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미리 보는 평창’ 대한민국 메달 유망주

빙판·설상 주인공 ‘나야 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는 9일부터 17일 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대 규모인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종목 306개의 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종합순위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서 치러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이하 평창올림픽)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만큼 경기에 걸린 금메달 수도 처음으로 100개가 넘는다. 선수들은 설상 70개, 빙상 32개 등 총 15개 종목 102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우리나라는 전 종목에 144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지난 2014 소치올림픽 당시 6종목 71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4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전까지의 최고 성적은 2010 밴쿠버올림픽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거둔 종합 5위다.

우리나라는 지난 17번의 동계올림픽서 금메달 26개를 따냈다. 그중 21개가 쇼트트랙, 4개는 스피드 스케이팅서 나왔다. 1개는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서 김연아 선수가 목에 걸었다. 이를 두고 메달 편중이 심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두 종목이 세계 최강 수준이라는 뜻도 된다. 이번 평창올림픽서도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은 우리나라에 메달을 안겨줄 효자 종목으로 분류된다.

세계 최강 최민정


최민정이 201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4관왕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제2의 심석희’라 불렸다. 이후 시니어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최민정은 2014∼2015시즌부터 월드컵 무대서 메달을 목에 걸기 시작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그는 이제 심석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자 쇼트트랙 간판이 됐다.

현재 최민정의 몸 상태는 최고다. 2017∼2018시즌 1∼4차 월드컵서 금메달 8개를 쓸어 담았다. 500m, 1000m, 1500m까지 세계랭킹 1위다. 3000m 계주 역시 우리나라가 1위에 올라 있는 만큼 4관왕도 꿈은 아니다. 

현재 여자 쇼트트랙에선 500m 금메달이 한 번도 없다. 최민정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전이경, 진선유에 이은 쇼트트랙 여제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픔을 딛고 심석희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주장 심석희는 개막을 코앞에 두고 홍역을 치렀다. 여자 대표팀 코치로부터 손찌검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던 것.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심석희는 스케이트화 끈을 다시 조이고 금빛 담금질에 매진하고 있다.
 

심석희는 지난 2014 소치올림픽 3000m 계주서 이를 악물고 트랙을 질주해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안겼다. 당시 열일곱의 심석희가 보여준 열정과 투혼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여전히 여자 대표팀 에이스인 심석희는 이번 대회서도 1000m, 1500m, 계주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무서운 막내 황대헌


2014 소치올림픽서 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선봉장에는 황대헌이 섰다. 황대헌은 평창 올림픽 개막 2일째인 10일 우리나라에 첫 금빛 낭보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

밴쿠버 넘어 최고 성적 노려
각종 악재 딛고 막판 스퍼트

황대헌은 앞서 2∼3차 월드컵서 1500m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1차와 4차에서는 2위를 기록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종목은 5000m 계주. 황대헌은 “개인전 전 종목에 나간다. 모두 신경 쓴다”며 “그래도 계주가 가장 중요하다. 형들과 함께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이상화가 한국 빙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서 금메달을 따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서 3연패를 이뤄낸 선수는 여자 500m의 보니 블레어(미국)가 유일하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현재 500m 세계랭킹 1위 고다이라 나오를 넘어서야 한다.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는 사이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최근 기록 차이가 줄고 있고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초대 챔피언? 이승훈

이승훈은 이번 대회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의 첫 금메달을 노린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시작했다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바꾼 뒤 다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된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m서 금메달, 5000m서 은메달을 따내며 ‘빙상 남신’으로 떠올랐다.
 

2014 소치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 출전인 평창 올림픽서 그는 남자 5000m, 1만m, 매스스타트, 팀 추월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들이 400m 트랙을 16바퀴, 6400m를 돌며 각 기점마다 획득한 점수를 더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현재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인 이승훈은 월드컵 4차 대회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담금질을 마쳤다.

부상을 넘어라 김보름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중·장거리 종목서 강세를 보였다. 장거리 레이스인 매스스타트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김보름은 지난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최근 김보름의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1차 대회서 허리 부상을 입은 게 컸다. 2차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고 3차서 1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랭킹이 10위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4차 대회서 동메달을 따내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꿈꾸던 도전 최다빈

