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미래 대예측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21 10:35:39
  • 호수 1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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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트럼프타워가 현실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에 과연 미국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기업이 입점할 수 있을까.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덩달아 북한의 경제 개방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루어질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지적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 남북·북미 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우려를 낳고 있지만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요시사>는 남북·북미 경제협력(이하 경협)이 불러올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예측해봤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컨소시엄 사업을 진행하길 원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 킨텍스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논의 방향과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토론회서 밝힌 내용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경협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경협 원하는
북한의 속내

“우리 기업인들, 자본 공급자들, 투자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잡도록 도울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CBS와의 인터뷰서 강조한 내용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ABC 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북한에 대한 무역과 투자를 허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행정부 최고위 관료들은 최근 앞다퉈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상’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비록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할 경우 미국 민간 기업들의 북한 투자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왔던 대동강변 트럼프타워 건설과 같은 미국 자본의 북한 상륙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기반시설 건설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서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진정한 경제 번영을 가능케 할 수 있으며, 북한은 남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망과 인프라 건설 부문을 미국 민간 기업들이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으로서는 충분히 구미가 당겨질만한 제안이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지난 2015년 기준 1700달러로 228개 국가 중 214위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민간 기업들이 북한의 인프라 건설에 나선다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처럼 북한도 ‘대동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북한이 추진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도 맞아 떨어진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2020년 대동강의 기적은 꿈만이 아닌 것이다. 미국은 핵 포기의 대가로 사회주의식 경제발전을 보장하겠다는 맞교환 카드를 북한에 던진 셈이다.

남북·북미 경협 눈앞으로 성큼
폼페이오, 민간기업 투자 예고


우리 측도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출석해서 남북 경협에 관해 “종적으로는 가능한 사업 분야로 사회간접자본(SOC)·의료 등을, 횡적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민간이 할 수 있는 일,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일, 다른 나라와 같이 할 수 있는 일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경협)속도와 정도에 따른 경우의 수 조합 각각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제 외교부장관을 만나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팔로업(후속 조치)’하고 있고 외국서 나오는 얘기도 전부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건이 성숙해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는 경우 여러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이 물적·인적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상호 보완하거나 부족한 국내 총수요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부처가 남북 경협과 관련돼 한 팀을 꾸릴 가능성도 제시했다. 여건이 성숙하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경제 부처가 똘똘 뭉쳐 경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남북 간 경협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그것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남북정상 합의 내용을 이어받는 성격이 짙다.

한강의 기적
대동강의 기적

참여정부 당시 남북정상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가기로 했다”고 합의했었다.

당시 선언문에는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1단계 완공 및 2단계 개발 착수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추진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의 협력사업이 담겼다. 

백두산-서울직항로를 개설키로 한 것도 이 때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다는 계획이다. ▲원산과 함흥,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벨트 ▲수도권과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산업벨트 ▲비무장지대와 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 등 남북을 3대 경제벨트로 잇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반도 훈풍에 중국과 북한 간 접경지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북한의 경제 개방과 미국의 투자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북중 접경 도시인 중국 랴오닝성의 단둥시는 최근 집값이 치솟고 있다. 향후 북한의 개방을 기대하는 외지인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중국 <동북신문망>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이후 단둥시의 부동산 가격은 2배 이상 치솟았다. 예를 들어 압록강이 바라보이는 아파트의 경우 2주 전 48만위안(약 8135만원)이던 매물이 현재 약 80만위안(약 1억3559만원)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신문망>이 인터뷰한 단둥시 부동산중개업자 장쉬씨는 “다음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면 또다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식·베트남식 고민
앞으로 변화할 모습은?

이에 북한이 과연 어떤 식으로 개혁개방을 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도보다리 밀담’서 북한을 베트남식으로 개혁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 ‘베트남식 경제 개방·개혁 모델’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트남식 모델은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사회주의적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북한의 비핵화 이후 경제 원조보다 민간 투자 방식의 경제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다는 미국 측 판단과 결을 같이한다.

베트남은 지난 1986년 대외경제관계 확충을 위한 외국의 자본·기술 도입 준비를 시작했으며, 1992년 헌법과 외국인투자법 개정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993년 국제금융기구서 베트남에 대한 금융 지원이 재개됐으며 1994년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자 이듬해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뤘다.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 중국 경제 발전 현장을 둘러보며 중국식 개혁개방을 북한에 접목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다.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참관단은 베이징 또는 근교의 유관 기관 또는 경제 관련 시설을 둘러봤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고위급 간부들로 구성된 참관단의 방중을 확인하며 “북한 참관단은 중국 내 경제 건설 및 개혁개방의 성취를 참관하고 양당이 ‘치국이정(시진핑 중국 주석의 통치이념)’ 경험에 대해 교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북한
땅값 들썩

앞서 참관단은 지난 14일 베이징에 도착해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방중 당시 찾았던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과학원 문헌정보중심을 둘러봤다. 

15일에는 중국 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원에 도착해 과학원 고위 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중국 대외연락부와 경제 협력에 필요한 국무원 주요 부처 관계자들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의 경제현장을 둘러본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 직후 노동당 친선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7박8일간 베이징과 상하이, 지린, 헤이룽장성 등을 둘러보며 중국식 개혁개방의 북한 도입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한 개혁개방의 성공여부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방송과 인터뷰서 “북한은 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PVID)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남북·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돼 과연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도할지 여부가 안갯속에 싸였다.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를 비난함과 동시에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결정을 전했다. 맥스선더를 자신들에 대한 ‘도발’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새벽,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나올 예정이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통지문을 내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우리 정부 측에 통보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회담 중단의 책임이 우리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향후 우리 측과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작금의 대화 국면을 전쟁 연습에 대한 면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북한 측의 태도 변화에 놀란 우리 정부와 미국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당일 긴급회동을 열어 “맥스선더 훈련은 연례적인 방어 훈련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자칫 북한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자신들의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으며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내놨다.

북한 참관단
중국 둘러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상은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이 낮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통화서 북한 발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북한의 조치에 유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도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강산전망대 북새통 왜?

봄철 여행주간에 한시적으로 개방된 동해안 최북단 아군 관측소 717OP(일명 금강산전망대)를 찾은 관광객이 1800여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군에 따르면, 봄철 여행주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717OP를 찾은 관광객은 1863명으로 집계됐다.

717OP는 지금까지 여섯 번 개방됐다. 2016년 가을 여행주간 첫 개방을 시작으로 지난해 봄과 가을, 그리고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3월 패럴림픽 기간 등이다. 해당 여섯 번의 개방 동안 누적 6881명이 717OP를 다녀갔다.

통일전망대보다 북쪽에 있는 717OP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있는 비무장지대 호수인 감호를 비롯해 해금강과 구선봉 등 북한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입소문이 전해져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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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