입되면서 강한 압박이 예상됐다. 국세청 조사4국은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포착했을 때 비정기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른바 특별세무조사다. 

따라서 향후 한국타이어는 거센 검증의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가 특별세무조사에서 그간의 일감몰아주기가 정당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문제될 법한 계열사를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엠프론티어다. 2000년 8월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24%,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24%, 조 회장 장녀 조희경씨 1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하는 셈.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653억54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06억2300만원을 일감몰아주기로 올렸다.

전체 매출의 77.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엠프론티어가 조현식·현범 대표이사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양관광개발 역시 한국타이어의 계열사로서 공정위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년18일 설립돼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 지분은 조현식 대표이사가 44.12%, 조현범 대표이사가 32.65%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희경씨와 조희원씨가 각각 17.35%, 5.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153억765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는 23억8157만원 수준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15.4%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회사가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는 23.59%(지난 3월31일 기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경우 그룹 지배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타이어 조씨 일가 해외부동산 공개’ 제하의 기사를 통해 조 회장 일가의 해외부동산 매입 과정을 살펴봤다. 조 회장 일가는 하와이에 2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과정에 대해 의혹이 쏠렸다. 

따라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역시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편취를 했다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및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해 조치했다.

공정위는 또 효성에 17억2000만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12억30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그룹 총수 2세 조현준 회장이 지배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2년 이후 계속된 심각한 영업난·자금난으로 2014년말 퇴출 직전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효성 재무본부는 여러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2014년 11월 효성 재무본부는 검토 끝에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지원 방안을 기획·설계했다. 공정위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서 효성투자개발이 ‘리스크’를 부담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상황서 저리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금의 7배가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리하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위험을 효성 계열사에 떠넘기고 자금을 조달한 혐의가 드러났다.

조 회장은 현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주식 가치를 11배나 부풀려 약 179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겔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조 회장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의 가치를 부풀려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판단한 부풀린 금액은 최대 11배 수준. 
 

조 회장의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주주가치를 높게 또는 낮게 적용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열린 재판은 초반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선 MB 사돈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사정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돈 기업 역시 구설에 오르면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김 의원의 딸이 사돈 기업 엔케이 자회사에 허위 취업을 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장녀는 박윤소 회장의 장남과 2011년 3월 신라호텔서 결혼하면서 사돈 관계가 됐다.

KBS는 김 의원이 장녀가 엔케이 자회사인 더세이프티의 차장 직급으로 근무해 급여 307만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근무한 5년간 수령한 임금 총액은 4억원에 달했다는 것.

복잡한 혼맥
불투명 거래

검찰은 발빠르게 수사를 시작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의 엔케이 본사에 수사관을 투입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빠른 시일 내에 박 회장을 소환해 김 의원의 장녀 취업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뇌물 공여 등에 대한 부분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의혹이 점점 ‘확대 양상’이라는 점이다. 엔케이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에 불량납품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한국원자력 측에 납품을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다양한 관계 실타래처럼 엉켜
언제, 어디로 불똥 튈지 몰라

영풍그룹도 최근 사돈댁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김 장관의 딸 윤세인씨가 최창근 고려아연(영풍 계열사) 회장의 아들 민석씨와 2015년 결혼하면서 사돈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정제영씨는 최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낙동강 오염의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의 관련 행정심판서 김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김 장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한 언론을 통해 “공동창업으로 인연을 맺긴 했지만 이미 40년도 전에 관계를 정리한 회사를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제가 영풍석포제련소 관련 행정심판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이런 주장이 나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사돈기업 대원강업 부당지원 논란으로 재차 구설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허재철 대원그룹 회장의 장녀 허승원씨와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문제는 허 회장 일가가 대원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원강업의 경영권을 뺏길 위기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제기됐다. 적절한 투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홍민철 고려용접봉 대표와 고려용접봉은 2007년 대원강업의 지분 8.2% 보유하면서 주요주주에 오른 뒤 2009년 23.8%까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허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홈쇼핑, 금강에이앤디, 현대쇼핑은 홍 대표 측이 지분매입에 나설 때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2009년부터 지분 매입을 시작했는데 투입된 금액만 4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적절한 투자였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돈 기업을 위해 상당부분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덕 좀 
보나 했더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돈기업 간의 거래는 부당거래의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돈기업 구설은)사각 지대서 발생하는 부당 거래에 대한 의혹 검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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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