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⑤경기 연천군·포천시 일대

시간 여행하는 화산 돌멩이를 찾아서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은 한탄강, 임진강, 차탄천 등에 흩어진 지질 명소를 둘러본다. 화산이 남긴 유구한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 여행이며, 한탄강에 숨은 보물을 만나는 여행이다. 연천군과 포천시에 속한 관련 명소가 20군데나 된다. 한탄강지질공원 중 연천군에 속한 곳은 당포성, 임진강 주상절리, 전곡리토층전시관, 좌상바위, 재인폭포 등이고, 포천시 쪽은 대교천 현무암 협곡, 화적연,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등이다.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은 방대한 지역을 1박2일에 둘러봐야 하므로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첫날은 임진강과 한탄강을 거슬러 오르며 연천군에 속한 지질 명소를 돌아보고, 고대산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한다. 이튿날은 한탄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포천시에 속한 지질 명소를 찾아본다. 

아이와 함께 ‘전곡선사박물관’

조선 시대 문신 홍귀달은 연천군을 ‘산은 첩첩이 돌아오고 물은 구불구불 흐르는’ 고장이라고 했다. 그 시구처럼 고대산(832m)과 지장봉(877m) 등이 우뚝솟아 있고, 한탄강과 임진강이 흐른다. 
처음 찾아갈 곳은 임진강 변에 있는 연천 당포성(사적 468호)이다. 고구려 때 쌓은 당포성은 당포나루로 흘러드는 당개 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에 형성된 삼각형 절벽 위에 자리한다. 임진강 변 높이 약 13m 수직 주상절리 위에 현무암으로 성을 쌓았다. 임진강 주상절리 절벽을 천혜의 성벽으로 삼은 셈이다. 당포성 위에 서면 유장한 임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당포성에서는 그 아래 있는 주상절리가 보이지 않는다. 임진강 주상절리를 보려면 임진강 주상절리 조망지(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64-1)로 가야 한다. 당포성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며,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가깝다. 조망지에서는 높이 25m, 길이 2km에 이르는 주상절리 절벽이 잘 보인다. 이 절벽은 한탄강을 따라 흐르던 용암 일부가 임진강 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형성됐다. 가을철에는 주상절리에 돌단풍이 붉게 물들어 ‘임진적벽’이라 불린다.


임진강 주상절리에서 한탄강을 따라 동쪽으로 8km쯤 가면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을 만난다. 여기서는 전곡리 토층부터 살펴보자. 토층은 현무암 위에 오랜 세월 모래와 흙이 2~7m 쌓인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주먹도끼를 비롯한 구석기시대 석기가 다수 발견됐다. 토층은 고고학과 고기후학 연구에 중요한 지질 자료라고 한다. 



토층에서 가까운 전곡선사박물관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꼭 들러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내부에는 동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중심으로 동굴벽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등 교육적인 전시물이 가득하다. 


전곡리 유적에서 다시 한탄강을 거슬러 10분쯤 간다. 궁평리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높이 60m 현무암 좌상바위와 둥근 베개 모양을 한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 542호) 전망대(아우라지 베개용암은 포천시에 있지만, 전망대는 연천군에 속함)를 차례로 지나면, 연천 최고의 지질 명소로 꼽히는 재인폭포에 닿는다. 


재인폭포는 원형으로 감싸는 거대한 주상절리가 압도적이다. 지장봉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하천이 높이 18m에 달하는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에서 쏟아진다. 스카이워크 형태로 만든 높이 27m 전망대에서 폭포를 내려다보고, 탕탕 철 계단을 밟고 폭포 바닥까지 내려가 감상한다. 바닥에서 보면 장대한 규모에 인간이란 존재가 한없이 작아진다.

고대산·지장봉 우뚝, 한탄·임진강 흐르는 연천
한탄강 둘레길 걸으며 주상절리 감상하는 포천

 
재인폭포에서 연천군 일정을 마무리하고 고대산자연휴양림에 묵었다. 휴양림은 2017년 개장해 시설이 깨끗하다. 
다음날 아침, 방문을 열자 상쾌한 공기가 밀려온다. 고대산의 너른 품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청량하다. 첫 번째 들러볼 포천의 지질 명소는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 협곡(천연기념물 436호)이다. 철원 고석정에서 멀지 않다. 냉정저수지를 지나면 이정표가 보인다. 
주변이 온통 너른 들판이라 무슨 지질 명소가 있을까 싶은데, 안내판 앞으로 가니 수직 절벽 아래 대교천이 흐른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 대교천의 진가를 감상할 수 있다. 물줄기 양쪽에 길이 1.5km, 두께 25m 현무암 절벽이 웅장하다. 


