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조연’ 그때 그 사람들 근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4.09 10:20:35
  • 호수 1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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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 '키맨'들은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6년 9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대통령과 비선 실세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자들이 주목을 받았다. 벌써 횟수로 2년 전 일이다. 국정 농단 주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구속 1년 만에 첫 선고가 내려졌다. 그렇다면 현재 조연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국정 농단 사태의 최정점에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1심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재단 출연과 뇌물 수수 등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씨와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 2월13일 1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국정 농단 사건의 최고정점이 던 두 사람의 1심 재판이 모두 나왔다. 사건이 불거진지 횟수로 2년 만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둘러싸고 수십 명의 관계자들이 국정 농단에 조력했거나 내부자를 자처해 언론에 오르내렸다. 

미꾸라지 이승철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 때 가장 먼저 등장한 재계 인사다. 이 전 부회장은 최씨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모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초 해명 때는 자발적 모금이라고 증언했지만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을 뒤집었다. 
 


지난해 1월 이 전 부회장은 안 전 수석 5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안 전 수석으로부터 두 재단 설립 등은 전경련이 임의로 한 것이고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허위 진술을 부탁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이 전 부회장이 전경련에 2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상근고문 자리와 격려금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대기업 모금을 주도해 전경련을 해체 위기로 몰고 간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박, 구속 1년 만에 징역 24년 선고   
논란의 증인들 여전히 뜨거운 감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전경련은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상근고문 예우와 격려금(특별가산금) 지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전경련은 재정 형편이 어려워 이 전 부회장에게 퇴직금을 주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전경련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일명 ‘화이트 리스트’ 관련된 재판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지난 1월 이 전 부회장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특정 단체에 대해 자금지원 요구를 받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며 지원대상 단체와 금액에 대해 전경련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라며 “(청와대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경제정책 등에서 불이익이 예상돼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비선 넘버2 정윤회

정윤회씨는 최순실씨가 등장하기 전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지목됐다. 2014년 박근혜정부 때 불거진 ‘정윤회 문건’으로 정씨가 국정에 개입하면서 청와대 인사 교체 등 비선 실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정씨는 박 전 대통령이 대구시 달성군 보궐 선거 출마로 정계에 입문하자, 보좌 역할을 했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을 비롯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박근혜의 보좌진을 이때 정윤회가 직접 구성했다. 

이후 1998년부터 15대 국회의원 박근혜 후보 입법보조원을 지냈다. 박근혜 의원이 2004년 한나라당에 복당한 후에는 공식 직함이 없었다. 2007년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후 모든 직책서 사퇴했다. 이 배경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정씨에게 질투가 나 불화가 생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랫동안 정씨는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음에도 정작 국정 농단 사태 때는 그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에선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검에서도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지만, 소환되지 않았다. 

현재 정씨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횡성 땅을 매입해 목장 부지로 개간에 몰두하고 있으며 딸 정유라와는 월 2∼3회 정도 전화통화를 한다고 한다.

여전히 당당 정유라

정유라씨는 최씨의 딸로 국정 농단의 근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10월 30일 생으로 승마 국가대표 출신이다. 본래 이름은 ‘정유연’이었는데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이후 개명했다. 2014 인천 아시안 게임마장마술 단체전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국정 농단 당시 유라씨를 둘러싼 온갖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화여대 학사비리와 국가대표 선발 특혜 의혹 등이다.  유라씨의 학사비리로 이화여대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최씨는 유라씨를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승마협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비협조적이었던 공직자들이 대거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삼성이 유라씨에게 지원했다고 주장한 말도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이라고 판단돼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유라씨는 지난해 1월 덴마크에서 긴급체포 돼 국내에 송환됐다. 검찰은 유라씨에게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삼성 말세탁) ‘업무방해’(이화여대 학사비리)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최씨가 징역 20년이 선고된 결정적인 이유는 딸 유라씨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라씨는 이재용 재판서 “엄마 말 듣고 내 말이라 생각했다”는 게 최씨에게 비수로 날아왔다. 


유라씨는 현재 마필관리사와 열애 중이다. <더팩트>는 유라씨와 마필관리사였던 이씨가 데이트 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 속 유라씨는 이씨를 포함한 지인들과 함께 숙소 인근 식당서 저녁 식사했다. 식사 후 유라씨는 이씨와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걸었고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는 주위 시선을 의식하듯 일정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위증 의혹 조여옥

최근 세월호 청문회서 위증한 조여옥 대위를 징계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드러나면서 조 대위가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조 대위는 2016년 12월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당일 근무 위치, 귀국 이후 행적 등에 대해 증언을 번복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했던 조 대위는 청문회서 “세월호 당일 의무실에서 근무했다”고 밝혔으나 앞서 언론 인터뷰에선 의무동서 근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증언을 번복할 당시 조 대위는 “찬찬히 되짚어보니 의무실이 맞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들은 어디서 뭐하고 사나…
재판 받거나 증인 출석 바빠

지난달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세월호 관련 청문회 위증한 조여옥 대위 징계 바랍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글을 게시한 이는 “세월호와 관련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청문회나 특검 과정서 위증한 사람들 중에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에 합당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대위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처벌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여옥 대위 관련 사실관계를 검토한 결과 국방부 차원에서 조 대위를 처벌할 수는 없다”며 “조 대위를 위증죄로 처벌하려면 이에 대한 고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 노승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국정 농단 사건의 내부고발자 중 한 사람이다. 2016년 사건 직전까지 최씨가 장악하고 있던 K스포츠재단의 부장으로 재직했다. 

언론과 접촉을 피한 이성한, 고영태 등의 다른 정보제공자와 달리 노 전 부장은 재판과 청문회, 언론 등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비추면서 국정 농단 실체를 파헤치는 데 협조해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16년 12월 열렸던 5차 국정조사 청문회서 참고인으로 출석했다가 좀 더 적극적인 증언을 위해 증인으로 나와 중요한 증언들을 했다.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사단에 속한 사람인 김기동 검사장을 차은택 감독에게 법률 자문인으로 소개시켜줬다고 증언했다. 

최순실 - 차은택 등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우 전 수석의 진술과 반대되는 진술을 했다. 

청문회 중간 쉬는 시간에 “저는 청와대, 박근혜라는 거대한 산과 싸워야 한다. 그 다음에 박근혜 옆에 있는 거머리, 최순실과 또 삼성과 싸워야 한다”는 소신 발언과 함께 추가 폭로를 예고해 주목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노 전 부장은 직장을 잃었다. 그는 각종 언론에 출연하며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그 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소상히 밝히기도 했다. 또 생활고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노 전 부장은 SBS와 인터뷰서 “현실정치의 꿈은 한국체육대학교 총학생회장일 때부터 있었지만 좀 더 성장한 이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정 농단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서 현실 정치에 대한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번째 목표”라며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 전 부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이명박근혜 범국민행동본부 승리 선포 및 잠정 해체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단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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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