최다빈은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서 총점 190.23점으로 여자 싱글 종합 4위에 올랐다. 개인 최고기록에는 뒤졌지만 시즌 최고 점수라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최다빈은 지난해 모친상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부츠와 부상 문제도 따라 다녔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자국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부담도 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빙상보다 설상 종목에 금메달이 더 걸려있지만 우리나라는 ‘설상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번 대회서도 빙상 종목에는 32개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설상은 그 두 배가 넘는 70개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서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첫 금 사냥 윤성빈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이 우리나라에 사상 첫 설상 종목 금메달을 안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준비는 완벽하게 마친 상태다. 윤성빈은 총 8차에 걸친 월드컵 대회 중 1∼7차에 출전해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휩쓸며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4년 전 출전 선수 중 16위를 기록했던 윤성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후보 0순위로 부상했다. 하루에 두 번, 이틀에 걸쳐 총 4차례 활주하는 스켈레톤은 한 번의 실수가 순위를 좌우한다. 전 세계에 있는 전용 트랙마다 전체 길이와 곡선이 다른 만큼 일찌감치 코스 적응훈련에 돌입한 윤성빈은 홈 이점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배추보이]
[이상호]

이상호는 어린 시절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서 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서 메달을 노리는 그는 한국 스키에 첫 메달을 안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노보드 알파인은 스노보드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누가 빨리 내려오는지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전통의 강호 쇼트트랙부터
불모지였던 바이애슬론까지

이상호는 2017∼2018 시즌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랭킹 9위를 기록하고 있다. 1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만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앞서 그는 지난해 3월 터키서 열린 월드컵서 2위에 올라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월드컵 메달을 획득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한국 스키 역사를 새로 쓴 바 있다.

문턱 넘는다 최재우

최재우는 각종 대회서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골로 달았다. 하지만 번번이 메달 문턱서 좌절하는 일도 많았다. 15세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2014 소치 올림픽 1차 예선서 10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차 예선서 실수로 코스를 이탈해 실격했다.

2014 소치올림픽 이후 턴 기술 보완에 나선 그는 지난해 12월 핀란드 월드컵서 6위, 중국 대회서 4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년 반 정도 최재우에 대한 심리지원을 진행한 황승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최재우는) 챔피언 기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심적 안정까지 장착한 그는 평창올림픽서 시상대에 서겠다는 각오다.

출격만 남았다 원윤종-서영우

봅슬레이는 첫 동계올림픽인 1924년 샤모니 대회부터 정식 정목이었지만 아시아권 선수가 메달을 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과 서영우는 이번 대회서 첫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지난 2016년 1월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월드컵 5차 대회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따낸 바 있다.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두 선수는 지난해 다소 주춤했지만 평창 올림픽 메달권을 정조준하면서 훈련에 매진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월드컵 3차 대회서 6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탔다. 내친 김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목표로 마지막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푸른 눈의 국가대표’인 귀화선수가 19명이 출전한다. 

전체 우리나라 선수단 144명의 13%에 달하는 숫자로,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이 평창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아이스하키다. 남자 아이스하키 7명, 여자 아이스하키 4명 등 총 11명이 귀화선수다. 

이외에도 크로스컨트리 1명, 프리스타일 스키 1명, 루지 1명, 바이애슬론 4명, 피겨 아이스댄스 1명 등이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을 누빈다.

애국가 듣는 귀화 선수들

안나 프롤리나,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 티모페이 랍신 등 세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서 우리나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들은 바이애슬론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서 메달을 거머쥐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것으로 러시아가 특히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세 선수 가운데 랍신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대표를 지냈고, 국제 바이애슬론연맹 월드컵서 6차례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랍신의 등장은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는 바이애슬론 종목 사상 첫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평창에 오는 해외 스타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진행된다. 총 92개국 선수 3000여명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인 만큼 해외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 선수들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스타들이 실력을 뽐낼 무대가 될 평창 올림픽. 해외 스타들의 활약은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 알파인 스키)= 린지 본은 현재 단연 최고의 겨울스포츠 스타다. 알파인 스키 최강자인 본은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활강서 금메달을 땄고,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통산 79회 우승으로 여자 선수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평창서 금메달을 따고 명예로운 은퇴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새 피겨여왕’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메드베데바는 여자 싱글 우승 1순위로 꼽힌다. 2016, 2017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메드베데바는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갖고 있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점프 기계’라고 불릴 정도로 기량은 의심할 나위 없지만 오른 발등 골절로 공백기를 가진 게 변수다.

▲‘스키의 왕’ 에릭 프렌첼(독일, 노르딕 복합)=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가 결합한 노르딕복합은 유일하게 여자 경기가 열리지 않는 종목이다. 그만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이 필요하다. 에릭 프렌첼은 이 같은 노르딕복합 종목서 꾸준히 왕좌를 지키는 중이다. 그는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주종목이 있지만 그는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