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충격과 파란의 6·13 ⑥화제의 당선자 10인

사연도 가지각색 사정도 각양각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6·13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당선인들이 있다. 남들과는 다른 사연 때문에 거머쥔 색다른 타이틀 때문에 화제의 중심에 선 이들. 화제의 당선인들을 뽑아봤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전형적 ‘보수텃밭’으로 알려진 ‘강남 3구’에 푸른 바람이 분 가운데,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조 청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 25개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당선된 자유한국당 후보였기 때문이다. 

서초구청장 조은희

그는 1961년생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북여고, 서울대 대학원서 국문학 석사를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남일보>와 <경향신문> 등 언론서 10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지난 1998년부터 3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회사 및 시민단체 대표와 교수직을 맡다가 2008년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했으며 2010년부터 1년여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직을 맡아 일했다. 
 

당시 조 청장은 ‘국내 첫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무 파트를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부시장 퇴임 후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힘썼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서초구청장에 출마, 성공해 구청장직에 올랐으며 지난달 연임을 꿈꾸며 또다시 도전해 당선의 기쁨을 안게 됐다. 

성남시장 은수미

은수미 성남시장이 첫 대도시 여성시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부촌(富村) 분당을 품은 성남은 이재명 전 시장의 경기지사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다. 선거 초반부터 은 시장은 상대 후보의 거센 네거티브 공세에 도덕성 시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혹이 커지자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서 재심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곧 후보로 확정됐다. 개표결과,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후보에게 우호적인 성남 구시가지인 수정(59.64%)·중원(60.25%) 외에 분당(55.69%)서도 과반을 넘겼다. 
 

득표율 2위인 한국당 박정오 후보(수정 27.59%-중원 28.7%-분당 33.75%)를 압도했다.

은 시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한 노동전문가로 지난 19대 국회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 무려 10시간18분 동안 연설해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 20대 총선 때 성남 중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재인정부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다. 

영등포구청장 채현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3선을 노리던 현역 구청장, 3선 시의원과의 경쟁을 뚫고 당선에 성공했다. 채 후보는 득표율 52.1%%를 기록, 김춘수 자유한국당 후보(25.2%)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 당선을 결정지었다. 

이번 영등포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공천에 탈락한 현역 조길형 구청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한국당은 3선 서울시의원인 김춘수 후보를 공천했으며 미래당은 두차례 구청장 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양창호 후보를 투입했다. 

여풍 버틴 서초, 성남 첫 여성시장 당선
무소속 3선 기장, 8전8승 불패 충북지사

총 5명이 도전장을 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채 청장은 50%를 넘기며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다. 박원순 시장 정무보좌관,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친 국정·시정 경험이 풍부한 ‘젊은 구청장’을 앞세워 구민들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채 청장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청와대 국정경험과 서울시정 경험, 국회 정책경험을 살려 새로운 영등포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 청장은 1970년 7월26일생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기장군수 오규석

오규석 기장군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양당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지난 두 번의 선거를 내리 무소속으로 당선된 오 군수의 저력은 민주당 바람도 잠재웠다. 오 군수는 ‘기장 나훈아’로 불릴 정도로 유명 인사다. 
 

보통 20대 젊은 계층은 기초단체장 후보의 이름을 잘 모르지만, 그만은 예외다. 1년 동안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하얀 목티셔츠에 파란색 재킷, 그리고 등산화만 고집해 ‘현장형 군수’의 대명사로 불렸다. 

유세 방법도 입소문을 타고 높은 득표율을 이끌었다. 오 군수는 대규모 유세를 벌이지 않고, 아내와 단둘이서 기장을 누비는 조용한 유세로 실속을 챙겼다. 

기장은 농촌과 신도시의 특징이 섞여 있는 도농 복합도시지만, 오 군수의 득표는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았다. 매일 이른 새벽 출근하는 근면함과 행사마다 큰절을 올리며 어르신을 챙기는 모습으로 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젊은 계층이 많이 사는 정관에는 민주당의 이현만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오 군수는 이런 예상을 깨듯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충북도지사 이시종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8전8승 불패신화’를 세웠다. 이 지사는 오전 1시10분 기준 60.76%(37만2810표)의 득표율을 올려 자유한국당 박경국(29.92%, 18만3606표), 바른미래당 신용한(9.30%, 5만7108표) 후보를 꺾고 충북지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충북지사 당선으로 8번 선거에 나서 8번 모두 승리하는 ‘불패’ 기록을 달성했다. 1947년 충북 충주서 태어난 이 지사는 충주중, 청주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0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민자당 소속으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민선3기까지 내리 충주시장을 지냈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주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8대 국회에도 무난히 입성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정우택 충북지사에 맞설 대항마가 나오지 않자 직접 의원직을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충북지사에 당선된 그는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서도 연승을 이어감으로써 선거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정치인이 됐다. 