포천 화적연(명승 93호)은 한탄강화적연캠핑장 앞에 있어 찾기 쉽다. 그동안 둘러본 지질 명소가 주로 현무암 주상절리와 협곡이었다면, 화적연은 한탄강 안에 우뚝 솟은 높이 13m 화강암 덩어리다. 생김새가 마치 볏단을 쌓아놓은 것 같아서 화적연(禾積淵)이라 한다. 화적연 주변으로 백사장이 있어 해수욕장에 온 기분이 든다. 화적연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정선이 금강산 유람하러 가는 길에 들러 진경산수 기법으로 화폭에 담았다. 


화적연을 적신 한탄강은 남쪽으로 흐른다. 강을 따라 3km쯤 흘러가면 포천 한탄강 멍우리 협곡(명승 94호)에 닿지만, 차를 타고 빙빙 돌아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거대한 철교를 만난다. 한탄강과 합류하는 부소천에 놓인 다리로, 중간에서 부소천 주상절리가 잘 보인다. 다리에서 여행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비둘기낭폭포에서 왔다고 한다. 한탄강 둘레길을 따라 걸어온 것이다. 멍우리 협곡 일대는 여유롭게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하기 적당하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에 가까운 산정호수에 들러보자. 산정호수 둘레길을 한 바퀴 돌거나, 최고 전망을 자랑하는 김일성별장 터에서 조망을 즐겨도 좋다. 별장 터에 서면 명성산 화강암 봉우리가 호수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비둘기낭폭포’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포천 제일의 지질 명소로 꼽히는 비둘기낭폭포(천연기념물 537호)다. 폭포로 가는 길에 멀리 지장봉이 품을 활짝 열고 맞아준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계곡에 숨은 비둘기낭폭포가 나타난다. 주변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주머니 모양이라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하식 동굴과 협곡 같은 침식지형,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신비로워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비둘기낭폭포를 끝으로 연천과 포천에 걸친 한탄강지질공원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연천] 당포성→임진강 주상절리→전곡리 유적→좌상바위→아우라지 베개용암→재인폭포 
[포천] 대교천 현무암 협곡→화적연→멍우리 협곡→산정호수→비둘기낭폭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당포성→임진강 주상절리→전곡리 유적→좌상바위→아우라지 베개용암→재인폭포→고대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대교천 현무암 협곡→화적연→멍우리 협곡→산정호수→비둘기낭폭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한탄강지질공원 www.hantangeopark.kr
- 연천군 문화관광 https://tour.yeoncheon.go.kr:8443/web/main
- 포천으로 떠나는 여행(포천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pocheon.go.kr/ktour/index.do
- 전곡선사박물관 http://jgpm.ggcf.kr
- 산정호수 www.sjlake.co.kr  

문의 전화
- 연천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31)839-2063
- 포천시청 지질공원팀 031)538-2312
- 전곡선사박물관 031)830-5600
- 산정호수 031)532-613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지하철 1호선 동두천중앙역 앞 역전사거리 정류장에서 52-2번 버스(10:30~21:10) 이용, 마전리 정류장 하차, 약 45분 소요. 당포성까지 도보 15분. 
*문의: 대양운수 031)865-4150

자가운전
- 구리포천고속도로 양주톨게이트→동두천교차로→당포성 
- 구리포천고속도로 신북 IC→초과사거리→대교천 현무암 협곡   

숙박 정보
- 조선왕가: 연천군 연천읍 현문로, 031)834-8383, www.chosun1807.com (명품고택) 
- 고대산자연휴양림: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031)834-2200, http://gdsan.huyang.co.kr
- 연천고대산캠핑리조트: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031)834-6300, www.godaesanresort.co.kr
- 한탄강관광지오토캠핑장: 연천군 전곡읍 선사로, 031)833-0030, http://hantan.co.kr
- 운악산자연휴양림: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184번길, 031)534-6330, www.huyang.go.kr
-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 031)534-5500, www.hanwharesort.co.kr 

식당 정보
- 농원가든(순두부보리밥·춘천막국수): 연천군 청산면 정연로, 031)832-0914
- 아우라지매운탕(민물고기매운탕): 연천군 전곡읍 청연로, 031)832-1514
- 산머루가든(오리불고기): 연천군 전곡읍 양연로, 031)832-2568, https://wildgrape.modoo.at
- 벚골도토리막국수(도토리막국수): 포천시 관인면 숯골길, 031)533-1810, http://bgfood.kr
- 샘물매운탕(민물고기매운탕): 포천시 관인면 찬우물길, 031)533-6880

주변 볼거리
교동가마소,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 백운계곡, 포천아트밸리, 구라이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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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