연수구의원 조민경

조민경 연수구의원이 전국 최연소로 정치에 입문한 여성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 입문을 위해선 ‘만 25세 이상’이 돼야만 한다. 하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정치 문턱을 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조 의원은 2017년 2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후 더불어민주당 가입과 동시에 6·13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의 깃발까지 꽂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뭉친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차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자신을 알렸다. 시민들도 선거운동기간 동안 패기있고 성실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그를 보며 조민경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6·13지방선거 개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현 연수구의원인 자유한국당 이강구(45) 당선인 보다 4419표를 더 받은 2만1305표를 끌어모으며 당당히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이젠 최연소 의원이라는 딱지를 떼고 연수구 의원으로서 주민분들이 필요로 하는 곳엔 어디든지 달려가 주민분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미시장 장세용

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 텃밭의 상징이었던 경북 구미서 당선됐다. 장 시장의 당선은 이변이라 할 만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지역 단체장 중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이자 구미시장으로는 첫 민주당 계열 출신이기 때문. 
 

장 시장의 당선은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겹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한반도 평화 흐름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 등 외부 요인에 내부적으로 진보 후보인 장 시장에 맞설 보수 후보 3명이 난립한 게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8선 신기록 군의원, 구미·TK 유일 민주 깃발
25세 최연소 여성의원, 4년 만의 신안군수

특히 선거 쟁점의 하나로 부각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에 장 시장은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한국당 이양호 후보는 당론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선거서 ‘샤이진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 등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을 당선의 원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양시장 최대호

최대호 안양시장(더불어민주당)이 전·현직 시장 간 네 번째 맞대결서 승리했다. 최 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후보의 전적은 지난 2007년 안양시장 재선거서 이 후보가, 2010년 지방선거에선 최 시장이 승리해 각각 1승1패를 기록하다 지난 2014년 선거서 이 후보가 다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바른미래당 백종주 후보가 두 후보의 치열한 선거판에 가세하면서 선거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각종 변수에도 불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이번 선거서 예상과 달리 최 시장이 두 후보를 따돌리며 탈환에 성공했다. 

최 시장은 “오늘의 승리는 최대호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깨끗한 준법 선거운동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신 안양시민의 위대한 승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시민 최대호가 지난 4년간 안양시민께 배운 대로, 들은 대로, 약속드린 대로 그 약속 실천해 안양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서 이 후보가 패배하면서 전·현직 시장 간 맞대결 결과는 2승2패로 동수를 기록하게 됐다. 

신안군수 박우량

박우량 신안군수가 4년 만에 재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군수는 무소속 고길호 후보와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박 군수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고 후보가 취임도 하지 못한채 퇴진한 이후 실시된 재선거서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낙후된 신안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이 확실시 됐던 2014년 지방선거의 중도사퇴를 두고 갖은 억측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사건의 ‘유병언 연루설’과 ‘비리 수사’ 등의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에서 권유했던 입당을 두고 민주당 중앙당은 후보 자격을 박탈했고 그는 무소속 출마로 선회해야 했다. 추미애 당 대표실 부실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유력한 경쟁자인 박 군수를 밀어내기 위한 잔꾀였다는 것을 자인하고 말았다. 

박 군수는 “신안군민은 정당을 넘어서 인물과 능력을 보고 무소속 후보인 저를 선택했다”면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자율권을 보여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광군의원 강필구

강필구 영광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8선 도전에 성공하면서 전국 최다선 신기록을 수립했다. 강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경북 안동시의회 무소속 이재갑 후보와 공동으로 8선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서 2명을 선출하는 영광군 가 선거구에 출마해 7명 중 1위(23.9%)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강 의원은 1991년 당시 40세의 나이로 지방의회에 첫 입성한 뒤 내리 연이어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당선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까지 민주당 2차례, 무소속으로는 6차례 당선됐다. 직업이 ‘군의원’이자 ‘의리의 정치인’ ‘민원 해결사’로 통하는 그는 ‘강필구를 사랑하는 모임’ 등 절대불변의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통상 기초의원 3선을 한 경우에는 광역(도)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많지만 강 의원은 27년간 한결같이 ‘주민 곁에서 호홉’하는 군의원의 길만 고집해왔다.

강 의원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이 행복한 영광을 만드는 심부름꾼이 되어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영광을 지키는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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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